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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돌잔치였을까?

On July 12, 2017 0

 



아이가 태어난 지 1년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아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1년이 흘렀다니. 먹고 자고 울기만 하던 아기는 이제 얼굴도 제법 여물고, 앉기도 서기도 혼자 먹기도 한다.

그런 감격은 잠시 접어두고 돌잔치 준비에 돌입한다. 장소의 보증 인원을 다 채울 수 있을까. 요즘 이게 가장 걱정이다.


재미없는 사회자의 유머로 돌잡이하는 것도 맛없는 뷔페도 별로였기 때문에 장소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형편 없는 운전 실력 탓에 택시와 버스를 타고 아이와 함께 일주일 동안 근처 호텔과 돌잔치 전문 뷔페, 식당 등을 동동거리며 찾아다녔다.

전망 좋고 세련된 호텔 돌잔치가 끌려 예약까지 마쳤으나 양가 어른들의 만류에 적정선에서 타협한 돌잔치 전문 뷔페로 변경했다. 요즘은 소규모 돌잔치가 대세라던데, 사돈의 팔촌까지 부를 집안 행사가 되고 보니 어른들의 말씀이 당연히 신경 쓰인다.


겨우 장소와 날짜를 잡고 한숨을 돌렸을 때 성장 동영상, 스냅사진, 이벤트 상품, 답례품 등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맘커뮤니티에 ‘돌끝맘(돌잔치를 끝낸 엄마)’이라는 말이 왜 돌아다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 돌잔치는 엄마의 철저한 기획력으로 준비해야 하는 하나의 ‘프로젝트’라는 것. 결혼은 웨딩플래너 덕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던 반면, 돌잔치는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돌쟁이 아이를 옆에 끼고 이 엄청난 일을 진행하려니 나를 비롯한 산후조리원 동기 여럿은 밤샘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잠시 ‘돌잔치 플래너’ 사업 아이템도 구상해봤는데 ‘흠~’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손님 답례품은 무난하게 수건으로 결정했다. 수건에도 급이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더 도톰하고 그만큼 가격대도 높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고민과 선택이 반복된다. 돌잔치의 필수 코스인 성장 동영상은 5~6분 정도 분량으로 본격적인 식의 시작을 알린다.

최소 300여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취합해 전문 업체 사이트에 올리면 적절히 위트 있고 감동적으로 편집해 결과물을 보내준다. 지난 1년 동안의 아이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관객에겐 하품을, 엄마에겐 눈물을 자아낸다는 문제의 그 동영상에 들어갈 사진을 모으는 데만 꼬박 이틀 밤이 걸렸다.

아직도 끝내지 못한 미션은 스냅사진과 이벤트 상품. 뜻 깊은 행사를 두고두고 추억하려면 전문 사진작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미루다 미루다 행사 열흘 전에 예약하려니 가열차게 퇴짜를 맞는 중이다. 이러다 남동생이 셔터를 누를 지경. 대단원의 마지막은 이벤트 상품이다.

인터넷에 ‘돌잔치 이벤트 선물’을 검색하면 백화점상품권, 세제, 샴푸&보디워시, 샤오미 보조 배터리 등이 검색된다. 최근에는 행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프로 불참러 상(축하보다는 먹는 데 바쁜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가스활명수를 주는 게 트렌드라던가.


아무튼 돌잔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5년간 잡지 마감을 하면서 느낀 ‘마감 불변의 법칙(끝날 것 같지 않지만 늘 그렇게 끝났던 마감)’처럼 돌잔치도 잘 치러내겠지.

아기를 위한 건지, 나를 위한 건지, 누굴 위한 건지 잘 모를 이 돌잔치가 우리 가족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그리고 아기가 내 노고를 알아주고 잔칫날 방긋방긋 잘 웃어주길 바라본다. 못 끝낸 숙제가 있기에 다시 폭풍 검색 모드 돌입이다!

 

 >  이아란 씨는요…

전 <베스트베이비> 기자로 11개월 된 딸 예서를 둔 초보맘. 3년간 육아지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늘도 ‘초보’ 딱지를 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7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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