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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육아잡학사전

On June 30, 2017 0

최근 가장 핫한 예능을 꼽자면 누가 뭐라 해도 <알쓸신잡>. 정치·경제, 미식, 문화, 뇌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님들이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잡학 지식을 마구마구 쏟아내며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자글자글한 눈가 주름에 귀엽게 배 나온 중년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재미질 수 있다니…! 그들의 현란한 수다 빅뱅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육아지 에디터는 문득 여기에 ‘육아 잡학’을 더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알쓸신잡-육아 편>을 기획하기에 이르렀으니….

 


INTRO. 세상 온갖 것에 호기심을 가진 잡학 박사들이 모였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 소설가 김영하, 대한민국 맛 칼럼니스트 1호 황교익, 유시민 작가, 자기는 그 안에서 바보 된 기분이라며 한숨짓지만 실상 그가 얼마나 지적인 뮤지션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뇌섹남 유희열. 이들은 ‘시종일관’, ‘끊임없이’ 떠든다.

그런데 그 시끌벅적함이 참 좋다. 거창하게 이름 붙인 무슨무슨 토론회도 아니고, 각 잡고 준비한 세미나도 아니다. 그저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냈을 뿐인데 그 풍요로운 수다 덕에 함께한 식사 자리가, 술자리가, 지켜보는 시청자의 안방이 더없이 유쾌해진다.

세상 쓸데없는 잡학 지식이라며 한 수 접고 들어가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어머, 그런 게 다 있어?’, ‘신기하다!’, ‘궁금한데?’, ‘가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며 마음속에 느낌표를 ‘쾅!’ 찍게 된다. 이 지적이면서도 부담 없는 수다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결국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건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살이 오른 도다리 쑥국 한 그릇(통영 편), 정성껏 내린 커피 한잔(강릉 편),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면 충분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복기하게 된다.

<알쓸신잡> 속 그들이 펼쳐놓은 잡학의 향연에 육아지 에디터가 살짝 숟가락을 얹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알면 좀 더 재미나고 아주 ‘약간’ 쓸모 있을지 모를 소소한 잡학을 모았다. <알쓸신잡- 육아 편> 지금 공개한다.



 

# SCENE 1 정재승 박사의 ‘화장실과 똥’ 잡학
뇌과학자 입에서 그것도 식사 중에 ‘화장실’과 ‘똥’ 얘기가 튀어나온다. 세계화장실의 날이 11월 19일이고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으며, 공중위생시설이 개선되면 기대 수명이 30년 증가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채식주의자의 똥은 섬유질이 많아 물 위에 뜬다는 사실에까지 이른다. 이쯤에서 우린 ‘아기의 똥’이 궁금해진다.

잡학사전 아기에게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는 ‘똥’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따라오고, 투자를 하면 성과가 나타나며, 들어간 게 있으면 나올 것이 있는 게 세상 이치다. 아기들에게도 이런 진리를 알려주는 게 있으니 다름 아닌 똥·오줌. ‘먹었으면 싸는 것’이야말로 단순 명료한 생존의 법칙이자 가장 정확한 생산관리 시스템이다.

오줌과 똥은 섭취한 음식의 찌꺼기인 동시에 건강의 바로미터다. 그래서 부모가 되면 당연하다는 듯 아기 똥과 오줌을 관찰하고 색이나 횟수를 체크하며 건강 상태를 가늠해본다. 미스 시절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건만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아기 똥을 살피며 건강한 ‘황금 변’이 나오면 울 아가가 예쁜 똥 쌌다며 화색을 보인다.

그런데 사실 아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자신의 똥을 보며 기뻐하고 좋아한다. 자신의 몸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생애 첫 생산품인 동시에 내 분신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기저귀를 떼고 대소변 훈련에 들어갔다면 큰일을 보았을 때마다 기특하고 잘했다고 격려해주자. 자체 생산해낸 똥이 더럽거나 나쁜 게 아니라 건강의 결과물이란 인식이 생기면 대소변 훈련의 고비를 보다 잘 넘길 수 있다.


 


잡학사전 코끼리 똥으로 정말 종이를 만든다고?
‘화장실과 똥 이야기’ 중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 게 ‘정말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느냐’였다. 실제로 코끼리는 매일 200㎏ 정도의 풀을 먹고 70㎏ 정도를 배변하는데 코끼리 똥 10㎏이면 무려 A4 용지 500여 장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명색(?)이 똥인데 종이에서 냄새가 나진 않을지, 똥 종이의 컬러나 질감이 다소 불쾌감을 가져오진 않을지 궁금해지는데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는 그림책이 있다. 제목은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책공장더불어).

이 책은 ‘코끼리 똥 종이 사업’으로 인간과 코끼리가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실현한 스리랑카의 사회적기업 ‘막시무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종이를 만들려면 나무를 자르고 많은 양의 물과 에너지를 써야 하지만 코끼리 똥을 이용하면 자연스레 숲이 보존된다.

무엇보다 코끼리 똥 사업 덕분에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게 되고, 이익이 생기면 다시금 지역사회는 물론 코끼리를 보호하는 운영비로 사용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이와 함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유한한 자원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책 역시 코끼리 똥으로 만든 재생 종이를 이용했다는 사실. 물론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plus tip 기저귀를 여는 순간 하필 오줌을 ‘발사’하는 건 왜일까?
기저귀를 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소변을 ‘발사’하는 아이,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갑자기 얼굴에 오줌발을 맞는 경험은 의외로 흔하다. 이는 아기가 반사적으로 대소변을 보는 탓이다. 어른들처럼 ‘이쯤에서 볼일을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화장실을 가는 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방광에 소변이 쌓이면 저절로 기저귀를 적시는 것. 게다가 아기들은 주변 환경이나 감각 자극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데 갑자기 바지를 벗겨 기저귀를 열어젖히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급작스레 소변을 발사할 확률이 높아진다.




# SCENE 2 순천행 KTX에 오른 잡학 박사님들
고속버스 대신 모처럼 기차 여행에 나선 잡학 박사님들. 기차에 오르자마자 철도를 주제로 수다가 펼쳐진다. KTX(Korea Train Express)의 약자가 무언지, 그리고 KTX 이전에 가장 빠른 열차는 새마을호(1974년 개통), 그 전은 무궁화호(1960년 개통)였으며 개통 무렵, 당대 시대상을 반영해 가장 ‘좋은 것’을 기차 이름으로 붙였다는 재미난 정보도 잇따른다. 기차 여행은 아이 둔 부모들도 선호하는 교통수단이다.

잡학사전 아이 둔 부모가 KTX를 이용하는 소소한 팁
KTX에는 동반유아석과 유아동반석이 있다. 비슷한 말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동반유아석’은 만 4세 미만 유아의 경우 표를 끊지 않고 승차가 가능한 요금체계를 말한다. 자녀가 4세 미만이라면 성인 좌석 한 장만 승차권을 사고 아이를 무릎에 앉혀 가도 무방하다는 뜻.

만약 4세 미만 아이의 좌석표를 사고 싶다면 어른 운임의 25%만 내고 승차권을 구입하면 된다(4~12세 어린이 운임은 성인 요금의 50%). 반면에 ‘유아동반석’은 열차 내에 별도로 유아동반실로 지정한 칸을 뜻한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열차를 타면 소음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사전에 특정 칸을 ‘유아동반실’로 지정해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것.

열차마다 유아동반실이 정해져 있는데 KTX는 8호차, KTX-산천은 4호차(보라색 신형 KTX 산천은 5호차), ITX-새마을은 5호차, 일반 새마을호는 6호차다. 유아동반실 옆에는 수유실이 있으니 젖먹이 아이가 있다면 선택해보자.


 

# SCENE 3 벌교 꼬막이 유명해 진 건 소설 <태백산맥> 덕분?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에 따르면 벌교 꼬막이 유명해진 건 대하소설 <태백산맥> 덕분이다. 연재 기간만 6년, 총 10권에 달하는 이 소설은 우리나라 근대사를 아우르는 작품으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바로 이 책에 벌교 꼬막 조리법이 사실감 있게 묘사되었다는 것. 책의 유명세로 지역 특산물이 탄생했을 정도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 하다.

 


잡학사전 그림책 속 의외의 요리 레시피 몇 가지
소설에 다양한 레시피가 나오듯 음식 관련 에피소드는 그림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달콤한 케이크, 싱싱한 과일, 커다란 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이야기의 핵심 주제인 경우가 꽤 많은데 이렇게 그림책 속 음식은 아이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는 특징이 있다.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은 국내 창작 그림책 중 가장 대표 격인 음식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구름빵을 먹고 동실동실 떠다니는 주인공들을 보면 입안에 침이 고이며 나도 구름빵을 먹고 싶단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래서일까. 항간에는 엄마들이 자체 개발한 구름빵 레시피가 돌아다닌다. 강력분과 버터, 우유, 달걀 등 기본 재료만으로 만든 빵인데 동글동글 폭신폭신한 모습이 진짜 이야기 속 구름빵과 흡사하다.

비슷한 예로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를 읽다보면 구리와 구라처럼 세상에서 제일 큰 빵을 만들어 친구들과 실컷 나눠 먹고 싶어지곤 한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나 <요리 요정 라쿠쿠와 오색 비빔밥>도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 그림책이다.



잡학사전 그림책 속 ‘음식’이 상징하는 바는?
그림책 속에서 음식은 ‘애정’, 혹은 ‘욕심’, ‘쾌락’으로 상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남매는 허기(심리적·육체적 배고픔)진 상태에서 과자로 만든 집을 마주하게 되고, 달콤한 집을 보는 순간 망설임 없이 허겁지겁 먹어치우다 마녀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다.

여기서 과자집이 엄마를 상징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음식을 과도하게 먹어치움으로써 구강기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음식은 ‘애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아이에게 엄마는 부드럽고 달콤한 젖이 나오는 원천인 동시에 조금 자라서는 맛난 음식과 간식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발달 단계에 맞게 적절한 음식을 제공받은 아이는 스스로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란다.

반대로 배고픔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불안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사랑이 담긴 식사 한 끼는 몸의 에너지원이 되는 것은 물론 심리적 위안이 되어 정서적 허기를 채워준다.



잡학사전 극단적으로 느린 독서 ‘필사’하는 법
태백산맥문학관에 가면 조정래 작가의 육필 원고가 탑처럼 쌓인 채 전시되어 있다. 작가가 아들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원고지 1만6500매에 달하는 자신의 소설을 직접 필사하게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렇듯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요, 그야말로 ‘느린 독서’다.

몇 해 전부터 출판가에 엄청난 ‘필사 붐’이 일었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필사라는 의도적인 느린 독서를 통해 잠시나마 여유를 누리고 싶은 현대인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임이 틀림없다.

부모들을 위한 맞춤형 필사 책도 여럿 출간되었는데 <엄마 공부>는 여성학자이자 육아 멘토로 잘 알려진 박혜란 선생이 엄마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모은 글 묶음이다. <아가야, 너는 나의 햇살이야>는 시인 김용택이 예비 부모를 위해 명시를 모은 필사서로 태교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SCENE 4 태백산맥을 논하며 ‘똘이장군’의 추억을 떠올리다
소설 <태백산맥>이 당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은 당시만 하더라도 북한 사람과 공산주의자를 머리에 뿔 달린 괴물로 묘사했던 것과 달리 이념과 사상이 다른 빨치산조차 우리와 똑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부모 세대라면 북한 사람을 늑대의 형상으로 그려낸 만화영화 <똘이장군>이 기억날 것이다.

 


잡학사전 똘이장군 속 물활론적 사고
‘똘이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로 시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반공 애니메이션 <똘이장군>에 등장하는 북한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돼지 얼굴을 한 김일성, 늑대 모습을 한 채 총칼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등장할 뿐이다.

아이들 만화에 이렇게 동물 모습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유는 유아들의 ‘물활론적 사고’ 방식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 것에 생명이 있어서 마치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한다고 여기는 시기가 있다. 동물은 물론 책상, 꽃, 물병 같은 물건도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믿는데 이를 물활론(animism, 모든 자연물에 생명과 영혼이 있다는 생각)적 사고라 부른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즐겨 보는 그림책이나 만화 속 주인공들은 사물이든 동물이든 대개 의인화되어 사람처럼 옷을 입고 걸어다닌다. 두 발로 서 있는 뽀로로와 친구들, 소시지라는 정체성을 가졌지만 마치 내 곁의 친구처럼 느껴지는 코코몽…. 이런 캐릭터들은 모두 물활론적 세계관을 반영한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 SCENE 5 강릉 피노키오 박물관에서…
소설가의 호기심을 자극한 강릉 ‘피노키오 박물관’. 여기서 김영하 작가는 아이들의 거짓말이야말로 상상력의 원천이며, 아이들은 타고난 ‘스토리텔러’라고 말한다. 또한 말썽 4종 세트를 장착한 피노키오는 아이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 했는데 그 이유는?

잡학사전 1 아이들의 거짓말이야말로 상상력의 원천이다
이야기꾼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훌륭한 스토리 여부는 ‘얼마나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잘 해내느냐’에 달렸다는 것. 오죽하면 문학계의 소문난 입담으로 알려진 황석영 작가의 별명이 ‘황구라’이겠는가.

아이들은 누구나 그럴싸한 판타지 세계를 지니고 있다. 상상의 세계를 진심으로 믿기에 창작의 고통 따위는 없이 허구의 이야기를 마음껏 만들 수 있다. 물론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니며 자신의 상상을 그대로 말한 것으로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겠어?”라거나 “그런 거짓말은 안 돼” 하며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말하도록 가르친다.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자신이 지닌 고유한 상상의 세계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방송에서 김영하는 씁쓸하게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릴 때 천부적으로 지니고 있던 어떤 특별한 감각과 기능을 차츰 잃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고. 일본의 임상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도 자신의 저서 <아이들의 우주>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 글이 아이 키우는 부모들 마음에 와 닿을 것 같아 옮겨본다.

 


이 넓고 넓은 우주 속에 아이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아이들 각자가 우주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는 걸까? 어른들은 아이들의 왜소한 모습에 현혹되어 그들이 가진 광대한 우주의 존재는 잊어버리고 만다.

오히려 어른들은 작은 아이들을 하루빨리 어른이 되게 하려고 안달한 나머지 어린이 속에 있는 광대한 우주를 왜곡하거나 회복이 곤란할 정도로 파괴해버리기도 한다.

어른들은 이렇게 무서운 일을 ‘교육’이나 ‘지도’, 또는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기에 더욱더 견딜 수 없다. 문득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린이가 가진 이러한 멋진 우주의 존재를 조금씩 잊어가는 과정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재미없는 일이 아닌가. -가와이 하야오

잡학사전 아이들이 악동 캐릭터에 끌리는 이유는?
우리의 피노키오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타 공인 말썽꾸러기다.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 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심지어 사랑하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두고 가출까지 감행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렇게 말썽쟁이인 피노키오를 좋아한다.

어른들은 내 아이가 밝고 사랑스럽게 자라길 바라지만 아이들 마음속에는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가 늘 존재한다. 그런데 악동 캐릭터들이 ‘짓궂은 욕망’을 대신 실현시켜준다. 책 속, 만화 속 악동들은 엄마 아빠를 이기고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든다.

은밀하게 하고 싶었지만 본인은 하지 못한 걸 대신해주는 말썽꾸러기 캐릭터들을 보며 아이는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자신의 욕망 또한 비정상적이거나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이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 SCENE 6 강릉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 잡학 수다
강릉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도 잡학 박사님들의 수다 향연은 끝없이 이어진다. 한국의 연간 술 소비량, 세계적인 커피 소비국이 된 씁쓸한 현실, 그리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숫자 ‘3’에 대한 에피소드….

 


잡학사전 커피 소비량 전 세계 6위가 의미하는 것
피로감을 쫓기 위해 아침이면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직장인은 물론이요, 엄마들도 어린이집에 아이 보내고 나면 정신 좀 들어야겠다며 사약처럼 검은 커피를 머그잔 가득 채운다. 그런데 커피는 뇌를 학대한다는 게 정재승 박사의 설명.

뇌는 고작 1.4㎏으로 우리 몸의 2%밖에 불과하지만 뇌가 쓰는 음식 에너지는 무려 23%에 달한다. 그만큼 머리를 쓰는 게 힘든 일이란 뜻. 뇌를 많이 써서 피곤해지면 우리 몸은 ‘이제 뇌를 좀 쉬게 해야 돼’라는 신호를 보내고자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그런데 카페인이 하는 일이 바로 이 아데노신을 블록(block) 하는 일이다. 마치 우리 몸에 여전히 에너지가 남은 것처럼 속이는 것. 결국 너나 할 것 없이 커피를 마신 덕(?)에 연간 커피 소비량이 1인당 377잔(2016년 기준)에 달하는 커피공화국이 된 작금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굉장히 ‘피로한 사회’임을 말해주는 증거라 하니 씁쓸할 따름이다.

잠을 깨거나 바짝 활기를 내고자 커피 물을 끓이는 대신, 사랑하는 이들과 티타임을 갖기 위해 커피 잔을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꿈꿔본다.




잡학사전 알아두면 재미난 숫자 ‘3’ 이야기
가위바위보를 할 때도, 뭔가 내기를 할 때도 늘 삼세판이어야 하고 사진 찍을 때도 ‘하나, 둘, 셋!’을 외친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셋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슬기롭고 영민하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숫자 3을 완전한 수로 여겼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숫자 1은 남자(양)를 뜻하고, 숫자 2는 여자(음)를 뜻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남녀가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1과 2를 더한 숫자 3이 되기에 탄생의 의미를 담은 숫자 3이야말로 완전한 수라 여겼다.

그래서 신화 속 동물 삼족오(다리가 셋인 태양의 새)는 더없이 신성한 존재였다. 아이들과 함께 옛이야기 그림책을 보거나 만화영화를 볼 때 숫자 3의 상징을 짚어본다면 좀 더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세 차례의 난관, 세 가지 소원, <여우 누이>에 등장하는 총명한 셋째와 세 개의 호리병, ‘3년 고개’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숫자 ‘3’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최근 가장 핫한 예능을 꼽자면 누가 뭐라 해도 <알쓸신잡>. 정치·경제, 미식, 문화, 뇌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님들이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잡학 지식을 마구마구 쏟아내며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자글자글한 눈가 주름에 귀엽게 배 나온 중년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재미질 수 있다니…! 그들의 현란한 수다 빅뱅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육아지 에디터는 문득 여기에 ‘육아 잡학’을 더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알쓸신잡-육아 편>을 기획하기에 이르렀으니….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추경미, tvN 캡처
모델
송민재(6세)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일러스트
킨주리’s 작업실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봉쁘앙(02-3442-3012), 조엘(02-3442-3012), 컬리수(02-517-0071)

2017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추경미, tvN 캡처
모델
송민재(6세)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일러스트
킨주리’s 작업실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봉쁘앙(02-3442-3012), 조엘(02-3442-3012), 컬리수(02-517-0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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