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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의 여행육아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가 좋은 세 가지 이유

On June 12, 2017 0

 

흔히 ‘호텔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호텔은 언제나 선망의 공간이다. 하지만 여행자로서의 나는 호텔을 선호하지 않는다. 로비의 문이 닫히는 순간, 호텔은 여행자를 외부와 차단한다. 

 

 

길거리에서 노는 아이들, 골목을 맴도는 샤프란 향기, 릭샤 운전수들의 역동적인 외침…. 호텔에 갇힌 여행자는 ‘그곳’까지 자신을 불러들였던 ‘그곳 특유의 활기’를 상실한다. 아프리카든 미국이든 호텔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규격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급스럽고 안락하지만 개성이 없어 지루한 서비스들. 그래서 나는 어린 아들과 제3세계를 여행하면서 언제나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다. 그것도 그 마을에서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저렴할수록 다음의 세 가지 장점이 더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첫째, 언제나 아이에겐 친구가 있었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가족이 운영한다. 빨래는 고모가, 부엌은 엄마가, 집수리는 삼촌이 맡는 식이다. 

 

이는 아들 중빈이가 마당에 나가는 순간 고모네 자녀, 주인집 자녀, 삼촌네 자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축구팀을 짜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숫자의 아이 들. 

 

그렇게 어울려 한판 뛰어놀고 난 다음 날이면 주인집 큰아이가 새로 온 꼬마 손님을 골목길로 데리고 나가 으스댄다. “얜 코리아에서 왔어. 우리 집에 묵어.” 그걸로 끝이다. 중빈이는 동네 아이들 무리에 곧장 ‘in’ 되는 것이다.

 

둘째,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동안 엄마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나도 친구를 사귀어야지! 부엌으로 간다. 거기엔 주인집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 나는 설거지를 거들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녀는 이 이상한 손님 때문에 웃는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눈다. 언어가 다르지만 다 통한다. 남편 흉보기, 아이들에 대한 사랑, 이런 건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이면 그녀가 오토바이 운전석에 앉아 내게 함께 시장에 갈 거냐고 묻는다. 냉큼 뒷자리에 올라탄다. 그걸로 끝이다.

 

그녀와 함께 간 시장에서 나는 더 이상 시장 사람들이 바가지를 씌우려 드는 외국 관광객이 아니다. 시장의 현지인들 무리에 곧장 ‘in’ 되는 것이다.


셋째, 언제나 공간이 열려 있다. 새로운 곳에 도착한 날이면 우리는 학교 앞으로가 하굣길의 아이들에게 알리곤 한다. “얘들아, 아무개네 게스트하우스로 와. 그럼 내 아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해줄 거고 나는 그림책을 읽어줄 거야.” 

 

그러면 정말로 구름떼처럼 아이들이 게스트하우스로 온다. 모니터가 없는 곳의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동네 이벤트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연주가 끝나면 중빈이는 남자아이들과 우르르 놀러 나간다. 

 

나는 여자아이들과 책을 읽고 소꿉놀이도 한다. 나눔이나 봉사의 작디작은 씨앗은 따지고 보면 이 게스트하우스 라는 열린 공간 안에 숨어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호텔에 묵을 수밖에 없다고? 천만의 말씀. 나이는 중요치 않다. 관광객은 호텔에 묵고, 여행자는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 

오소희 씨는요…

오소희 씨는요…

여행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13년 전 당시 세 살이던 아들 중빈이를 데리고 터키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다.
학교에서 체득한 지식보다 길을 걷고, 보고, 체감하는 여행의 힘을 믿는다. 블로 그(blog.naver.com/endofpacific)에서 그녀의 여행기를 만날 수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7년 06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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