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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그 후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이야기하다

On June 05, 2017 0

파란만장했던 19대 대선이 치러지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컸던 만큼 이번 정권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새 정부의 육아정책에 보이는 관심은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5월 9일 치러진 19대 대선은 역대 대통령 선거 중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선거일 듯하다. 전례 없던 비선 실세 스캔들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어나가 전임 대통령을 탄핵시킨 후 치른 보궐선거이기 때문이다.

 

예정보다 9개월이나 빨리, 단 60일 만에 진행된 19대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시대를 열망 하는 국민들의 염원 그 자체였다.이번 대선은 사상이나 이념, 네거티브 공세보다는 ‘정책’을 중점에 두고 후보 자를 선택하려는 유권자가 더 많았다. 

 

‘헬조선’이라고 불릴 만큼 팍팍해진 서민의 현실을 반영한 공약이 눈에 띄게 많았는데, 단연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것은 보육·교육·환경 정책이었다. 

 

출산율 저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미세먼지 공포, 워킹맘 공무원 과로사 사건…. 아이 하나 낳아 키우기가 너무나도 불안하고 어려운 시대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잡기 위해 후보들은 ‘아 동수당 지급’, ‘육아휴직 3년법’, ‘학제 개편’, ‘슈퍼우먼 방지법’ 등 파격적(!)인 육아·보육 정책을 내세우며 엄마 아빠들의 표심을 얻으려 애썼다.

 

 


 …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는 이런 정책을 원한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진정 원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이 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 대표 육아잡지 <베스트베 이비>와 <맘앤앙팡>은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육아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선이 치러지기 3주 전인 지난 4월 17일, 아이 키우는 엄마 아빠 10명이 모여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해보고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진 것. 

 

평범하지만 이 시대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부모들과 함께한 이번 간담회는 보육정책, 아빠 육아, 워킹맘정책, 환경정책, 교육정책 총 5가지 주제로 나누어 후보자별 정책을 비교하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환경은 어떻게 조성되어야 하는지, 실제로 아이를 키우 면서 절실했던 정책은 무엇인지도 함께 다루었다. 

 

 1  엄마의 고충을 이해하는 보육정책

하루가 멀다 하고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고, 매년 12월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학 전쟁을 치러야 하는 부모들. 대부분 후보가 국공립 보육기관을 확충하겠다, 

 

양육비를 인상해서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 와중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 참석해 ‘대형 단설 유치원 설립을 자제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 특히 맘카페 회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공립 보육기관이 부족한 현실에 맞지 않는 발언이며, 안 후보가 보육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는 양육비 인상이나 아동수당 지급에 대해 크게 반색하지는 않았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선심공약’이 아닌가 싶다는 엄마도 있었다.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과 전업맘 역차별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맞춤형 보육제도’ 개선을 더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7살과 9살 두 딸을 키우며 자영업에 종사하는 나정희 씨는 일하는 엄마지만 서류상 ‘워킹맘’임을 증명하지 못해 아이를 유치원 종일반이나 초등학교 돌봄 교실에 보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보람 씨는 “종일제와 반일제로 나눈다는것 자체가 워킹맘과 전업맘을 대립시키는 정책”이라며 “종일제와 반일제를 나누는 합당한 기준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고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김무영 씨의 의견도 있었다.

 

보육시설 인프라가 확충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참석자 대부분의 의견. 특히 늦게 퇴근하는 부모들이 보육시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월 10만원 아동수당 도입, 현재 전체의 3% 수준인 국공립 어린이 집을 40%까지 확충,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게 주요 내용 이다.

 

떨어지는 출산율을 잡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공약이 얼마나 이행될지 부모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맡겨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보육정책이 필요해요. 

이보람  (육아휴직 중, 자녀 생후 13개월, 초1)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입덧도 심하고 너무 힘들어서 첫째 아이 유치원 추첨에 가지 못했어요. 결국 유치원 입학은 포기하고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죠. 보육시설에 아이를 입소시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정은 (전업주부, 자녀 생후 15개월, 만 4세)

 

 2  ​ 실현 가능성 있는 아빠 육아정책 시급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도 대선에 등장한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대부분 후보들이 육아휴직 대상 범위를 현행보다 늘리겠다고 했고, ‘아빠 육아’를 위한 배우자 출산휴가 보장 제도도 약속했다.

 

이에 대해 보육정책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을 의심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미 배우자의 육아휴직은 제도화되어 있으나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 

 

육아휴직제는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 남녀가 각각 최대 1년간 육아휴직을 할 수 있고, 육아휴직 기간에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 를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제도다. 

 

법정 의무 제도이긴 하지만 남성이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 게 현실. 2016년 9월 말 기준 전체 육아휴직자 대비 남성 육아 휴직자의 비율은 7.9%로 전년에 비하면 2.3% 증가한 수치지만 주변에서 육아 휴직을 한 남성을 찾아보기는 여전히 힘들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아빠 육아 권리를 되찾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 하다며 육아휴직 보상제와 징벌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육아휴직 사용이 급여나 인사고과에 플러스로 작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모든 아빠들이 자신 있게 휴가계획서를 제출하게 될 거라는 이보람 씨의 의견이 있었고, 김동환 씨는 법규 위반 시 사측이 불이익을 받는 징벌제로 가는 게훨씬 현실성이 있을 거라고 봤다.

 

“신호위반 벌금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누가 신호위반을 하겠느냐”며 보상제보다는 회사의 처벌을 강화해서 남성의 육아휴직이 당연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 휴직 제도는 노동 제도 개선과 맞물려 함께 가지 않는 이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편도 육아휴직이 가능하면 좋을텐데 회사 분위기가 전혀 조성되지 않아 불만이에요

 

 김정순 (육아휴직 중, 자녀 생후 15개월, 만 4세)

 

 

실제로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어요. 누구라도 육아휴직 이후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를 걱정하지 않을까요?​ 

 

최은섭 (회사원, 자녀 만 4세, 초2)

 3  기존 ‘워킹맘’ 정책이라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올 초에 아이 셋을 둔 워킹맘이 회사에서 과로사한 사건이 사회적으로큰 문제로 부각된 바 있다. 일과 살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죽음은 ‘헬조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대선 주자들도 이런 문제점을 공감 하고 유연근무제, 직장 어린이집 확대, 임신기 육아휴직제, 퇴근 후 SNS를 통한 업무 지시 금지 등 워킹맘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애 씨는 “유연근무제는 이미 제도화된 좋은 정책이지만 많은 워킹맘들이 주변의 시선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데 부담을 느낀 다”고 말했다.

 

현재 공무원 유연근무제,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가 최대 1년의 휴직 대신 근로시간 단축 신청 후 단축 급여를 받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존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기에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 보다는 시간제 보육이나 돌봄교실 등 기존의 제도를 보완하고 더 잘 활용할 수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어린이집 교사들도 어느 누군가의 엄마일 텐데 그들도 빨리 퇴근해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지 않을까요? 보육교사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동환 (기자, 자녀 생후 33개월, 만 6세)

 

 

 

현재 있는 좋은 정책이라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유연근무제나 배우자 육아휴직 제도 등이 대표적이죠. 
​ 최수진 (워킹맘, 자녀 생후 15개월)

 

 

 4  ​ 일상생활의 불편함부터 해결하는 환경정책

이번 대선의 메가 이슈 중 하나는 ‘환경정책’이었다. 몇 년 전부터 부쩍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이후 환기는 물론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 5월 초 황사와 미세먼지가 동시에 한반도를 공격(?)했을 때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이 오갈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실내에서 ‘고등어구이’를 하지 말라는 등 엉뚱한 대책을 내놓아 비난받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외교, 사업장 관리규제 강화와 경유차 제한 등을 공약 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엄마들이 원했던 건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들을 당장 해결하는 것이다. 매일 새것으로 구입해야 하는 황사 마스크 비용 지원과 아이가 등원하는 보육기관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주기를 바랐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5일 차인 5월 15일에 ‘미세먼지에 대한 응급 대책으로 30 년 이상 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8곳을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내년부터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적은 3~6월까지 4개월 동안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정부의 미세먼지에 대한 강력한 해결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도 필요하지만 당장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마스크 가격부터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나정희 (워킹맘, 자녀 만 6세, 초2)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주거 환경 개선 정책이 필요해요. 

 

김무영 (작가, 자녀 초5, 초3)

 5  ​ 아이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교육정책

아이의 교육 문제로 이민 한 번쯤 고민 안 해본 부모는 없을 것이다. 대학 입시를 위해 초등학교부터 경쟁을 시작해야 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입시 위주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수많은 교육 정책이 있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도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그리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 등장한 교육 공약 중 최고 관심을 모은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학제 개편론. 현행 6-3-3년 제도를 만 5세에 입학하는 5-5-2년 제도로 수정하자는 게 골자였는데, 그대로 진행될 경우 첫 해에 만 5세와 만 6세가 동시에 입학해서 혼란이 빚어지게 되고 중학교를 5년 다니게 되면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학제 개편에 수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이런 우려에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국민들의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 외에도 특목고 폐지, 직업학교 확대, 대입 간소화 등 입시 관련 공약이 주요 이슈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이 가장 의미 있다고 손꼽은 정책은 의외로 ‘직업학교 확충’. 

 

나정희 씨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적성을 찾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 확립되고 자녀가 원한다면 ‘직업학교’에 진학시킬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정애 씨는 현재 시행 중인 ‘혁신학교’ 같은 좋은 제도를 잘 발전시켜 많은 부모들에게 환영받는 학교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6세 아이들이 제2외국어까지 배우는 현실에 적응할 수 없어좀 더 자유로운 교육 환경이 제공되는 외국으로 이민을 고민하고 있어요. 

 

오가연 (전업주부, 자녀 만 3세)

 

 

새로운 정책도 필요하지만 혁신학교처럼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교육정책이 더 발전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정애 (육아휴직 중, 자녀 생후 24개월, 만 4세)

 

 …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좀 더 나은 곳이길 !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을 내건 것에 우려를 나타냈고, 새로운 정책으로 또다시 혼란을 가져오는 것보다는 기존 정책을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말로 출산을 장려 하는 길이 무엇인지, 아이와 부모를 위하는 길은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있었다. 

 

5월 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의 육아·교육·환경 공약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까? 이제 열흘 남짓이긴 하나 후보 시절 공약을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우리가 바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정치적 의견은 달라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하나일 터. 문재인 정부의 건투를 빈다.

 

파란만장했던 19대 대선이 치러지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컸던 만큼 이번 정권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새 정부의 육아정책에 보이는 관심은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류승연(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 이지아(f1 스튜디오)

2017년 06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심효진 기자, 류승연(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 이지아(f1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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