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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실전육아

‘공동육아구역’은 늘 옳다

On May 29, 2017 0

 

 

 

나에게는 일주일에 서너 번 만나는 육아 동지들이 있다. 문화센터에 같이 가고,볕이 좋은 날엔 유모차 끌고 동네 공원에 모이고, 남편 퇴근이 늦으면 불러내 저녁도 먹는다. 하루는 잠든 아이를 남편들에게 맡기고 동네 번화가에 모여 닭발과 소주로 까만 밤을 하얗게 불태우기도 했다. 

 

육아 스트레스를 ‘뻥!’ 하고 날린그런 날이었다. 출산 전까지만 해도 온종일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잤다.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집 앞 마트에 가본 적은 손에 꼽았다. 외식도 맨날 가던 양꼬치집이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동네 터줏대감이자 산후조리원 동기인 육아 동지들 덕분에 동네 지리도 빠삭해지고 맛집도 줄줄 꿰게 되었다. 문득 이들과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산후조리원에서의 하루 이틀은 일주일만 있다 나가야겠다 싶을 정도로 갑갑했다.

 

산후 마사지, 흑백 모빌 만들기 등 빼곡한 프로그램과 틈만 나면 울려대는 수유콜 때문에 사실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었지만 몸이 그렇게나 바쁜 와중에도 마음은 헛헛하고 심심하고 영 불편했다. 

 

소 낯도 좀 가리는 편이라 ‘과연 이곳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스스로를 시험하는 마음으로 수유실에 들어서니 입소한 지 꽤 오래돼 보이는 산모들이 이미 그들만의 돈독한 친분을 과시하며 육아 난상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 갓 입소한 새내기 산모들은 서툰 자세로 조용히 수유에만 몰두했다. 그러던 중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소한 한 산모가 말을 걸어 왔다. “같은 날 들어 온 거 같은데 밥 같이 먹을래요?” 그렇게 하나둘 인연이 된 사람들과 벌써 9개월째.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퇴소 후 백일간의 금욕 생활을 마치고 동네 백화점 입구에서 만나 아직 신생아 티 벗지 못한 작은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란히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힐끔 쳐다보며 “산후조리원 동기인가 봐”라고 속삭였다. 그런 말을 들으면 왠지 ‘백’이 생긴 듯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마을 전체가 아이의 부모이자 선생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엄마 혼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미이리라.

 

아이를 키우면서 이웃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오갔던 이웃집과 엄마 친구의 자식이 내 친구이기도 했던 그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모습을 지금 내가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10년, 20년 지기 친구들도 결혼 후에는 다 뿔뿔이 흩어져 자주 보기 어려운데, 조리원 동기들은 가까이 사는데다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서 그런지 더 편하다. 

 

게다가 아이들 출생 시기도 비슷해 육아용품이며 정보등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자주 보게 되는 게 사실이다.이웃과 함께하는 육아는 외롭지 않고 무척이나 즐겁다. 

 

혼자서 안달복달할 필요 없고 육아 고민을 나누고 공감대도 형성되니 어찌나 든든한지! 전세 계약이 끝나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앞둔 지금, 무척이나 아쉽고 벌써부터 이 동네가 그리워지는 건 바로 나의 이웃이자 산후조리원 동기들이 있는 까닭일 게다. 

 

무엇이든 혼자는 힘든 법. 함께하는 육아는 기쁨은 배가되고 고됨은 반으로 줄여준다. 이사 가는 그곳에서도 지금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또 여기에서만큼 좋은 육아 동지들을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이아란 씨는요…

이아란 씨는요…

전 <베스트베이비> 기자로 9개월 된 딸 예서를 둔 초보맘. 3년간 육아지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늘도 ‘초보’딱지를 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7년 05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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