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사회/정책

전문가가 본 대한민국의 육아 현실 ①

육아정책연구소 우남희 소장 “육아, 힘든 만큼 기쁨도 크지요”

On March 16, 2017 0

종종 언론에 출산·육아와 관련된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이슈 가 되곤 한다. 눈 밝은 독자라면 그 연구들의 출처 중 ‘육아정책연구소 에 따르면…’이라는 멘트를 본 적이 있을 거다. 연간 60여 건 이상의 연 구를 진행하며 대한민국의 육아 문제와 현안을 고민하고 연구 중인 육 아정책연구소의 우남희 소장을 만났다.

PART 2 — 전문가가 본 대한민국의 육아 현실 ① 

 

육아정책연구소 우남희 소장

“육아, 힘든 만큼 기쁨도 크지요”​ 

 

종종 언론에 출산·육아와 관련된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이슈가 되곤 한다. 눈 밝은 독자라면 그 연구들의 출처 중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이라는 멘트를 본 적이 있을 거다. 연간 60여 건 이상의 연구를 진행하며 대한민국의 육아 문제와 현안을 고민하고 연구 중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우남희 소장을 만났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전문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지만 보통 부모님들은 모르는 분이 훨씬 많을 거예요. 육아정책연구소는 육아 정책을 세우기 위한 기초 연구를 하는 곳입니다. 

 

부모님들과 직접적으로 접점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연구 사례를 통해 부모님들을 만나곤 하죠. 지난해부터는 부모님들의 말씀에 좀 더 귀 기울이고 가까이 다가가려고 SNS 채널을 운영하고 육아토크 콘서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연구를 하나요?연구소 홈페이지(www.kicce.re.kr)에 들어가 보니 그간 축적된 자료도 무척 많고 현안 연구도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1년에 60~70건, 보통 매년 65건 이상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영유아 사교육 노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안전관리 문제’, ‘어린이집 CCTV 의무화와 실효성’, ‘조부모의 황혼육아 실태와 지원 방안’ 등등 원내 연구원들이 연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주제와 관련해 계획서를 냅니다. 

 

그리고 관련 부처(교육부·복지부)에서 원하는 연구가 있는지 수요 조사를 하고 전문가 교수진의 의견도 참고하죠. 그중 가장 시급하게 여겨지는 주제를 선정합니다. 


​연구를 진행하며 많은 부모님들의 의견을 접하셨을 텐데요. 현장에서 듣게 되는 실질적인 고민은 무엇이던가요?

부모님들 고민, 정말 너무 많죠.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걸 꼽자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아이를 보낼 기관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엄밀히 데이터만 보자면 기관이 부족하진 않아요. 전국적으로 볼 때 수요 공급은 맞거든요.

 

보낼 곳이 없다는 말에는 ‘내가 원하는 곳’, ‘흡족한 곳’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국공립이면 좋겠고 집과 가까워야 되고 시설이나 평도 좋길 바라는 게 당연히 부모 마음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공립은 한정되어 있고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이 70~80% 이상을 차지해요. 정부에서는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을 150개씩 증설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실제로 1년에 150~180개 정도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정도로 체감은 안 되죠. 현재 어린이집 수가 4만2000~4만3000개 정도인데 거기서 100개, 200개 늘어나는 건 적은 비율이니까요. 그​리고 워낙 어린이집 수가 많다 보니 질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어요. 

 

전체 보육의 질을 한꺼번에 올리는 게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거예요. 그래도 평가인증제 이후 전체적으로는 많이 나아졌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www.childcare.go.kr)에서 ‘어린이집 찾기’ 항목을 클릭하면 평가인증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6가지 영역의 평가 점수를 확인할 수 있으며 90점 이상인 어린이집은 금메달 표시가 되어 있다.​ 

 


​보육 문제 못지않게 고민하는 부분이 ‘육아비’ 아닌가요? 최근에 육아정책연구소에서도 관련 조사가 이루어졌던데요.

2016년에 ‘육아문화 인식 조사(육아문화 개선 방안 연구)’ 연구를 실시하고 최근에 결과를 발표했어요. 가계 지출의 30% 이상을 육아비로 쓰고 있었어요. 육아비 지출이 필요 이상 많다는 사실을 알고 부담스러워 하지만 그렇다고 지출을 줄이지는 못해요. 

 

특히 육아비 중에서도 사교육비 비중이 정말 크더군요. 그냥 안 시키면 그만이지만 어디 부모 마음이 그런가요. 내 아이만 안 시키면 불안해지고, 아이한테 미안해하고, 또 이웃 아이 하는 거 보면서 경쟁하다 보니 서로 간에 상승 작용이 일어나요. 사교육비로 1년에 수조 원을 쓰는 나라잖아요. 

 

이 어마어마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지난 20년 동안 부단히 연구했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돼요. 과거와 달리 한둘만 낳아 키우다 보니 그 아이에게 전력을 쏟는 거죠.


​많은 연구 중 특히 기억에 남거나 의미 있게 여겨진 건이 있다면?

역시 사교육비에 관한 주제예요. 사교육비 중에서 어떤 데 가장 많이 돈이 들 것 같아요? 학원비 비중이 정말 높아요. 그중에서도 영어학원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요. 

 

아이의 뇌 발달을 보면 너무 어린 나이에 영어를 배우는 게 효과가 없다는 게 정설이에요. 유치원 선생님들도 사실 다 알거든요. 효과가 없다는 거 뻔히 알지만 영어를 내세우지 않으면 원아 모집이 안 되고 엄마들이 원하니까 또 할 수밖에 없는 거죠. 

 

문제는 돈 낭비일 뿐 아니라 아이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거예요. 한때 교육현장에서 1학년 교과목에 영어를 넣으려는 시도가 있었고 실제로 시범학교도 운영했어요. 그런데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가 없어 결국 시행하지 않았고 ‘초등 3학년 때 주 2시간’ 하는 것으로 결론 났어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1학년 교과에 영어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만 듣고도 선행학습을 시작하더군요. 가르치면 웬만큼은 다 따라오고 해내죠. 하지만 효과 면에서 초등학교 가서 한 달이면 배울 걸 굳이 어릴 때 큰 비용, 긴 기간을 들여 1년씩, 6​개월씩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영어에 관한 한 ‘내가 어릴 때 못 배운 탓 에 이렇게 고생이다’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혀 있어요. 그래서 영어 대신 중국어를 외국어로 지정해 유아·초등·대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한 실험도 해봤어요. 사후에 효과를 측정해보니 유아 < 초등 < 대학생 순으로 나왔어요. 

 

조기 외국어 교육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났죠. 물론 이런 연구 결과가 부모님들을 당장 변화시키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영향은 미칠 거고, 조금씩 변화하는 데 도움은 될 거라 생각해요.

 

​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과거의 부모 VS 현재 부모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가정에서 자녀 양육이 충분히 가능한 환경임에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 손해라는 생각을 갖는 부모가 많아졌다는 점이었어요. 정부에서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잖아요? 단순히 돈 액수로만 비교한다면 집에서 아이 보는 게 손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하지만 뭐가 ‘손해’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아이들 발달 상황이나 가정 양육의 장점도 깊이 생각해보고요. 맞벌이 가정이라면 당연히 보육을 도맡을 곳이 필요 하죠. 아이 키우는 게 절대 쉬울 수 없으니 전업맘이라도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때 도움이 필요할 거고요. 

 

하지만 가정 양육이 가능한데도 보육 시설에 맡겨놓고, 그 꼬물거리는 예쁜 시기를 다 놓치는 게 안타깝단 생각이 들어요. 또 달라진 육아 풍경을 꼽자면 요즘 부모들이 정말 똑똑하고 합리적이라는 거예요. 물려받는 것, 중고 쓰는 거에 전혀 거부감이 없어요. 

 

그리고 비싼 육아용품을 구입할 때도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본인들도 알고 있어요. 문제는 상업적인 것들이 끼어들면서 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이에요. 한마디로 휩쓸리는 거죠. 몇 백 만원 유모차 없어도 애 잘 키울 수 있다는 거 아는데, 일단 고가 유모차를 보면 몇 십만원짜리는 눈에 안차는 거예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사면 아이한테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갖더군요.산후 조리원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를 낳았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일 때 대신 몸조리를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완전히 사업이 되어버렸어요. 

 

사업 관점으로 접근하다 보니 자꾸 사업 쪽으로 방향이 나가요. 조리원에서 갖은 서비스를 다 해주는 것 같지만, 곰곰이 따져보세요. 어떻게 보면 아이와 부모가 맨 처음 만나 서로 적응하며 좋은 관계를 맺어가야 할 타이밍을 빼앗기는 거예요. 사실 젊은 부부들이 그렇게 돈이 많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잘못된 상업 주의 탓에 시작부터 삐끗거리기 시작해요. 우리는 돈 벌려고 작정한 사람을 막을 수도 이길 수도 없거든요. 이미 흐름은 흘러가고 있고 제어하기 힘들어요. 

 

연구소에서 조리원에 대한 조사도 했는데 절대 데이터 노출을 안 해서 경험자 조사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으려면 데이터가 충분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안타깝죠. 노출이 안 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문제가 터질 거예요. 불거지기 전에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랄 뿐이에요.​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이자 선배 엄마로서 부모님들께 당부와격려의 한마디를 전한다면?

육아 힘들어요. 맞아요. 그래도 애 좀 낳았으면 해요. 혼밥, 혼술도 좋죠. 그리고 자녀가 없더라도 앞으로 제도적인 부분이 지금보다 많이 보완​될 거예요. 하지만 노년이 되어 곁에 남겨진 가족이 없다면 너무 쓸쓸한 빈 둥지 아닐까요.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뻔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결혼과 출산은 분명 때가 있어요. 시한부인 거죠. 요즘 저희 연구소 모토가 ‘출산 없이는 육아도 없다’예요. 애를 낳아야 연구도 할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하죠. 

 

우리나라에도 좋은 제도는 참 많아요. 출산휴가, 육아휴직, 시간탄력제…. 그런데 다들 쓰질 못해요.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써요. 당장 책상 빠질까 봐, 혹시 아빠가 육아휴직이라도 신청하면 ‘사내가 무슨 육아냐’ 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죠. 

 

그래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예요. 전문가 패널과 부모님들을 모셔놓고 종종 육아 토크를 진행하다 보면 젊은 부부들이 속내를 털어놓으며 너무 힘들다며 북받쳐 우는 경우가 꽤 많아요. 

 

그만큼 육아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겠죠. 연구소에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부모님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도 더 자주 만들 거고요. 아이 낳아 키우는 일이 정말 힘들지만 큰 기쁨이 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열심히 연구하는 게 저희의 몫이겠죠.​  

Credit Info

기획
박시전·전미희·심효진 기자
사진
추경미, 안현지

2017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전미희·심효진 기자
사진
추경미, 안현지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