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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과 틀림

On March 14, 2017 0

 


지금까지 딸 둘을 가정 어린이집에 같이 보냈다. 커플룩을 입은 자매가 어린이집 거실에 나란히 앉아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아이들이 잠시 맡겨진 시간에 아내는 밀린 집안일을 정비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을 것이다. 큰아이는 이제 유치원에 간다. 

 

 

집에서 가까이에 특수학교가 있어 그곳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 통합교육에 대한 은근한 미련이 남았으나, 가정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지 못했다. 학교의 시스템과 교육 환경, 그 안의 학생들에 대한 풍문은 장애인인 내 아이를 일반 학교에 보내기를 더욱 주저하게 만들었다. 

 

조금 엉뚱하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성적 지향이 다르면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다른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물며 우리의 아이들은 어떨까. 다름은 곧 틀림이 되고, 틀린 것은 괴롭힘을 당할 귀책사유가 된다.

 

작은 아이도 아파트 1층의 어린이집을 떠나게 되었다. 이 친구는 워낙 바쁘게 뛰어다니는 스타일인데다 자기표현도 빠르고 강하다. 부모가 보기에 어린이집은 좁아 보였다. 얼마나 좁았는지 녀석은 친구들과 자주 다퉜다. 손톱을 자주 깎아주는데도 불구하고 친구 얼굴이나 손등에 자국을 남기고는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스트레스가 꽤 컸다. 문자를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더 이상 별스러운 문제는 없었고 아이의 싸우는 버릇도 이제는 잠잠해졌지만 아이에게 환경 변화를 주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비슷한 아이가 하나 더 있었다. 

 

째보다 정도가 심하긴 했지만 그래 봐야 아이들이 아옹다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몇 아이의 부모가 항의를 했고 그 아이는 어린이집을 타의로 옮겨야 했다.그 친구는 다문화가정의 아이였다. 

 

엄마가 동남아 어딘가에서 온 것으로 보였다.내 아이와 다른 아이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어떤 점이 다른 걸까. 첫아이는 2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확증을 사회에서 받은 셈이다. 그런 친구들이 모이는 시설이나 학교는 지역공동체에서 집값을 떨어트리는 주범으로 몰리기 쉽다. 

 

약자를 혐오하는 것이다. 둘째 아이는 건강하다. (당연하게도) 천재는 아니겠으나 말도 빠른 편이고 발육도 좋다. 같은 반이었던 다른 아이는 조금 더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엄마의 한국말이 어눌했을 것이다. 크면 클수록 환경의 다름은 개인의 틀림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갖가지 차별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장애를 가진 큰아이가 성장하면서 겪을 차별과 배제가 두렵다. 동시에 작은아이가 자라면서 습득할 가능성이 있는 편견과 혐오가 두렵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두려움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다.오래전 베스트셀러 중에 이런 책이 있었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공정하게 행동하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으면 미안하다 말하라’, ‘매일 오후에는 낮잠을 자라’ 등등…. 정말 유치원에서 배우는 내용이 어른에게도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에세이다. 

 

요즘 아이들은 여기에 더해서 감각 수업이니, 체육 활동이니, 영어 수업이니 하는 것들을 배운다. 물론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지금 가장 필요한 교육은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명제를 몸에 익히는 것이다. 

 

차별하지 않고 혐오하지 않는 것이다. 피부색이 달라서, 뚱뚱해서, 여자라서, 동성애자라서, 장애인이라서…. 인간이 인간을 혐오하고 차별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사실을 유치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잘 가르쳐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세상에는 그것을 못 배운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전부 유치원에 다시 보낼 수도 없으니, 갈등을 중재하고 혐오를 말릴 사회적 비용이 괴이하게 크다. 

 

그러니까 매일 아침 유치원 버스에 오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존재들에게, 다른 존재도 나만큼 소중하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거기에서 새로운 사회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서효인 씨는요…

서효인 씨는요…

시인이자 은재·은유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남들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첫째 딸 은재를 키운 기록을 담은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을 펴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사회적 이슈를 그만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일러스트
이현주

2017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일러스트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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