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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WE CAN

On March 14, 2017 0


아이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원하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죽
어가는 경제를 회생시킨다거나 복지 패러다임을 싹 바꾸겠다는 거창하고 건설적인 약속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미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찍은 지 오래고, 당장 북유럽 수준의 꿈같은 복지가 실현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부모들이 바라는 건 지극히 현실적이다.

 

마음 놓고 아이 맡길 곳이 있었으면 좋겠고, 걱정 없이 애를 낳고싶고,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이 정도면 키울 만하구나, 행복감도 크고 보람도 있구나’ 그래서 먼저 태어난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 것. 딱 그만큼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부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심각한 현안으로 본다. 하지만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은 하나같이 동상이몽, 엇박자를 내기 일쑤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현안을 고민하고 정책을 짜는 이들이 당장 어린이집 문제로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 치솟는 물가와 육아비로 시름이 쌓여가는 부모들, 방과 후 안전하게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늘 불안하게 일하고 있는 워킹맘을 만나 조금만 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그토록 심각하다는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텐데 말이다.​ 

 

PART 1 엄마들의 목소리를 듣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 키우고 싶다! 

<베스트베이비>는 엄마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이길 바라는지 어떤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지 이웃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맞아, 맞아’ 맞장구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전문가들도 인터뷰했다. 육아정책이 큰 줄기를 잡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연구를 진행 중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우남희 소장, 그리고 최근 늦깎이 아빠 대열에 합류하며 대한민국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의 어려움을 실감한다는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를 만났다. 마지막으로, 빨라진 대선 시계로 속속 캠프를 꾸리고 있는 유력 대권주자들의 육아 공약도 살폈다.

 

시작은 미약하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공론의 장을 만들어 의견을 나누는 것, 나와 가족을 둘러싼 세상의 움직임을 방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 이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될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요… 

벚꽃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된 정치인들이 육아 정책을 내놓으며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파격적인 구호를 들고 나왔으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슈퍼우먼방지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들이 내놓은 정책이 얼마나 실현될지, 또 각 가정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그렇다면 부모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8명의 엄마를 만나 인터뷰한 결과 입을 모아 쏟아낸 얘기는 ‘정책의 실효성’ 이었다.

 

좋은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지원금을 받더라도 금액이 많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육아휴직. 육아휴직 이용 비율이 수치상으로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의 눈치를 보며 퇴사를 각오하고 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막상 온갖 눈치와 커리어 손해를 감수하며 감행​한 육아휴직 기간 중에는 월급의 절반 가량의 지원금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아이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세심하지 못한 제도 내용도 지적되고 있다. 가령 출산 초기에 육아휴직을 써버리면 아이가 부모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는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어찌어찌 버틴 엄마들도 이 시기를 끝내 넘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 아이 키우는 가정의 현실을 반영한 세심한 정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저녁이 있는 삶, 일과 가정의 양립을 바란다는 얘기도 줄을 이었다. 얼마 전 세 자녀를 둔 워킹맘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고자 늘 열심인 엄마였다고 한다. 

 

정시 퇴근은 ‘칼퇴근’이라는 말로 둔갑한 지 오래고, 주말 출근은 당연한 옵션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대다수는 과부하에 걸린 상태다. 거기에 육아와 살림까지 해내야 하는 워킹맘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아이를 기관에 맡길 경우 퇴근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아이 하원이 힘들고, 어린이집에 혼자 남아 있는 아이를 볼 때면 그저 미안하고 자책감이 몰려든다. 결국 조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다시 육아 전선에 뛰어들며 황혼 육아를 시작한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주 돌보기는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업무에 대한 부담을 조금만 덜어줘도, 출퇴근 시간이 조금만 조정돼도 아이를 돌보기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게 워킹맘들의 생각이다. 물가 안정과 양육비 지원, 사교육비 절감 등 경제적인 문제 또한 마찬가지. 

 

2월 13일, 여성가족부·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2016 육아문화 인식 조사’ 결과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총 345만8000원이며 육아 비용은 107만2000원으로 가계 지출의 평균 31%를 육아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3.3%는 육아 비용 지출이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맞벌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밖에도 육아의 책임을 전적으로 엄마에게만 묻는 사회적 분위기 개선과 보육시설 및 보육교사 확충,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자랄 수 있는 환경 마련 등이 꼽혔다.​ 

 

대한민국에 바란다! 


좋은 정책도 필요하지만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김윤희(21개월 희만맘)

여러 정치인이 육아휴직 기간을 몇 개월, 몇 년으로 늘리겠다고 말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나라에서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고 기업에서도 이를 당연하게 허용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정치인뿐만 아니라 개인의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 잘릴 각오를 하고 육아휴직을 회사에 요청했어요. 비슷한 상황인 직장 동료들과 함께요. 

 

의외로 회사에서는 휴직을 허용해줬고 복직을 한 지금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답니다.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부모가 많아진다면 사회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사교육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교육이 실현되길 바랍니다 - 이주희(7세 시윤·4세 소윤맘)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일곱 살 아들을 키우는 터라 아이 학교를 정하는 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이에요. 아직 아이가 어리고 한창 뛰어놀 나이라 조금 더 놔두었으면 하는 마음인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특히 한글이나 수학 등은 선행학습으로 어느 정도 떼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입학하자마자 책 읽기부터 시킨다고 들었어요. 학교는 그냥 시험만 보는 곳이 돼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공교육만으로 충분히 배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1학년이면 1학년생이 배울 수 있는 것을 가르치고 공부와 시험에 대한 압박보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3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절실해요 - 김민주(8세 리제·5세 의제맘)

워킹맘이라 항상 아이 돌봐줄 손이 부족해요. 사설 기관이나 베이비시터는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아 시부모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손주들을 돌보면서 체력이 많이 약해지신 것 같아 항상 죄송한 마음이에요.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기관이나 베이비시터 인력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지인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간제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 있다고​하는데요. 

 

가격도 저렴하고 국가에서 보증한 인력이라 매우 만족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 급하게 아이 봐줄 사람이 필요할 때는 이용하기 힘들다고 해요. 이런 부분을 좀 더 보완하면 맞벌이 부 부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교육비 부담 좀 줄여주세요 - 안유희(6세 동하맘)

아이를 많이 낳는 것도 좋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바르게 성장하려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보육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교육 분야 혜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사교육비에, 대학에 가면 어마어마한 등록금까지 내야 하니 부모들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맞벌이로 돈을 모을 수밖에 없죠. 아이 키우는 데 거의 집 한 채 값이 들다 보니 저희 부부도 둘째 낳는 건 엄두조차 내지 못해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장려금이나 보육료를 지급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에 대한 걱정을 덜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교육이 내실화된다면 각 가정마다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멀리 내다봤을 때 대학입시나 청년 실업 같은 문제도 해결될거라 생각해요.​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랐으면… - 김혜정(6세 루아·5세 아렌·3세 시아맘)

뉴질랜드 사람인 남편, 세 아이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어요. 결혼 전 뉴질랜드에서 잠깐 지낸 적이 있는데 한국과는 다른 육아 방식에 조금 놀랐어요. 

 

우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시험이나 경쟁을 강조하지 않아요.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 뛰노는 활동이 대부분이죠. 사교육을 시키는 분위기도 결코 아니고요. 

 

어린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아이들이 학원과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육아·출산 정책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 박미선(16개월 서준맘)

첫아이 임신 후 지자체에서 출산장려금 50만원을 지원받았는데요. 아예 출산장려금이 없는 지역도 있고 1000만원 넘게 받는 곳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차이가 너무 커서 놀랐어요. 

 

기저귀 바우처 역시 건강보험이 지역가입자인지 직장가입자인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다르다고 하더라​ 고요.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지역이건 물가나 경제 상황이 크게 차이나는 건 아닐 텐데 지원 내용이 크게 다른 걸 보면 가끔은 허탈할 때도 있어요.​

 

아이 유년기에 부모가 곁에서 충분히 사랑을 주고 키울 수 있는 사회면 좋겠어요 - 김현희(8세 아린·6세 윤하·5세 다연맘)

현재 휴직 중인 세 아이 엄마인데 첫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기라 고민이 많아요. 초등 저학년 때는 수업도 일찍 끝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시점이라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어릴 때 이미 육아휴직을 한 번 쓴 터라 올해엔 꼭 복직을 해야 해요. 아직 엄마 손길을 더 필요로 하는 세 아이를 볼 때마다 ‘내가 일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앞서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건 아닌지 때로는 제 자신이 기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정부에서는 나라에서 아이를 키울 테니 많이 낳으라고 얘기하는데, 무턱 대고 낳으라고 할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마음 편히 아이를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주는 게 우선 아닐까요? 

 

월차나 휴직제도, 근무 시간 등이 유연하게 운용됐으면 좋겠어요. 돈벌이에 급급하고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주고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정부 지원은 언제나 그림의 떡이에요 - 정민아(8세 서현·5세 성헌맘)

아이가 둘이지만 전업맘이라 그런지 정작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어요. 다섯 살인 둘째가 올해부터 유치원에 다니는데 국공립을 보내고 싶어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대기 신청을 해도 가망이 없더라고요. 

 

사립유치원에 보내면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수업 후 특별활동을 하면 결국 비용이 발생하니 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종일반 신청도 자격 조건이 엄청 까다로워서 결국 신청하지 못했어요. 

 

좋은 제도가 있어도 대상 선정이나 조건이 까다로워 그저 바라보기만 한답니다. 조건이 조금은 완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Credit Info

기획
박시전·전미희·심효진 기자
사진
추경미, 안현지
사진제공
서울문화사 자료실, 문재인 캠프, 안희정 캠프, 유승민 의원실
모델
이다연(5세), 박시윤(7세)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모이몰른(02-517-0071), 자라(02-512-0728), 미니멜리사(02-6911-0804), 봉쁘앙(02-3442-3012), 오즈키즈(02-517-7786), 탐스(02-514-9006)

2017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전미희·심효진 기자
사진
추경미, 안현지
사진제공
서울문화사 자료실, 문재인 캠프, 안희정 캠프, 유승민 의원실
모델
이다연(5세), 박시윤(7세)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모이몰른(02-517-0071), 자라(02-512-0728), 미니멜리사(02-6911-0804), 봉쁘앙(02-3442-3012), 오즈키즈(02-517-7786), 탐스(02-514-9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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