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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구나체’가 어려울까?

On February 13, 2017 0

‘그랬구나~ 네가 속상했구나~’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며 공감의 대화를 나누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는데, 정작 ‘그랬구나’란 말은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육아서에서 본 매뉴얼대로 ‘그랬구나~’라는 멘트를 던지고 나면 왠지 모르게 오글거리고 마치 연극 대본을 읽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다른 엄마 아빠도 그럴까? SNS의 ‘공감하기’ 버튼을 누르는 건 쉬운데, 정작 내 아이에게 공감하는 말을 건네는 건 왜 이렇게 어색할까.

자녀 양육에 대한 방송 몇 편만 봐도, 육아서 몇 권만 읽어도 감정 코칭이란 용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아이가 현재 느끼는 감정을 읽어내 ‘그랬구나’, ‘그래서 힘들었구나’, ‘짜증이 났구나’ 라는 말로 적절한 타이밍에 호응하며 그때그때 공감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한다. 

 

우리 문화에는 다소 생소했던 ‘감정 코칭’이라는 용어가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널리 공유되며 ‘그랬구나’, ‘~했구나’라는 말은 어느새 공감의 대표 멘트로 자리 잡았고, 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말투를 ‘구나체’라는 특별한 별칭으로 부르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랬.구.나!’라는 한마디를 자연스럽게 내뱉는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SOLUTION   

 

할리우드 엄마는 되고, 한국 엄마는 왜 안 될까?

할리우드 가족 영화에 이런 장면이 꼭 나온다. 이야기가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던 중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갈등이 해소된다. 부모는 아이를 자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구나’, ‘엄마가 정말 아임 쏘 쏘리하다’라고 말한다. 

 

아이 콘택트(eye contact)를 하던 둘은 이젠 서로를 이해하겠다는 듯 눈가가 촉촉해지고,마무리는 따뜻한 포옹으로 끝난다. 너무나 전형적인 나머지 식상하다 싶은 장면이지만 그럼에도 참 바람직한 공감의 예라 할 수 있다.

 

눈맞춤,경청, 스킨십이 삼박자를 이루며 ‘공감 매뉴얼’을 잘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평적인 대화와 스킨십이 기본 베이스로 깔린 가정이라면 애초에 ‘~했구나’라는 말투가 낯간지럽다고 고민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 엄마’가 할리우드 영화 속 자상한 부모가 되기란 어려운 노릇. 언제까지고 영혼 없는 ‘그랬구나’를 남발할 자신이 없다면 과감하게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자. 결론은 간단하다. 꼭 이 말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더 이상 ‘그랬구나’라는 말에 집착하지 않으면 된다

 

2 공감도 ‘내 방식’대로 하면 된다

‘~구나’가 아니어도 괜찮다. 진심어린 공감이 담긴 내 스타일의 말투, 행동이면 충분하다. 특정 화법과 대화 매뉴얼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그대로 따라하려 애쓰는 대신, 아이 말에 귀 기울이며 각자의 방식,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힘들었지?” “아니, 걔는 왜 그렇게 널 괴롭힌대?” “엄마가 혼내줄까?” “진짜 속상했겠다!” “우리 따뜻하게 코코아 한 잔 마시면서 마음 풀까?” 이렇게 내 식대로, 내가 쓰던 말투와 행동 그대로 아이에게 공감하는 게 포인트다. 

 

스스로 낯간지럽게 여겨졌던 말은 과감히 걷어내고 덜 민망한 말투, 원래 내 말투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그랬구나’가 즐겨 쓰던 말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평소에 하던 대로 말하면 된다. 육아서나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듣는 것이 기본기를 익히는 데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무조건 얽매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랬구나’라는 말보다 아이 손을 꼭 잡아주고, 귀 기울여 들어주고,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게 등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몸짓이 마음을 전하는 데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걸 기억하자.

 

3 무조건적인 ‘공감’은 오히려 해롭다

MBC 예능 <무한도전- 무한상사> 편에 ‘그랬구나’ 에피소드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진지하게 공감하는 대신 영혼 없이 반복적으로 ‘그랬구나’를 남발함으로써 정작 ‘너를 이해하겠다’는 진정성은 사라져버리는 것이 이 에피소드의 웃음 포인트였다. 

 

공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 단순히 응대하는 말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 담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데 있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겠다며 무조건 ‘그랬구나, 힘들구나, 네가 ~ 하고 싶은 거구나’라고 앵무새처럼 말만 되풀이 하고 어떤 행동도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이는 오히려 ‘엄마는 내 마음을 다 알면서 하나도 들어 주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좌절감만 들것이다. 

 

렇다고 아이의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라는 건 아니다. 아이가 상황에 맞지 않게 고집을 부린다면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로 달래기보다 ‘네가 ~하고 싶은 건 알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라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속상한 거 잘 알아. 엄마도 들어줄 수 없어 속상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라고 명확 하게 말하는 것. 신기하게도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여전히 자기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변함 없음에도 엄마가 자기 마음을 알아 준다는 사실만으로 위로받는 느낌이 들고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려 애쓴다. 이것이 바로 공감의 순기능이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이성우
모델
이윤하(6세)
도움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2017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이성우
모델
이윤하(6세)
도움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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