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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왜?> ②편

육아지 기자가 묻고 아동심리 전문가가 답하다

울음보 터진 우리 아이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On February 10, 2017 0

‘우리 아이는 왜?’ 시리즈 2편에서는 이해하고 싶어도 잘 이해되지 않는 ‘아이의 울음’에 대해 다룹니다. <베스트베이비>의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 악아동발달심리센터의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아이의 울음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초보 부모를 난감하게 만드는 아이의 울음, 과연 어떻 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  ​아이들은 어쩜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우는 걸까?

 …  ​박 기자 ▶ 초보맘들한테 아이 키우며 제일 당황스럽고 힘든 순간을 꼽으라 하면 아마 ‘아이가 울 때’일 거예요. 귀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온 힘을 다해우는 아이를 보면 어찌할 바를 몰라 엄마도 동동거리게 되죠. 

 

그런 면에서 아이의 울음은 좀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콧물이 입에 들어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체면 따위는 따지지도 않으니까요. 우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그 순간에 집중한다고 할까요? 이토록 순수한 울음이 또 있을까 싶어요.


 … ​ 김 소장 ▶ 때로 아이처럼 울고 싶지 않으세요? 아이들에게 우아한 눈물 따위는 없습니다. 어찌나 감정에 충실한지 온몸으로 울죠. 눈물로는 부족해 온몸의 구멍을 활짝 열고 콧물, 땀, 소변까지 온몸의 물이란 물은 모두 방출하면서요. 

 

어른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눈물보다 함께 쏟아지는 콧물부터 닦기 바쁠 텐데 말이죠. 아이는 주변의 시선보다는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우는 것 말고는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어 열심히 울기도 하죠. 말 못하는 아이에게는 울음이야말로 유일한 언어이고 강력한 무기일수밖에 없어요. 솔직히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엄마도 조용히 옹알거릴 때보다는 크게 울 때 아이에게 즉각 달려가게 되니까요. 울음은 아이 입장에서 강력한 생존 본능입니다.

 

 …  ​박 기자 ▶ ‘아이의 울음’ 편을 기획하면서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도 독자들에게 사진 공모를 받았는데요. 부모님들이 보내온 사연을 보니 주로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자기 뜻대로 안 되었을 때 그렇게 서럽게 울더라고요. 뭐, 당연한 말일 수 있겠지만 울음이야말로 아이의 강력한 언어이자 무기라는 소장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네요.


 … ​ 김 소장 ▶ 아이가 클수록 우는 이유와 상황은 다양해지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자기 욕구가 좌절됐을 때, 불편할 때 우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먹고 싶은데 못 먹고,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없을 때 아이는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는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좌절’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즉각 울어버리죠. 하지만 “아, 안 되는 것도 있구나. 포기도 해야 하고 기다리기도 해야 되는거구나”를 배우는 게 아이들에겐 큰 과업입니다. 좌절인내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지요. 

 

울면서 분노나 슬픔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 경험도 아이에게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즉각 달려가 해결해주기보다는 다독이며 진정시킨 뒤 아이가 차분해지고 나면 욕구를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차근차근 이야기해주세요. 그러면서 정서 조절 능력도 좋아지거든요.

 

 ->  ​돌아서니 생글생글~ 방금까지 울던 그 애 맞니?

 …  ​박 기자 ▶ ‘아이 울음’에 관해 집집마다 많고 많은 에피소드가 있을 거예요. 그중 하나가 조금 전까지 펑펑 울며 대성통곡하던 아이가 잠시 후 생글거리며 웃고 있을 때 아닐까요?

 

혼내고 다그친 게 미안해 달래줘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면서 들여다봤더니 언제 울었느냐는 듯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즐거워하고 있더라는 엄마들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 

 

아까 그 울음은 악어의 눈물이었나 싶기도 하고, 우리 애지만 어쩜 저리 속이 없을까 싶어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어쩜 그리도 감정 수습이 쉬운 걸까요?

 

 … ​ 김 소장 ▶ 맞아요. 아이의 그런 모습들이 재밌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죠. 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자책하던 엄마가 머쓱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것 보다 더 신기한 건 며칠 지난 후 뜬금없이 “엄마가 그때 나한테 막 소리 지르고 화내고 그랬지? 그래서 내가 울었지?” 하며 과거의 기억을 툭 꺼내놓는 겁니다.

 

 전혀 예상 못한 꼬맹이의 반격이라니…. 왜 이러는 걸까요? 아이가 우는 상황은 다양하지만 그 밑에는 바람을 이루지 못한 좌절감과 분노, 공포가 깔려 있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만 3세 전후에는 공포감 때문에, 또 4세 전후에는 좌절감 때문에 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이런 감정은 상황의 인과관계를 모두 덮어버릴 만큼 강렬하죠. 이렇게 폭풍우처럼 휘몰아온 감정은 엄마가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며 달래는 과정에서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일단 감정이 진정되고 나면 대개는 앞에 일어났던 상황은 잊어버리죠. 그렇다고 완전히 그 사건이 기억에서 지워진 건 아니고 조각조각 파편처럼 기억 저편에 묻혀 있다 문득 떠올라 생뚱맞게도 예전 얘기를 꺼내는 뒤끝을 보이는 겁니다. 

 

무슨 원한이 있어서 그러는 것도, 잘잘못을 따지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이 시기에 기억 저장 방식이 매끄럽지 못하고 무언가를 계기로 그 순간이 떠올라 되묻는 것일 뿐이에요. 그럴 때는 ‘그때 많이 속상했구나’ 하며 다독여주면 됩니다. 괜히 “네가 잘못했으니까 엄마가 혼낸 거지?” 하며 시시비비는 가리지 마시고요. 

 

 

 

 

 ->  ​아이 울음에 대한 우리의 대처법은?


 …  ​박 기자 ▶ 간혹 ‘얘가 일부러 우나? 울음을 이용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눈물은 거의 안 나고 목소리만 징징거리기도 하고요.


 … ​ 김 소장 ▶ ‘어, 쟤 봐라? 가짜로 우네’ 싶을 때도 있으시죠? 점점 클수록 울음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고, 우는 시늉만 하는 것 같은 때가 오죠. 이때 엄마는 아이 울음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 의심은 합리적이지만 일반화하지는 마세요. 괜히 화만 더 날 뿐이니까요. 

 

일명 ‘가짜 울음’은 목적을 위해 가장을 한다는 것이니 일단 백일 전 아기는 의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이때는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거나, 어딘가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일 때,그러니까 주로 생존을 위해 우는 거니까요. 목표 달성을 위한 가짜 울음은 사고·판단을 주관하는 대뇌피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관심을 받고 싶어서, 엄마를 내 뜻대로 움직이려고, 더 빨리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우는 것은 한편으로는 ‘머리를 쓴다’는 의미입니다.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이런 식의 판단과 태도가 굳어지지 않게 하려면 이럴 때 만큼은 ‘속상했구나’라는 공감보다 적당한 무시와 ‘기다려’, ‘안 돼’라는 단호함이 더 적절합니다. 벌써부터 거짓말하는 아이가 좀 얄미워도 ‘똑똑해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한편으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습니다.


 …  ​박 기자 ▶ 무조건 달래줄 것이냐, 울고불고 떼써도 아이의 고집을 꺾을때까지 내버려둘 것이냐(엄마의 스트레스 지수, 주변 민폐를 감수하고도!)…. 하루에도 몇 번씩 갈등하는 게 부모 마음인데요. 아이의 월령, 주변 상황에 따라 각각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아이가 울음을 터트릴 때 기본적인 대처법이 있지 않나요?


 … ​ 김 소장 ▶ 아이가 울면 일단 반응을 보여야 합니다. 바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는 않지만 엄마 아빠가 자신의 감정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려줘야 아이가 스트레스 상태에 계속 빠지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또 울음이 너무 길어지면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반응 회로가 과민해져 쉽게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는 몸으로 고착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듣기 좋을 리는 없지만 흘리지 못한 눈물은 마음에서 얼음이 되고 빙산이 됩니다.

 

어른이 돼서 그 얼음을 녹이는 작업은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힘든 일입니다. 안전하게 울기 위해 상담실을 찾아야 할 수도 있고요. 상대적으로 엄마들보다 아빠들이 아이 울음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살면서 아빠들이 눈물을 더 많이 참아왔고, 또 제대로 울어본 적이 없어서입니다. 아이 울음에 어떻게 대처할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의 감정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걸 일단 막고보는 것이지요. 아빠들도 슬픈 영화나 이야기를 핑계 삼아 오늘 한번 울어보세요. 아이를 키우는 다 큰 어른에게도 눈물은 꼭 필요하니까요.
 

김이경

김이경

놀이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아동심리상담사. 놀이가 아이와 부모를 잇는 다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상담실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으로 <베스트베이비>, <앙쥬> 등 여러 매체에 육아 칼럼을 기고한다

박시전

박시전

궁금증, 호기심 많은 15년차 육아지 기자. 아이 키우며 궁금한 게 생길 때면 편집회의와 꼼꼼한 취재를 거쳐 기사화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육아 전문 에디터로 현재 <베스트베이비> 객원기자.

Credit Info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이주현

2017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이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