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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적, 친정엄마

On February 06, 2017 0

친정엄마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비로소 친정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들 말하지만 어쩐 일인지 전보다 더 자주 부딪치게 된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어느 날은 전생에 웬수였나 싶을 정도로 독하게 다툴 때도 있다. 사실 친정엄마와 딸의 트러블은 오래된 역사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업과 진로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대학 졸업 후 취직과 결혼을 거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아이를 낳은 후 제2의 모녀전쟁이 시작된다. 친정엄마와 딸, 그 애증의 관계에 대하여.

‘친정엄마’, 한없이 애틋하고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고여야 할 것 같은 대상이지만 가끔은 남보다 못한 사이로 느껴질 때가 있다. ‘딸은 결혼하면 출가외인’이며 친정에는 일 년에 한두 번 가기도 힘든 옛시절이었다면 그 애틋함과 고마움의 무게가 훨씬 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 먼저 찾게 되는 곳도, 아이를 맡기고 회사로 복귀할 때도, 김치며 밑반찬, 이사 등 소소한 살림 문제들로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드는 곳도 모두 친정이다. 

 

친정엄마는 이제 나의 육아 파트너이자 조력자로서 결혼 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고민을 공유하는 존재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찰과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산물. 

 

가까운 사이라 격식을 차리지 않다 보니 감정이 도를 넘고 서로 쓴 소리를 건네다 골이 깊어져 종국에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시어머니가 더 편하다고 하는 아이 엄마들도 있을까. 자꾸만 어긋나는 친정엄마와의 관계,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친정엄마와의 전쟁이 시작되다

워킹맘 A씨는 오늘도 친정엄마와 한바탕 다투고 집을 나섰다. 아침부터 아이에게 빵이며, 과자며 내어주는 엄마의 모습에 벌컥 화를 내고 만 것이다. 아이에게는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 되도록 가공식품은 자제했는데 할머니만 오면 ‘과자 먹는 날’로 아는지 아이가 먼저 먹을거리를 찾는 게 아닌가. 

 

친정엄마에게 과자를 안 먹였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너도 다 그거 먹고 잘만 컸어. 유난스럽게 굴지 마”라는 까칠한 반응 을 대하니 속이 상한다. 그렇다고 강한 자세로 나갈 수도 없다. 내일부터 아이를 돌봐주지 않는다고 말하실까 두렵기 때문이다. 

 

전업맘 B씨는 최근 아이 교육 문제로 친정엄마와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 얼마 전 아이 영어 유치원을 알아보던 중 엄마의 매정한 한 마디가 비수처럼 꽂혀 아직도 쓰라리다. 

 

“돈 몇 푼 번다고 그런데를 보내냐. 신랑이 벌어다주는 돈 허튼 데 쓰지 말고 살림 알뜰하게 잘 할 궁리해!” 친구네 엄마는 유치원이며, 사교육비며 다 대준다던데 우리 엄마는 왜 내 돈으로 보내려는 것도 반대할까 야속한 마음에 싫은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와 며칠째 냉전 상태다결혼 후 모녀사이의 대표적인 갈등의 소재는 역시 ‘육아’.

 

아이를 낳고 친정엄마와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불편해졌다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 양육방식과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잡음이 잦은 다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미 육아를 겪어 온 친정엄마로서는 이제 막 초보맘 딱지를 붙인 자신의 딸이 불안하기만 하다.

 

면 각종 육아서를 섭렵해 이론에 빠삭하고 최신 정보로 무장한 딸에게는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엄마가 답답할 뿐이다. 자람가족학교의 이성아 대표는 친정엄마와 딸 사이 트러블의 근본 원인을 서로에게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해결책은 ‘적절한 거리두기’다.

 


놓지 못하는 엄마, 떠나지 못하는 딸

 

사실 엄마에게 자녀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 열 달을 한몸에 있었으니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물론 커가 면서도 아이에 대한 소유의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 희생도 마다않는다.

 

 그 이면에는 내가 못 다한 것을 아이를 통해 이루려는 마음도 있다. 그렇게 엄마들은 어느 새 삶에서 자신보다 자녀를 더 우위에 두고 살아가게 된다. 수험생인 딸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밥을 차리고 등하굣길을 책임지며 온갖 집안 살림을 다 해내는 엄마의 희생을 우리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덮어왔다. 

 

딸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이러한 풍경은 변함없다. 딸이 특별히 원한 것도 아닌데 먼저 반찬을 해다 나르고 육아도우미까지 자처하는 친정엄마.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사람은 자신이 한 만큼 받고 싶어 하는 보상심리가 있다.

 

내리사랑이라지만 자신이 이정도로 희생했는데 딸에게 물질적 대가는커녕 따뜻한 말 한 마디조차 듣지 못할 때면 ‘내가 왜 늘그막에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있는 걸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거기다 아이에게 과자 좀 먹였다고, TV 좀 보여줬다고 세상 큰일 난듯 야단법석 떠는 딸을 보고 있으면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딸만큼 손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는데 마치 자신의 사랑을 거부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렇다면 딸의 입장은 어떨까? 딸은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엄마의 사랑이 너무나 익숙하다. 자신의 의식주를 돌봐주고 가끔씩은 수행평가도, 부담스러운 일처리도 엄마가 척척해줬다. 그 그늘 아래서는 모든 게 자연스럽고 평화로웠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당연히 ‘친정찬스’를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친정엄마 라면 자신의 요청을 묵묵히 들어줄 것이리라. 그런생각이 깔려 있다 보니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는 엄마에게, 자꾸만 무언가를 바라는 엄마에게, 조부모 육아를 못하겠노라 선포하는 친정엄마에게 서운하다 못해 야속한 마음까지 든다. 

 

‘엄마라면 자식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엄마들은 먼저 나서서 아이도 돌봐주는 데 왜 우리 엄마만 다르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만 머무는게 아니라 밖으로 까지 비집고 나와 친정엄마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만다. 

 

다툼 후에는 두 사람 모두 깊은 죄책감에 빠진다. 친정엄마는 ‘내가 부족해서’,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딸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 딸은 ‘나쁜 딸이라서’, ‘잘나지 못한 딸이라서’ 엄마에게 죄스러울 뿐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위하여

 

그렇다면 친정엄마와의 관계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가장 확실한 답은 진정한 독립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친정엄마도 딸도 서로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떨어져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평생을 함께해 온 모녀지간인데 당장 거리를 두는 건 무척 힘든 일일 터. 우선 단계별로 차근차근 친정엄마와의 거리두기를 해 나가자. 우선 친정엄마 도움 없이도 살 수 있을 정도의 생활기반을 마련한다. 살림은 물론 금전적인 부분, 육아에 있어서도 가급적 부부 둘이서 해내는 것.

 

다만 지금 사회에서 조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를 키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므로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자책하지 않는다. 개인의 역량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구조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한다. 

 

대신 아이 양육을 부탁할 때 독립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노력한다. 즉,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되 선을 지키고 주 양육자로서 책임은 아이의 엄마 아빠가 지니는것. 

 

조부모는 육아를 도와주는 보조자라고 생각하고 무리한 부탁을 하는 일을 줄여 나가면 친정엄마 역시 육아에 있어서 과도한 권한을 갖지 않게 되고 엄마 아빠도 주 양육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다. 

 

친정엄마의 도움에는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뒤따라야 부탁하는 딸의 입장도 떳떳하고 친정엄마도 자신의 고생과 수고를 딸이 알아준다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또한 누구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젊은 세대로서는 친정엄마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을 때가 많다. 사 먹어도 될 김치를 왜 해마다 몸살을 앓아가며 담가야 하는지, 다 그렇게 크는 거라며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아이에게도 턱턱 내어주는지 딸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친정엄마들이 자라온 시대에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 시대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양육방식 차이에서 생기는 트러블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가짐도 잊지 않는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한 다음에는 의견을 조율해 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친정엄마와 딸의 불편한 관계의 원인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세상 누구보다 믿기 때문일 것이다. 늘 곁에 있던 친정엄마의 부재를 몇 시간 혹은 며칠 정도 견뎌보는 일, 남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리듯 어른스럽게 ‘부모’ 대접을 해 드리는 일, 아이에게 달디단 간식을 먹이시더라도 “잘했어, 엄마! 가끔은 그런 것도 필요하긴 하더라”고 한번 말해보는 일… 엉킨 관계를 푸는 열쇠는 이렇듯 사소한 한 마디 말과 행동이다.​

 

친정엄마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비로소 친정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들 말하지만 어쩐 일인지 전보다 더 자주 부딪치게 된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어느 날은 전생에 웬수였나 싶을 정도로 독하게 다툴 때도 있다. 사실 친정엄마와 딸의 트러블은 오래된 역사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업과 진로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대학 졸업 후 취직과 결혼을 거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아이를 낳은 후 제2의 모녀전쟁이 시작된다. 친정엄마와 딸, 그 애증의 관계에 대하여.

Credit Info

기획
전미희 기자
사진
이혜원
도움말
이성아(자람가족학교 대표)

2017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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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희 기자
사진
이혜원
도움말
이성아(자람가족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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