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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실전 육아

나의 순풍 출산기

On January 23, 2017 1


3년간 육아지 기자로 일하면서 입덧, 임신 중 다이어트, 튼살 관리, 임신 중 질환 
등 임신과 출산에 관련해 안 다뤄본 기사가 없을 정도라 내심 반전문가(!)는 된다고 여겼던 나. 하지만 온몸으로 겪은 임신·출산은 이론보다 훨씬 신비롭고 괴로웠으며 행복했고 신성했다.

 

이달부터 글로 배운 임신·출산·육아가 실전과는 어떻게 달랐는지를 생생하게 다뤄볼 예정인데, 첫 번째 주제는 ‘출산’으로 잡았다.대한민국, 아니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내 출산 스토리 역시 2박3일쯤 이야기해도 다 못 풀 사연으로 가득하다.


때는 지난 6월 24일, 지금으로부터 172일 전이다. 출산 예정일을 열흘 앞둔 날 새벽 2시, 생리통처럼 배가 살살 아팠다. 삼십 평생 처음 겪는 일이니 이게 진통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일단 곤히 자는 남편을 깨우기 전에 침착하게 진통 앱을 깔았다.

 

이슬도 가진통도 한 번 없어서 설마했는데 이런! 앱 속 정보가 가리키듯 진통이 10분 간격으로 규칙적이었다. 휴대폰을 쥐고선 끙끙대지만 여전히 꿈 속 여행 중인 남편. 어라? 이거 봐라? 앓는 소리의 데시벨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는 남편을 마구 흔들어 깨웠다. 

 

그제야 벌떡 일어난 남편은 “뭐? 괜찮아? 아기 나오는 거 아냐?”라고 큰 소리로 말하더니 발을 동동 구르며 부산하게 내 옷가지며 출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출산 임박인 줄 알고 병원 갔다 허탕 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기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한참 망설이다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곧바로 입원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곧 있으면 뱃속 아이와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분만대기실에 누워 있는데 간호사가 들어와 ‘출산 3대 굴욕’이라는 내진, 관장, 제모를 차례로 해주었다. 

 

처음 해본 관장은 변을 누는 느낌인데, 때마침 찾아온 초강력 진통 때문에 괄약근 힘 조절에 실패, 나도 모르게 침대에 그만…(이하 생략). 철딱서니 없는 내 남자. 킥킥 웃으며 ‘똥쟁이’라 놀리는데 머리를 콱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진통이 나를 말렸다. 

 

자궁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하는 내진과 감염 예방을 위한 제모는 별 문제없이 마무리. 입원 4시간 경과, 침대 가드를 붙잡고 씨름하다 무통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무통주사 한 방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진통이 누그러졌고 집 나간 정신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정말 살 것 같았다. 누가 발명했는지 넙죽 엎드려 절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남편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고 있는데 분만실에서 들려오는 살벌한 비명 소리. “선생님 저 못해요!!!”, “아니요. 이러다 저 죽어요~!”, “선생님!!!!”, “야, 나 죽는다고!!!!!!” 한 산모의 비명이 병원 전체를 들썩였고 나와 남편은 순간 얼음이 되어 서로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머잖아 내가 겪을 일이라고 생각하니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비명 소리는 이내 아기 울음소리로 바뀌었고 몇 분 뒤 간호사가 다가와 “놀라셨죠? 옛날에는 이렇게 소리 지르며 낳았는데 요즘엔 안 그래요. 병원 늦게 와서 무통주사를 못 맞고 분만할 때 종종 이래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가지세요.” 

 

하지만 놀란 가슴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고 곧이어 나도 밑이 빠질 듯 묵직해지더니 출산 임박을 알리는 양수가 터졌다. 유언(?)처럼“이따 카메라 꼭 챙기고 아기 사진 많이 찍어둬. 알았지?” 남편에게 신신당부를하고 이내 침대에 실려 분만실로 향했다.

 

무통주사 덕분인지 순산 체질인 건지 간호사와 몇 차례 호흡을 맞춰 힘을 주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수월하게 아기가 빠져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몰캉몰캉한 핏덩이가 내 품에 안긴 감동적인 순간! 나도 울고 남편도 울고, 우리는 이산가족이 상봉한 양 둘이 껴안고 한참을 꺼이꺼이 울었다. 

 

아~ 지금 생각하니 창피하다. 벌써 반 년 전 일인데 마치 어제처럼 어찌나 선명한지…. 물론 아이에게 쏟아야 하는 에너지가 잡지 마감만큼, 아니 마감 때보다 훨씬 더 크지만 말간 얼굴로 방긋 웃는 아이를 보면 신기하게도 힘이 마구 샘솟는다. 이것이 육아지에서,선배맘에게서 익히 보고 들어온 육아의 불가사의한 에너지인 듯싶다.

이아란 씨는요…

이아란 씨는요…

전 <베스트베이비> 기자로 6개월 된 딸 예서를 둔 초보맘. 3년간 육아지 에디터
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늘도 ‘초보’
딱지를 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이현주

2017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이현주

1 Comment

샤플레 2017-02-14

출산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고 새롭네요~ 저 역시 임신 출산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진정한 경험을 했는데요. 실전 육아 이야기 앞으로도 자주 듣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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