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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의 육아 상담실 ⑬편

항생제, 오해와 진실

On January 10, 2017 0

이번 호 정재호의 육아 상담실에서는 ‘항생제’에 대해 다룹니다. 항생제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항생제가 꼭 필요한 이유, 그리고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할 때 진짜 고 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전문의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게 비켜가는 유행성 질환에도 곧잘 걸리고 감기는 줄곧 달고 삽니다. 컨디션이 좀 안 좋다 싶으면 열이 오르고 같은 음식을
먹어도 유독 아이만 탈이 납니다. 아프면서 크는 게 당연하다지만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아이를 볼 때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게다가 병원에 한번 다녀오면 줄줄이 소시지처럼 엮인 며칠 분량의 약봉지와 병을 가득 채운 물약이 자동옵션으로 따라붙지요. 꽤 두툼한 약 봉지를 볼 때면 정말 이 많은 약을 다 먹여야 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처방에 항생제가 들었는지 아닌지, 꼭 먹여야 하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사 선생님께 재차 묻곤 하죠. 항생제 오남용이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 정재호의 육아 상담실에서는 ‘항생제’에 대해 다룹니다. 항생제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항생제가 꼭 필요한 이유, 그리고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할 때 진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전문의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내 자식이라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인가 늘 고민하며 진료하고, 신중하게 항생제 투약을 결정하지만 “이렇게 어린데 꼭 항생제를 써야 하나요?”, “항생제를 
이렇게 오래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듣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스컴에서는 한국 의사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항생제를 남용한다고 비판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비율이지만, 헤드라인만으로도 엄마들에겐 의사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 잡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하느라 정작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항생제 사용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요?



 


 ->  항생제를 왜 쓰나요? 

항생제는 ‘세균 감염으로 생긴’ 질병을 치료하려고 쓰는 겁니다. 세균을 직접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해 우리 몸에 해로운 세균의 활동을 방해하지요. 그런데 아이들을 고생시키는 질병의 대다수는 세균 감염이 아닌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실제로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항생제가 자주 필요한 아이는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형제가 많거나 일찍부터 보육기관에 다니거나 알레르기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어릴 때부터, 더 자주, 더 오래 항생제를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아이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중이염입니다. 하지만 만 2~3세 이상 된 아이라면 중이염으로 진단한 경우라도 아이가 별로 불편함이 없다면 항생제를 쓰지 않고 며칠 지켜보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보다 어린 아이라면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항생제를 써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어린 만큼 세균 감염에 의한 합병증에 취약하기 때문인데요. 의사가 ‘감기’라고 진단했는데 항생제를 처방했다면 어떤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예컨대 감기 증상이지만 열흘이 넘도록 좋아지지 않으면 부비동염(축농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비동염이라고 말하면 만성 질환이나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고 받아들이는 부모가 많습니다. 

 

그래서 굳이 진단명을 이야기하지 않고 기존에 감기라 고 설명하던 아이에게 항생제 투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겠지요. ‘연쇄상구균인두편도염’의 경우도 항생제를 처방해야 하지만 일단 질병명이 길어지면 놀라고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항생제가 필요한 목감기’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본 적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나름 엄마의 걱정을 줄이면서 적절한 처방을 내리려는 의사의 고민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설명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라고 생각하면서 항생제를 처방하지는 않습니다.

 ->  항생제를 겁내는 이유는 뭔가요?

그렇다면 필요하다면 쓰고, 필요 없다면 안 쓰면 될 항생제가 왜 매번 논란거리가 되는 걸까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의 출현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 몸 안의 정상세균총의 변화입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나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겁니다. 아이가 항생제를 먹어야 할 때 부모는 ‘아이 몸에 내성이 생길까봐’걱정이 많습니다.

 

그러나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은 사람에게 생기는 게 아니라 우리 몸속에서 처치되지 않고 살아남은 세균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한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이지요.

 

내성균 출현을 방지하려면 의사는 꼭 필요한 상황에만 항생제를 처방해야 합니다. 처방된 항생제는 적절한 용량을, 적절한 용법으로, 적절한 기간 동안 투약하지 않는다면 질병이 잘 치료되지 않는 것은 물론 내성균 발생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항생제를 적은 양으로 짧게 쓰다 끊어버리면 항생제에 저항성이 약한 균부터 죽을까요, 센 균부터 죽을까요. 그 이후에 증식한 세균은 약한 균의 후손일까요, 센 균의 후손일까요.


일단은 의사가 적절하게 처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들 대부분은 매일 환자를 대할 때마다 항생제를 바로 쓸 것인가, 아니면 한번 더 기다려 볼 일인가 고민할 겁니다. 

 

이런 증상은 반드시 세균 때문이고, 또 이런 증상은 분명히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환자를 만나는 일이 아주 드물기 때문이죠. 간혹 무조건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는 부모를 접하기도 하는데 난감합니다. 

 

증상이 호전되기보다 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거든요. 예전에는 그저 ‘마이신’이라고 해서 항생제 먹으면 온갖 염증을 다 고친다는 오해가 있었습니다. 항생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 어떤 세균에 대해서는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증상의 질병이라도 아이의 연령과 돌봐지는 상황에 따라서 다른 항생제를 선택해야 할 수 있습니다. 투약 목적이 없는 약은 약이 될 수 없습니다. 집에 남은 약을 먹거나 무조건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우기는 일은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부모가 임의로 먹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해로운 결정입니다.

 

항생제에 대한 염려의 두 번째 근거는 앞서 언급했듯 아이 몸 안의 정상세균총의 변화입니다. 우리 몸에는 정상세균총이 있습니다. 뇌, 혈액 등은 무균 상태지만 외부에 노출된 피부나 위장관은 세균 군락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정상세균 총은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세균이 침투하면 물리적 으로 자리 잡기 어렵게 해 우리 몸을 보호하며, 비타민을 합성하고, 면역 시스템을 이로운 방향으로 자극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면역반응을 보이는 상태인 ‘면역관용’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줍니다.

 

유산균제나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불리는 약제는 우리에게 이로운 세균을 우리 몸의 정상세균총으로 만들려는 제품입니다. 그런데 항생제는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세균이라면 다 죽이려 듭니다. 중이염이나 폐렴을 만드는 균을 죽이는 동시에 우리 몸의 정상세균총도 같이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정상세균총의 파괴는 설사나 곰팡이 감염 같은 당장의 합병증부터 비타민 결핍과 면역체계의 교란 및 잠재적인 위험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항생제를 투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입니다. 

 

의학적 처치와 투약은 그것이 100% 안전하고 이롭기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닙니다. 내성균이 생길 수도 있고 정상세균총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투약하지 않았을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를 처방하는 겁니다.


 ->  항생제 효과 보는 올바른 사용법은?

‘정해진 용량’을 ‘정해진 용법’에 따라 ‘정해진 기간 동안’ 복용하면 됩니다. 용량은 대개 아이의 나이보다 ‘몸무게’에 맞춰 정합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동생이 언니보다 약을 더 많이 먹을 수도 있지요. 아이들 약은 대부분 가루나 시럽 형태라 투약 병이나 숟가락에 덜어 먹이는데 이 과정에서 묻거나 버려지는 분량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용량보다 조금 더 많이 처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하지만 의사는 정확한 용량을 처방하고, 엄마는 아이에게 먹인 투약 병에 물을 조금 넣어 헹궈서 말끔히 다 먹이는 게 바람직한 복용법입니다. 

 

항생제는 혈액 안에서 약물의 농도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계열이 있고, 한 번만 최고 농도에 이르러도 약효가 지속되는 종류가 있습니다. 하루 한 번에서 많게는 네 번까지 투약 지시를 잘 따라야 합니다.

 

최근 약제들은 하루 두 번 복용으로 충분한 것이 많습니다. 식후 또는 식전에 먹이는 지시도 지켜야 합니다. 얼마나 잘 지켰느냐에 따라 항생제가 몸에 흡수되는 정도도 달라지고 설사 등 부작용 빈도에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항생제 복용 기간은 질병에 따라 다릅니다. 3일 투약으로 완료되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흔한 이유인 중이염, 부비동염, 기관지염, 폐렴 등에는 대개 10~14일쯤 복용해야 합니다. 

 

특히 부비동염은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로 먹이지 않거나 용량 또는 기간을 줄여서 먹이는 행동은 아이에게 해로울 수 있으니 절대 삼가야 합니다.

 

항생제라고 하면 스테로이드와 더불어 나쁜 약의 대명사처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항생제 그 자체를 보고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해로운가 따지는 일은 허망합니다. 

 

어떻게 쓰는 지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더 신중하게 항생제를 처방하고, 환자는 더 정확하게 복용할 일이지 항생제 투약 자체를 비윤리적인 행위로 여겨서는 곤란합니다. 항생제 처방의 빈도나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감염성 질환의 발생은 어려서부터 보육기관에 다니는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이에 대해 국가는 지나치게 밀집된 보육환경을 개선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질병은 대부분 전염성이므로 아이가 아프다면 아픈 정도와 관계없이 보육기관에 보내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풍토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내성균의 출현을 예방하고 항생제의 처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사는 물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항생제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약을 먹이면서 속 편한 부모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단 항생제를 처방받았다면 정확한 복용법을 지키는게 아이의 건강을 위한 최선입니다.

정재호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한정환

2017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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