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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의 여행육아

아이와 떠나는 여행에 관한 여섯 개의 질문

On December 26, 2016 0


 

세 돌 된 아이와 단둘이 터키로 여행을 떠났을 때, 나는 그 여행이 어떻게 펼쳐질 지 알지 못했다. 내게는 다만 세 개의 질문이 있었다. “안전할까?” “아이가 고생만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아이 뒤치다꺼리만 하다 오는 게 아닐까?”

 

안전에 대한 질문은 첫날부터 곧장 풀렸다. 내가 잠시만 한눈을 팔면 터키 할아버지들이 아이를 무르팍에 올리고 입에 사탕을 넣어주고 계셨다. 깨달았다. 세상은 선의로 가득한 곳이구나. 

 

아이가 고생만 하는 게 아닐까에 대한 답도 금방 나왔다. 아이는 어딜 가든 제 친구를 찾아냈다. 공원에선 길고양이를 만나 쓰다듬기 바빴고, 버스에선 뒷좌석의 아기를 찾아내 까꿍 놀이를 했다. 깨달았다. 아이에게 세상은 온통 놀이터구나.

 

뒤치다꺼리만 할까 염려하던 마음의 답도 의외의 순간을 만났다. 오스만시대의 왕궁을 들렀던 저녁, 아이를 재우고 누워 있는데 불현듯 눈물이 터져 나왔다. 왕궁의 지극한 아름다움이 내내 ‘엄마로만’ 살며 방치했던 자아를 깨웠던 것이다.
 

깨달았다. 나는 변함없이 엄마이지만, 동시에 독립된 자연인으로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 여행에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만났다. 그들이 보태준 힘으로 다음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또 떠났다. 이제 나는 강연장에서 십수 년 전 내 모습을 닮은 젊은 엄마들을 만난다. 그들은 떠나고 싶다. 엄마로만 살며 방치했던 자아를 깨우고 싶다. 

 

그들은 내게 매우 현실적인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양가 어른들껜 뭐 라고 말했나?” “남편은 한 달 동안 어떻게 살았나?” “비용은 어떻게 했나?” 어른들껜 거짓말을 했다. 

 

선진국으로, 다른 엄마들과 여럿이, 가서 애들 영어 공부도 한다고. 뭣 하러 어른들 한 달 내내 잠 못 주무시게 하나? 왜 떠나기도 전에 쓸데없는 전쟁으로 힘 빼나? 내 목적은 여행을 가는 것이지 그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다녀와서 이실직고했다. 이미 다녀온 걸 어쩌겠나? 남편은? 솔직해지자. 아내가 애 데리고 한 달간 떠나 있는 것, 모든 남편들의 로망이다. 기러기 아빠가 마음껏 망가지는 최적화된 기간. 아내들은 환상을 버리는 것이 좋다. 

 

남편은 아내 없이도 잘만 산다. 한 달쯤 떨어져 있다 보면 소파에만 드러누워 있던 ‘그 인간’이 조금쯤 보고 싶어지는 의외의 보너스도 생긴다. 비용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사교육 하나 안 하고 여행적금 들면 1~2년 뒤 여행경비 빠진다. 

 

특히나 나처럼 제3세계를 주로 여행하면 이곳 생활비보다 그곳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한 달을 산다. 비단 여행만이 아니다. 엄마들이 어딜 가서 무얼 하든, 그것이 자아를 찾는 새로운 시도라면 여섯 개의 질문쯤은 뒤따를 것이다. 

 

아니, 예순 개의 질문이 뒤따를 수도 있다. 그래도 답은 하나다. 그 어떤 질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도전한다’는 것. 엄마들아, 조금 밉보여도 되고 조금 거짓말을 해도 된다. 부디 자신에게 기회를 주자.

오소희 씨는요…

오소희 씨는요

여행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13년 전 당시 세 살이던 아들 중빈이를 데리고 터키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다. 학교에서 체득한 지식보다 길을 걷고, 보고 체감하는 여행의 힘을 믿는다.

블로그 (blog.naver.com/endofpacific)에서 그녀의 여행기를 만날 수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이현주

201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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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