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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쓸 수 있습니까?

On November 03, 2016 0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은 5.6%에 불과하다고 한다. 불과하다는 표현은 자연스럽지 않다. 되레 실감하는 바에 비해서는 20명 중 1명이라는 수치가 터무니없이 높게 느껴진다. 

 

나는 살면서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인터넷에서 한 명 봤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도 휴직 결심과 실행이 쉽지는 않다고 하였다. 

 

누군가 업무가 가중될 것이 뻔하고 승진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 불안하다며 고민했다. 아빠들은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딪혀 육아휴직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육아휴직을 하는 나머지 95%는 당연히 엄마다. 개인의 능력이나 직업의 특성, 가족 구성권의 성격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는 육아를 여성에게 전담시킨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는 여성을 조직은 썩 내켜하지 않는 것 같다. 

 

육아휴직 전후로 퇴사를 종용받는 일이 매우 흔하다. 이렇게 여성의 경력은 단절되고 성실한 사회인이자 능력 있는 직장인이었던 한 여자는 경제활동을 멈추게 된다. 동시에 남성은 더더욱 육아에서 멀어지고 외벌이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5.6%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육아하는 여성의 우울, 저출산, 저녁이 있는 삶… 그 무엇도. 육아휴직은 법으로 정해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다. 8세(혹은 초등학고 2학년) 이하 자녀에 한하여 1년씩 쓸 수 있다(3명 낳으면 3년을 쓸 수 있다). 고용주는 육아휴직을 빌미로 노동자에게 어떤 불이익도 줘서는 안 된다(벌금을 문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통상 임금의 40%를 받을 수 있으며, 이때 급여의 ¼은 복귀 후 6개월이 지나 일시불로 받을 수 있다. 법으로 명시된 권리이지만 이 권리를 행사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여성은 어쩔 수 없이 행사하다 결국 휴직이 사직이 되어버리고, 남성은 어쩔 수 없이 행사하지 못하고 일에 치여 육아에 소홀하다 나중에 다 커버린 자녀와의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항상 두렵다. 이제 세 살, 네 살을 지나는 아이들과 나는 겨우 주말 이틀의 시간을 보낸다. 평일이면 야근이며 회식에 시달리다 집에 오면 애들은 자고 있다. 

 

아이들은 나를 어떤 아빠로 기억할 것인가. 아침에 나가고 밤에 들어오며 며칠에 한 번 외출을 한다, 책을 읽어준다, 뽀뽀를 하자 귀찮게 하는, 커다랗고 투박한 사람 하나가 아닐까. 나는 가끔 원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등원시키며 아내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는 내 모습을, 교통 정체나 주차난 걱정 없이 감행하는 교외로의 외출을, 아이가 아프면 내가 먼저 움직여 병원에 가고 약을 받아오는 일상을. 

 

하지만 언제나 삶을 압도하는 것은 희망이 아닌 공포이며 이 모든 속 시끄러움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공포와 욕망 속에 무마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육아휴직을 낼 수 없다. 동료에게 육아휴직을 내라고 하지도 못한다. 

 

휴직하거나 사직하거나 실직하거나 태어난 아이는 자라고 우리는 아이를 키워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겨진 것 같다. 그러한 개인이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은 자본이라는 시스템에 저당 잡혀 있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곧 ‘인구소멸기’에 접어든다고 한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이다. 아빠는 육아휴직을 쓸 수 없고, 엄마는 육아휴직 후에 직장으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이 나라에서 인구가 소멸되는 것은 과연 자연의 법칙처럼 보일 지경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의문문을 써본다. 당신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가? 너무나 당연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을.

서효인 작가는요…

서효인 작가는요…

시인이자 은재·은유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남들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첫째 딸 은재를 키운 기록을 담은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을 펴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사회적 이슈를
그만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사진
안현지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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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사진
안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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