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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맘의 생생 육아일기

친정엄마의 육아 지분

On October 28, 2016 0


 

“이럴 거면 나한테 애들 맡기지 마!” 엄마가 화났다. 나 말고 우리 엄마. 정말 오래간만에 엄마가 화내는 걸 목격한 터라 충격이 컸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일이 있어 친정집에 두 아이를 반나절 정도 맡기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큰아이가 아팠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비염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가 최종 정착한 병원에서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열심히 가려 먹이고 있었는데 엄마는 그게 영 못마땅하셨던 모양이다. 

 

게다가 이번에 아프면서 살이 좀빠졌는데 외할머니 눈에는 엄마가 제대로 먹이지 않아서(!) 애가 축난 것처럼 보였던 거다. 미리 준비해 싸온, 아이가 먹을 국과 반찬을 엄마에게 내밀며 먹이면 안 되는 것들을 줄줄 읊었더니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치 외할머니가 해준 음식은 하나도 먹이지 말고 내가 준 음식만 먹이라는 말처럼 들렸나 보다. “그럼 고구마는 먹여도 되니?”라고 묻는 엄마에게 단칼에 “탄수화물은 간식으로 먹이면 안 돼. 그냥 주지 마~” 라고 대답했는데 그 순간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이럴 거면 나한테 애들 맡기지 마!”라고. 뒤따라온 잔소리는 이렇다. 애들은 골고루 먹여야지 의사 한 명이 말하는 걸 사이비 종교처럼 떠받들어서 애만 힘들게 한다, 애가 이렇게 살이 빠져서 되겠느냐, 네가 그렇게 키워서 애가 얼마나 더 건강해졌느냐, 당신은 다 골고루 먹여서 자식들 잘 키웠다, 상식대로 키워라 등등등…. 

 

아이 체질상 이렇게 아플 때에는 음식을 가려 먹어야 빨리 낫는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미 화난 엄마의 독설은 멈추지 않았다. 나 역시 내 자식 낫게 하려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찾은 방법으로 열심히 해보는 중인데 엄마가 이렇게 나오니 좀 섭섭했다. 

 

당장 애들 데리고 나올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바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급애교 작전을 펼쳐 겨우 엄마의 마음을 달래고(!) 애들을 두고 나오는데 뒤통수도 따갑고 마음도 무겁고 내 신세가 왜 이렇게 처량하던지…. 출산 전 주변에서 친정엄마에게 아이 맡기고 사이 멀어졌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긴 했으나 그건 정말 남의 얘기인 줄 알았다.

 

‘그렇게 싸울 거면 뭐 하러 친정엄마한테 아이를 맡기지?’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어쩜 그렇게 뇌가 순수했을까. 둘째까지 낳은 지금은 친정엄마의 도움 없이는 육아가 불가능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말이다. 

 

육아 방법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니 너무 속상했다. 결국 이렇게 엄마와 멀어지게 되는 걸까. 남편은 나에게 육아 지분이 100%라는 착각을 버리란다. 그동안 장모님이 육아에 많은 도움을 주셨으니 뭐든 내 맘대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장모님에게도 육아 지분이 30% 정도는 있는 셈이니 모두가 찬성하지 않는 육아법은 설득과 이해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나? 그 말을 듣고 발끈해서 내 자식도 내 맘대로 못 키우느냐고 반문했더니 그러면 장모님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말고 혼자 알아서 키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난 아직도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지. 내가 잘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친정엄마를 비롯한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겨우 이만큼 온 게 백 번 맞다. 언쟁이 있던 그날 저녁, 엄마에게 먼저 화해의 문자가 왔다. 

 

엄마도 속상해서 과격하게 표현했다고. 아, 우리 엄마는 얼마나 걱정이 많을까. 애들 키우느라 헉헉대는 딸자식에, 그 못난 딸이 키우는 손자들까지 걱정해야 하니 말이다. 남편 말대로 친정엄마의 육아 지분도 인정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설득과 이해의 과정도 꼭 거치면서 말이다.

심효진 씨는요…

심효진 씨는요…

전 <우먼센스> 기자이자 33개월, 13개월 연년생 두 아이를 둔 엄마.
일할 때는 제법 똑똑해(!) 보인다는 평도 들었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여전히 어리바리 초보맘 코스프레 중이다.

Credit Info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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