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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의 육아 상담실 ⑩

진료실 언어 사전 - ‘목이 부었어요’ 편

On October 20, 2016 0

‘목이 부었다’, ‘장염기가 있다’, ‘배에 가스가 찼다’ 아이의 증상을 쉽게 설명하고자 진료실에서 흔히 오고 가는 멘트다. 하지만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은 아니다. 진료실에서 무심코 오가는 ‘진료실 언어’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그 첫 번째 편으로 ‘목’에서 일어나는 증상에 대해 알아보자.

PROLOGUE
건강과 관련된 우리말 어휘는 뜻이 모호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현재 건강 상태나 증상을 설명하려고 할 때 딱 맞는 단어를 현대 의학용어에서 찾기 난감해지곤 합니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 다른 뜻으로 같은 용어를 주고받는 경우도 흔합니다. 

 

아이가 중이염이나 폐렴이라고 열심히 설명했는데 “그러니까 결국 좀 심한 감기라는 거지요?”라고 되묻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정리해볼 ‘진료실 언어 사전’에서는 진료실에서 흔히 오가는 말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은 용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다룰 내용은 ‘목’에 관한 겁니다. 아마 ‘목이 부었다, 안 부었다’라는 말은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에서 ‘열’ 다음으로 많이 오가는 대화일 겁니다. 의사들 중에도 그렇지만 엄마들 중에서도 아이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조치보다 ‘목’이 부었는지 여부에 연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목이 부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또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지, 각각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 게 바람직할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목’이 아파요. 어느 ‘목’이 아픈 건가요?  
1차 진료에서 보게 되는 아이들의 질병 대부분은 감염성인데, 감염성 질병은 대개 코 아니면 목을 통해 침입합니다. 게다가 코와 목은 외부 물질이 들어오는 통로이기 때문에 림프절 등의 면역 계통이 발달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때문에 인후부의 상태를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딱 한 곳만 진찰하라면 청진기보다는 목을 보겠다”는 의사들이 있을 정도로 목은 진료시 각별히 관심을 두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국어사전에서 ‘목’을 찾아보면 ‘척추동물의 머리와 몸통을 잇는 잘록한 부분’이라는 뜻과 ‘목구멍(식도와 기도로 통하는 입안의 깊숙한 곳)’이라는 뜻풀이가 같이 나옵니다. 

 

겉에서 보는 ‘목’부터 안쪽 여러 기관까지를 모두 통틀어 우리는 그저 ‘목’이라 부르는 거지요.‘목이 부었다’라고 표현하는 대표적인 경우는 편도선이나 구인두 부위가 벌겋게 부어오른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크룹(croup: 주로 급성·감염성 원인에 의해 컹컹거리거나 쇳소리 같은 기침을 하며 목이 쉬거나 숨을 들이마실 때 천명음이 들리거나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여러 질환) 또는 후두염처럼 컹컹 소리 나는 기침을 할 때는 후두가 부은 것이지만 이때도 역시 ‘목이 부었다’고 설명하고, 겉에서 보아 목(neck) 부위의 림프절이 커져 통증을 동반할 때도 ‘목이 부었다’고 합니다. 

 

콩이나 밤톨처럼 만져지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만약 아이가 갑자기 목이 안 움직인다며 울면 경추 아탈구(불완전탈구)와 같은 외과적인 응급상황도 의심할 수 있지만, 림프절이나 침샘에 염증이 생길 때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목이 부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려할 수 있는 진단이 많습니다. 그러니 의사도 환자도 모두 ‘목이 부었다’, ‘목이 아프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게 정확하게 ‘어떤 목’을 뜻하는지는 충분히 이야기 나눈 후에야 알 수 있습니다. 목이 아프다는 말에 의사는 목구멍을 살피지만, 정작 “거기 말고 여기요” 하면서 뒷목을 잡는 경우도 진료실에서는 드물지 않으니까요.



 진짜로 ‘목’이 안 부었다고요?  

‘인두염’ 또는 ‘편도선염’ 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애매한 ‘가벼운 감기’에 걸리더라도 목젖 주변부의 경미한 발적과 부종은 흔히 볼 수 있는 진찰소견입니다. ‘아~’ 하고 입을 벌리면 보이는 목젖 뒷부분은 우리 몸에서 림프절이 가장 발달한 부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벼운 감염성 질환에도 쉽게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는 아무런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는 아이라 하더라도 부어보일 수 있기에 아주 뚜렷한 이상이 아니라면 발적만으로는 진찰시 큰 의미를 두진 않습니다. 

 

또한 그렇게 쉽게 반응을 보이는 곳이면서, 정작 기침ㆍ콧물 등 감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거나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한’ 직후의 진찰에서는 뚜렷한 이상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흔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편도선염, 수족구병처럼 대표적인 목 병변을 보이는 질병일 때조차 열이 오르는 첫날은 정상 소견이거나 약간의 붉은 기만 도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목이 아파서’ 병원에 왔음에도 첫날엔 입안을 살펴도 아무 문제를 발견할 수가 없는 거죠. 

 

만약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첫날 진료에서 ‘목이 붓지 않았다’는 소견을 들었다 하더라도 일단은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열의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건가?’라든지 ‘그런데 왜 우리 애는 이유 없이 기침을 할까?’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드라마처럼 실제 상황에서도 ‘딱 보면 척’ 진단을 내리는 의사가 훌륭한 의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질병의 목록을 고려한 뒤, 증상 변화를 살피며 해당되지 않는 것을 하나씩 배제해 가는’ 지금의 진료방식이 답답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엔 “‘아직’은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으니 하루 이틀 뒤, 오늘 진찰 소견과 비교해서 다시 한 번 살펴 봅시다”라고 덧붙입니다.

 ▶진짜로 목이 부은 경우는?  

만약 바깥쪽 목(neck)이 부어올랐다면 현재 열이 나고 있는지, 부었다면 부은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 부위를 눌렀을 때만 아픈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도 아픈지 등 체크해야 할 사항과 치료 방침이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목 안쪽(throat)을 살펴 볼 때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일정한 진찰 소견이 있습니다. 성홍열이나 연쇄상구균 인두편도염 같은 질병이 여기 속하는데, 누군가 일부러 매질이라도 한 듯 붉은 점상의 출혈이 보입니다. 

 

마치 정육점 냉장고 속의 생고기처럼 말이죠. 또 편도선이나 인두부에 ‘곱’이 껴 있는 모습도 정상은 아닙니다. 어떤 의사는 ‘삼출물’이 보인다고 교과서 용어를 그대로 쓰고, 또 어떤 의사는 염증 소견이 보인다고 하거나 ‘고름’ 또는 ‘곱’이 꼈다고 합니다. 

 

모두 같은 상태를 뜻합니다. 반면 이렇게 삼출물이 보이거나 붓지는 않았지만 수족구병, 포진성구협염(헤르판지나)처럼 뚜렷한 병변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프고 열이 오르고 있는데도 첫날은 완전히 정상이거나 점막이 조금 붉은 정도로만 보입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거짓말처럼 점막이 헐고 수포, 궤양 등의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연유 탓에 병원에 처음 갔을 땐 목이 부었다고만 하더니 나중에 수족구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의사를 탓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하지만 진찰 당시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 것일 뿐, 오진은 아닌 거지요.

 ▶​ 목이 부었다는 게 ‘진단’이 되진 않습니다  

이렇듯 아이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때 목이 부었는지 안 부었는지 여부는 하나의 진찰 소견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 자체로 증상의 원인을 모두 알려주거나 진단이 되지는 못합니다. 대다수의 경우 진단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상태의 변화와 추이를 지켜보며 추측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부모들이 ‘목 부었음’에 관심을 쏟는 것은 그 사실을 하나의 진단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목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목의 ‘현재 상태’뿐입니다. 아이의 목 상태는 병의 진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할 뿐이지 그 사실 자체를 하나의 진단으로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최종 진단을 내리기 전까지, 지금 아이에게 해야 하는 일과 도움이 되는 일을 제시하는 게 의사의 역할일 겁니다.

 ▶목이 부었을 때 해 줄 수 있는 조치들 

초기에는 시원한 물을 먹이는 게, 어느 정도 통증도 줄여주고 탈수도 예방합니다. 음료수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찬 음식이 편도염, 인후염에 적절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따뜻한 음식을 더 선호하는 아이도 있고, 천식 성향이 있는 아이라면 찬 음식이 기침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간혹 심한 편도선염은 복통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찬 음식이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되 아이가 선호하는 온도와 질감의 음식을 주고 최대한 수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면 됩니다. 

 

돌이 지난 아이에게는 꿀(1티스푼)이나 꿀물을 조금 먹이는 것도 기침이나 인후부의 불편함을 줄여줍니다. 또, 목과 관련해 알고 있어야 할 응급 상황들이 있습니다. 열

 

이 나거나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급히 병원에 갈 필요는 없지만, 기침을 시작한 아이가 갑작스레 쉰 목소리와 함께 가슴을 헐떡거리기나 어깨를 들썩이면서 힘들게 호흡한다면 빨리 응급실에 가야합니다. 크룹이나 편도·인두 농양의 응급상황입니다. 

 

특히 고열과 함께 침도 삼키지 못한다면 후두개염을 의심하는데, 더욱 위중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수족구병이나 포진성구협염(헤르판지나)인 경우에 고열과 침 흘림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숨쉬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습니다.
 

정재호

정재호

▶ PROFILE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이성우
일러스트
이현주

2016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이성우
일러스트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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