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연재기사

워킹맘 육아

아이와 나, 우리 각자의 취향

On October 14, 2016 0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영화나 공연, 전시를 보러 다녔다. 그래서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와 함께 미술 작품을 보며 우아하게 대화를 나눌 상상을 하면서 무척 흐뭇해했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미술관, 박물관이 몇 군데 없었고, 그나마도 아이들을 환영하는 곳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요즘에는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전시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예전엔 자연환경과의 접점이 훨씬 더 컸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감수성 훈련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아름다운 인공물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예술적으로 혜택받은 환경에서 자라다니 이 아이들은 커서 얼마나 창의적인 인재가 될 것인가. 어려서는 최대한 자연을 가까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 산책도 많이 하고 인근 공원이나 숲에 자주 갔다. 

 

또 주말에는 한강공원에서 하루 종일 뛰어놀았다. 워낙 예민한 아이라 지나치게 시각을 자극하는 공연이나 영상 노출은 최대한 피하고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도 가능한 한 집에 들이지 않으려 했다. 

 

나름대로 원칙을 세우고 적절한 자극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야외 활동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개울에서 발에 닿는 돌멩이의 감각을 싫어하고, 바다에 가도 모래와 파도를 무서워하고, 벌레는 기겁했다. 

 

실망스럽게도 아이는 개울이나 계곡, 바다보다는 딱 한 번 가본 조용한 호텔 수영장을 더 좋아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어 이제 정말로 함께 즐길 만한 전시가 많아졌는데 아이는 여전히 미술관보다는 백화점을 더 좋아한다. 심지어 백화점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아이쇼핑 하는 걸 최고의 낙으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동네를 산책할 때도 꽃이나 나무를 보기보다는 마트 구경을 더 좋아한다.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은 언제 어디서 접신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시크*쥬쥬 노래와 장난감들이다. 올해 어린이날 선물로 자기가 직접 고른 시크*쥬쥬 화장대를 아침마다 꼭 끌어안고 립스틱을 바르고 눈 화장을 하고 시크*쥬쥬 주제가를 흥얼거린다.


억울하다. 우리는 이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굴 닮은 것인가! 아이에게 부모의 꿈을 강요할 수 없듯 부모의 취향을 강요할 수도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그리고 아이와 우리의 취향 역시 이런 탐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더 성숙하고 풍부해지리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남편과 나도 로사와 아이린을 좋아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조금 두렵기도 하다.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문화적 풍경이 부모의 통제선을 훌쩍 넘어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주변의 온갖 상업적인 메시지(포르노그래픽한 메시지인데 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로 인해 느꼈던 멀미와 현기증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운 좋게 어찌어찌 잘 헤쳐오긴 한 것 같은데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광고 홍수 속에서 이 아이들은 어떤 취향과 감수성을 갖게 될까.


궁금한 한편 무언지 모를 이 불안감은 아이에 관한 세상 모든 고민을 끌어 모아 안고 사는 부모이기에 느끼는 마음이겠지.

김희진 씨는요…

김희진 씨는요…

5세 딸 여울이의 엄마이자 인문학 도서를 출간하는 출판사 반비의
편집장. 아이를 기르면서 어떤 글을 썼을 때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또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의 위대한 가치를
온몸으로 깨닫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이원지 기자
김희진
사진
이주현

2016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이원지 기자
김희진
사진
이주현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