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건강/돌보기

PART 1

대한민국의 육아 아빠를 만나다

On October 13, 2016 0

가족을 위해 육아에 발 벗고 나선 슈퍼맨 아빠들을 만났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이전보다 풍족해졌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 INTERVIEW 1

“아이가 아빠를 필요로 하는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16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워킹대디 가욱현(40세) 씨는 2년 전 아들 윤호(8세)를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욱현 씨의 결정을 의아하게 여겼다. 아이도 유치원에 잘 다니고 있었고 본부장이라는 꽤 높은 직급까지 승진하며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었던 상황. 

 

그가 퇴사를 결심한 건 아이의 달라진 모습 때문이었다. “윤호가 여섯 살이 될 때까지 맞벌이를 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시 퇴근이 가능해 저녁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업무가 점점 많아지면서 서로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지더군요. 

 

엄마 아빠가 바빠지니 아이가 무척 불안해했는데 결국 눈을 심하게 깜박이는 틱 증상까지 보였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욱현 씨는 잠시 휴식을 갖기로 했다. 처음엔 육아휴직을 생각했지만 회사에서는 남자 직원들 중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회사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지라 3개월간 아내와 상의 끝에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물론 걱정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육아휴직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1년 뒤에는 복직할 수 있지만 회사를 그만둔 욱현 씨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욱현 씨에게 아내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아내가 적극적으로 퇴사를 지지했어요. 자기가 먹여 살리겠다면서요.(웃음) 사실 바빠지기 전까지는 스마트폰 앱을 만들거나 가죽공예를 하는 등 취미가 참 많았는데, 최근 2년 동안엔 거의 제 생활을 즐길 수 없었어요. 

 

그 모습이 보기에 많이 안쓰러웠나 봐요. 퇴사 후 취미를 살려 저만의 일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먼저 권유하더라고요.”직장을 계속 다닌다면 40대 중반, 50대 초반에 정년퇴직을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욱현 씨와 아내는 부부 중 한 사람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며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하기에 바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퇴직 후 한동안 육아에만 매달렸다는 욱현 씨. 당장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 아이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게 우선이었다. 

 

다행히 윤호는 아빠의 퇴사와 함께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1년간 꼬박 육아에만 매달렸던 욱현 씨는 몇 달 전 작은 사무실을 임대해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같이 저녁을 먹고 도란도란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물론 주 양육자로서 아이를 돌보는 게 쉽진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육아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는 것. 아이 데리고 놀이터나 키즈카페에 가면 엄마들이 대부분이고, 가끔 아빠들을 마주치긴 했지만 선뜻 말을 걸기 힘들었다. 심리적인 부담감도 완전히 떨치긴 어려웠다는 욱현 씨.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생각에 밖에 나가면 주눅이 들기도 했고, 아내 혼자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컸다. 그럴 때마다 응원해주는 아내와 자신만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마음을 다독였다. 

 

“아이와의 관계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되거든요. 조금만 지나면 윤호에게 사춘기가 찾아오고 곧 저희 품을 떠나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때는 아이와 친해지기엔 너무 늦다고 생각해요. 저는 윤호가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같이 지냈으면 좋겠어요. 

 

고민도 털어놓고 함께 취미생활도 하고요.”욱현 씨의 바람에 확신을 더하듯 윤호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하는 ‘아빠바라기’다. 아이가 커서 지금의 기억이 희미해진다 해도 마음의 거리만은 멀어지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욱현 씨는 오늘도 윤호와 함께하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 INTERVIEW 2

“육아는 돕는 게 아니라 내 일입니다”

 

도현(6세), 지유(4세), 귀여운 막내 소유(2세)를 키우는 이정환(40세) 씨는 막내 소유가 태어나기 전까지 육아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던 아빠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적 특성상 근무 시간이 일정치 않고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 집에 오면 부족한 잠을 채우기 바빴다.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막상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돼요. 그럴 때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아빠로서 부족한 건 아닌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죠.”그런데 지난해 셋째가 태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적·육체적으로 여유가 없어지자 아내의 스트레스가 위험 수위에 달한 것.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정환 씨가 나섰다. 회사에 큰일이 없으면 되도록 일찍 퇴근해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부터 천천히 시작했다. 

 

아내가 소유를 돌보는 동안 서툰 솜씨로 저녁 준비를 하기도 한다. “퇴근 후 1~2시간 정도 아이 셋과 놀아준 게 전부였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끊임없이 몸놀이를 해달라 조르는 둘째 덕에 쉴 틈이 없지만 아빠가 놀아줄 때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잠시나마 피곤을 잊어요.”정환 씨가 퇴근 후 아이를 돌보면 아내는 잠깐 눈을 붙이거나 운동을 나갔다. 

 

차츰 아내도 안정을 되찾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이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부부 사이도 이전보다 훨씬 더 돈독해졌다. 결혼 6년 차, 세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야 육아란 아내 혼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알았다는 정환 씨. 

 

아이들 키우는 일은 선심 쓰듯 아내를 거들어주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일’이었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 INTERVIEW 3

“몸도 세 배 더 힘들지만, 행복도 세 배예요”


 

아이 하나도 돌보기 힘든데 무려 딸 둘에 아들 하나 세쌍둥이를 키우는 아빠가 있다. 나경진(35세)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처음 한 달은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남편 경진 씨도 힘을 보탰지만 아내 혼자 아이 셋을 돌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경진씨 또한 매일 밤을 꼬박 새우고 출근하다 보니 점심시간엔 매번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일과 삼둥이 육아를 동시에 해낼 수는 없다고 판단해 아내와 상의한 끝에 아이들이 태어난 지 두달 만에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다행히 부서에 자녀가 셋인 동료가 많아 경진 씨의 고충을 이해해줬다. 휴직 후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 육아휴직 급여로 월급의 50%가 지급됐지만 이전보다 수입이 많이 줄어들어 부족한 부분은 양가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신체 건장한 남성이지만 세쌍둥이를 돌보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밤에 꿀잠을 자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밤중 수유가 제일 힘들어요. 아이 셋을 먹이다 보니 잠을 거의 잘 수가 없거든요. 

 

한 명당 30분씩 셋 먹이기 3타임을 보내면 어느새 해가 뜨더라고요.”삼둥이가 태어나고 2주 동안은 행여나 다칠까 싶어 아기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했던 서툰 아빠였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청소와 빨래는 물론 아이 셋 목욕도 거뜬히 해내는 ‘육아 고수’가 다 됐다. 

 

고된 육아로 요통을 얻었지만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육아라는 게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차라리 회사일이 더 쉬울 정도예요. 가끔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에는 ‘다시 출근하겠다’며 아내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아이 셋이 올망졸망 자라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립니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밀린 집안일을 한 뒤 아내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2시 정도. 몸은 피곤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세 아이를 볼 때마다 힘을 얻는다. 경진 씨에게 삼둥이는 상큼한 비타민제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전미희·김도담 기자
사진
이주현, 안현지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한춘근(한국아동발달센터 소장)
참고도서
<슈퍼 파더>(안드레아 미쿠스·우베 볼만 저, 니들북), <아이의 숨은 잠재력을 끌어내는 아빠 대화법>(전도근 저, 지식채널), <아빠육아의 민낯>(가욱현 저, 안뜰)

2016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전미희·김도담 기자
사진
이주현, 안현지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한춘근(한국아동발달센터 소장)
참고도서
<슈퍼 파더>(안드레아 미쿠스·우베 볼만 저, 니들북), <아이의 숨은 잠재력을 끌어내는 아빠 대화법>(전도근 저, 지식채널), <아빠육아의 민낯>(가욱현 저, 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