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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생애 첫 ‘까꿍 그림책’

On September 20, 2016 0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그림책은 까맣고 하얀 패턴이 반복적으로 그려진 ‘초점 그림책’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다음 만나는 책은 아마도 ‘까꿍 그림책’이 아닐까. 책장을 여는 순간 귀여운 아기며 동물친구들이 차례대로 등장해 연신 ‘까꿍’을 반복하는 단순한 이야기일 뿐인데, 아이들은 왜 그토록 열광하는 걸까.

어쩌면 까꿍놀이는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어. 그러니까 안심하고 용기를 내.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보자” 라는 엄마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아이 곁에 언제까지 머무를 순 없다는 걸 알기에 수십 번, 수백 번의 까꿍놀이를 연습하며 아이가 씩씩하게 독립하길 바라는 인류의 지혜가 담긴 것은 아닐까.

 

알수록 흥미로운 ‘까꿍 놀이’의 비밀

생후 3~4개월 이전 아기는 눈앞에 있던 존재나 물건이 사라져도 찾아보려 하지 않는다. 지금 막 손에 쥐고 있던 딸랑이를 놓쳐 눈앞에서 사라져도 찾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장난감 위에 수건을 덮어놓았을 때 그 수건을 걷어내기만 하면 바로 밑에 장난감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방금까지 눈앞에 있던 엄마가 자리를 비웠을 때 엄마를 찾겠다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이불 밑 장난감을 찾으려고 손을 뻗기 시작하는 건 대상영속성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생후 4~8개월 무렵이다. 

 

더 나아가 돌 이후에는 대상영속성 이 더욱 발달해 물건을 숨긴 장소를 옮기면 그것을 찾아내고자 탐색에 나선다. 돌쟁이 아이는 눈앞에 있던 물건이나 사람이 잠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영원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다. 

 

커튼 뒤에, 이불 밑에, 기둥 뒤에, 바로 저 뒤에 잠시 가려져 있을 뿐 그 대상은 계속 존재(영속)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얼핏 단순해 보이는 ‘대상영속성’은 아이의 인지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대상영속성을 기반으로 엄마는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신뢰감을 얻게 되고, 이는 부모-자녀 간의 애착을 견고하게 만든다. 모르는 사람이 쳐다보기만 해도 삐쭉거리는 시점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아이는 차츰 낯선 사람과 익숙한 엄마를 구별해내며 사물의 존재와 이치에 대해 보다 깊은 사고를 하게 된다. 그 전까지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까꿍놀이에 열광하는 것도 이 무렵부터인데 이 또한 대상영속성과 관계가 있다. 

 

우리말로는 ‘까꿍’, 영어로는 ‘피카부(peekaboo)’, 불어로는 ‘꾸꾸(coucou)’. 전 세계 아기들의 공통 놀이인 까꿍놀이는 언어만 다를 뿐 어감도 놀이 방식도 매우 비슷하다. 잠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까꿍’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얼굴을 ‘짠~’ 보여주는 식인데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아기들은 신이 나서 자지러지듯 웃음을 터뜨린다. 

 

이는 ‘잠시 수건 뒤에 가려져 있지만 엄마는 틀림없이 다시 나타날 거야’라는 믿음이 실제 현실이 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막 대상영속성이 자리 잡기 시작한 아기에게 까꿍놀이는 자신의 어렴풋한 짐작이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을 끊임없이 확인시켜주는 흥미로운 놀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수십 번, 수백 번 되풀이되면서 아기는 ‘어쩌면 계속 저기에 있었던 건지도 몰라’라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다음번 ‘까꿍’을 기대한다. 그리고 ‘역시! 없어진 게 아니었어’라고 여기며 차츰 ‘사물의 영속성’을 깨닫는다. 

 

결국 이러한 일상의 까꿍놀이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서 아기는 엄마, 장난감 이외에도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감각을 익힌다. 기억할 수 있는 시간, 기억의 양도 차츰 늘어난다.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사고를 하게 된 아이는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 유명한 <달님, 안녕>도 사실은 까꿍 그림책? 

아기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온 ‘까꿍놀이’인 만큼 까꿍 그림책 역시 다양한 구성과 형태로 출간되고 있다. 아이 키우는 집에는 한 권씩 꽂혀 있다는 ‘아가들의 워너비 그림책’ <달님 안녕>(한림출판사)도 따지고 보면 까꿍 그림책 범주에 속한다. 

 

까만 밤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달님이 잠시 먹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금 환하게 얼굴을 드러내는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인 대상영속성 개념이 반영된 까꿍놀이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환하게 웃는 보름달의 모습은 언제나 미소 지어주는 엄마의 얼굴을 닮았다는 점에서 까꿍놀이의 원형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적인 화법의 까꿍 그림책도 많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차례로 등장해 ‘까꿍’이라는 멘트를 반복하는 단순한 설정인데, 바로 그 단순한 이야기 구조 덕분에 아이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 좀 더 나아가 ‘들춰보는 책’인 플랩북도 까꿍 그림책의 발전한 형태다. 

 

종이를 들어올려 확인하기까지 과연 어떤 그림이 나타날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예상했던 그림이 나왔을 때의 안도감, 혹은 예상 밖의 그림이 나오는 의외성이 아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까꿍놀이 그림책이 돌 무렵 아기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그 다음 서너 살 아이들이 열광하는 놀이 책은 단연 ‘숨바꼭질 책’이다. 

 

숨바꼭질 역시 까꿍놀이의 진화 버전으로 플랩을 들추어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거나 복잡한 그림 속에 숨겨진 그림을 찾는 미션을 수행 해야 한다. 아이는 숨겨진 사물이며 동물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낼 때마다 ‘역시 거기 숨어있었구나. 내 생각이 맞았어!’ 하며 짜릿함을 느낀다. 

 

 

“사실 세상의 모든 그림책은 ‘까꿍 책’이다. 책장을 여는 순간 수많은 친구들과 이야기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아이는 이미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며 한 뼘 더 훌쩍 성장해 있을 것이다.” 

 

 

 볼수록 매력적인 ‘까꿍 그림책 9’ 

 


 

1 깜짝깜짝! 색깔들

척 머피 글·그림, 각 권 1만2000원, 비룡소 

미국의 대표적인 팝업북 작가 척 머피가 만든 아기를 위한 플랩북으로 밝고 화려한 색, 절묘한 팝업 구성이 돋보인다. <깜짝깜짝! 색깔들>은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다양한 색깔의 사각형 플랩을 들추면 해당 플랩과 같은 색의 동물들이 튀어나오는 구성.

 

노란 병아리, 빨간 불가사리, 화려한 보라색 나비들, 분홍빛 플라맹고…. 초록색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초록색 뱀이 스르르 기어 나오는 등 신기한 동물들이 ‘짠’ 하고 나타날 때마다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의 색깔 플랩을 들추면 알록달록 아름다운 열대어가 가득한 수족관이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자연스레 색깔과 동물의 이름을 익힐 수 있는 특별한 까꿍 팝업 플랩북. 

 

까꿍놀이

바니 잘츠버그 글ㆍ그림, 9800원, 보림큐비

“나, 누구게?” “까꿍! 보들보들 오리지.” “나, 누구게?” “까꿍! 까슬까슬 생쥐지.” 반복되는 문답으로 구성한 까꿍놀이 그림책. 익숙한 이야기 패턴이지만 촉감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 

 

접힌 책장을 열어젖히면 눈을 가리고 있던 동물 친구들이 ‘까꿍!’ 하고 나타나는데, 푹신푹신 까슬까슬한 갖가지 감촉을 아이들이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동물들의 신체 부위에 패치를 덧댄 것이 특징. 촉감놀이와 까꿍놀이를 함께 즐겨보자. 

 

깜깜해 깜깜해

하세가와 세스코 글, 야규 겐이치로 그림, 8000원, 비룡소

“깜깜해, 깜깜해!” 깜깜 깜깜. “불 좀 켜줄래? “켰다! 아기 새 삐삐구나.” 깜깜한 어둠 속에 서 있는 동물 친구들. 어두워서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다. 이때 불을 켜면 귀여운 아기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아지 멍멍이, 고양이 냥냥이, 개구리 꽁꽁이, 원숭이 키키…. 까꿍놀이 하듯 차례로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성과 운율이 살아있는 문장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온통 깜깜한 책장을 한 장 넘기고 나면 그 다음에 나타나는 밝은 색감의 그림이 경쾌하게 다가온다. 

 



어디 있니, 까꿍!

정순희 그림, 7000원, 다섯수레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구전 놀이의 노랫말을 글로 재구성한 그림책. 옷을 갈아입히며 까꿍, 식탁보 밑에 있는 아기를 반갑게 찾아내며 까꿍, 개운하게목욕을 마치고 수건에 파묻힌 아기를 꺼내며 까꿍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아기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줘 더욱 친근하다. 맑은 수채화 그림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똑똑똑 누가 왔을까?

다다 히로시 글·그림, 6500원, 북뱅크

오늘은 생일날, 친구들이 밖에서 ‘똑똑똑~’ 문을 두드린다. 과연 누굴까? 하지만 문에 난 창문이 너무 작아 친구들의 모습을 조금밖에 볼 수 없다. 작은 창을 통해 보이는 친구들의 일부분만 보고 ‘과연 누구인지’ 유추해 보는 책.

 

다음 장을 넘기면 문에 가려졌던 친구의 온전한 모습이 드러난다. 몇 번을 보여줘도 ‘또’를 외치게 되는 까꿍놀이 그림책으로 베스트셀러 그림책 <사과가 쿵!> 저자인 다다 히로시의 작품이다. 

 

무지개 까꿍

최정선 글, 김동성 그림, 1만원, 웅진주니어

옷 갈아입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까꿍 그림책이다. 책에 나오는 아기 동물들은 단번에 티셔츠를 ‘쏘옥~’ 입기도 하고, 옷을 입다가 ‘꽈당’ 넘어지기도 한다. 아직 옷 입는 게 서툰 아이들이 동물 친구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며 공감하게 된다. 

 

특히 귀여운 아이와 사랑스런 아기 동물들이 옷 속에 파묻혀 꼬물꼬물, 꼼지락꼼지락하다 사랑스러운 얼굴을 쏘옥 내밀며 ‘까꿍!’ 하고 방긋 미소 짓는 모습에선 절로 웃음이 난다. 

 


 

누구게?

최정선 글, 이혜리 그림, 9500원, 보림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초록색 나뭇잎으로 얼굴을 가린 채 차례대로 등장한다. 과연 누굴까? 몸을 보고 어떤 친구인지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수수께끼 그림책.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얼굴을 드러내 보여주는 반복구조라 어린 아기들도 이해하기 쉽지만 뒤로 넘길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아기 독자들의 추리력, 도전의식을 길러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지막 페이지의 깜짝 놀랄 반전에 신나하는 아이 모습을 볼 수 있는 까꿍 그림책. <달려>,

<비가 오는 날에>, <우리 몸의 구멍>으로 잘 알려진 이혜리가 그림을 그리고, <아빠한테 찰딱>, <반대말>의 최정선이 글을 썼다. 

 

열려라 까꿍! 모양 놀이

펠리시티 브룩스 글ㆍ멜리산드 루스링거 그림, 1만3000원, 어스본코리아

책 속에 알록달록 80개 플랩이 가득하다. 까꿍 놀이하듯 플랩을 들추며 세모, 네모, 원, 별 등 여러 가지 모양의 이름과 형태를 익힐 수 있고, 하단의 그림과 낱말을 보고 그림의 짝을 찾아볼 수 있다. 

 

색깔을 익히고 숫자를 세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까꿍 플랩북. 컬러링북, 스티커북, 플랩북 등 다양한 장르의 액티비티 북을 출간하며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국의 어린이 책 출판브랜드 어스본이 제작했다. 

 

오늘 아침 눈이 왔어요!

스테피 브로콜리 글·그림, 2만2000원, 보림

눈 내린 아침,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동물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흰 눈이 내린 들판에 총총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면 플랩으로 처리된 나무,바위, 수풀 더미가 보인다. 

 

호기심에 하얀 종이 플랩을 열면 순백의 눈과는 대조적으로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의 동물 친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뭇잎을 살짝 들추면 예쁜 꿩이 웅크리고 있고, 흰 눈이 덮인 숲 덤불을 열면 고슴도치가 잠자고 있다. 

 

고요한 어느 겨울날 아침, 포근한 눈밭에 몸을 웅크린 채 쉬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떤 동물이 숨어 있을지 상상해보고 찾아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흰 종이에 양각으로(형압 인쇄) 표현한 동물들의 발자국이 너무나 귀여워 미소 짓게 되는 책. 책 커버를 벗기고 쭉 펼치면 병풍 그림책으로 변신한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한정환
도움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2016년 09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한정환
도움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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