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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의 육아 상담실 ⑧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이 알려준 영유아 건강검진 잘 받는 법

On August 03, 2016 0

해당 월령이 되면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받게 되는 영유아 건강검진. 어떻게 하면 좀 더 알차게 받을 수 있을까? 영유아 건강검진에 대해 엄마가 미리 알아두면 좋은 사항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의 친절한 조언을 들어보자.

 

 

PROLOGUE  

생후 4개월부터 71개월까지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는 시기별로 일곱 차례에 걸쳐 아이의 검진 시기를 알리는 우편물을 보내옵니다. 아이의 신체 발달과 전반적인 건강을 한 차례 점검해볼 때가 된 것이죠. 

 

흔히 성인의 건강검진이라면 혈액 채취나 기타 의료 장비를 통한 검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영유아 건강검진은 이와는 달리 엄마가 작성하는 문진표를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검사 위주의 검진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역할이라면, 영유아 검진은 질병 예방이 주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문진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안전사고, 영양교육 등 필요한 정보를 비롯해 보호자에게 보다 유익한 육아 방침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는 영유아 건강검진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이 왜 중요한지, 검진받을 때 미리 알아두면 좋은 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죠.

 

▶ 영유아 건강검진, 왜 중요할까요?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고 난 부모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입니다. 생각보다 이것저것 유용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좋았다는 평부터 ‘문진표에 대해 겨우 몇 마디 들으려고 걸음을 하게 만드느냐’는 불만까지 다양한 뒷이야기가 나옵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으레 아플 때만 찾는 곳이라 여겼던 분이라면 짧더라도 몇 마디 교육과 질문 에 답하는 시간이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성인의 건강검진처럼 다양한 장비를 통해 현재 건강 상태를 객관적인 수치로 파악하길 기대했다면 싱거운 과정에 실망했을 거라 짐작해봅니다. 

 

하지만 ‘철분결핍성 빈혈’과 ‘비타민D 부족증’ 정도를 제외하면 영유아기에 혈액검사를 통해 미리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흔치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월령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엄마가 보기에 아이가 아파 보이진 않는지 평소 세심히 관찰하는 것이 이 시기 아이의 이상 상태를 찾아내는 데 훨씬 유용합니다. 

 

렇기 때문에 문진표에 있는 ‘당연한 걸 왜 묻지’ 싶은 질문을 찬찬히 읽고 평소 아이의 건강 상태를 떠올리며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의 문진표나 발달선별검사는 주 양육자의 판단으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간혹 헷갈리는 항목이 있어서인지 전문기관을 찾아 검사를 의뢰하는 부모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발달선별검사로 사용하는 K-DST(한국영유아발달검사)는 아이를 직접 돌보는 사람이 작성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검사 양식이므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검사 시기에 대한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예를 들어 2차 검진 시기 9~12개월인데 9개월보다는 12개월에 하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묻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9개월 아이가 오면 9개월 아이에 맞게 판단하고, 12개월 아이가 오면 그 월령에 맞추어 판단하기 때문이죠.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건 발달선별검사는 만점을 받아야 하는 시험이 아니란 점입니다. 대체로 어떤 범위 안에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모든 영역에서 빠른 수준이라고 특출한 아이도 아니고, 또래 수준에 겨우 해당한다고 발달이 늦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심화평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발달이 지연된 아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좀 더 세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영유아 건강검진 받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은 것

영유아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고 싶다면 문진표와 발달선별검사를 ‘미리’ 작성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웹사이트 ‘건강IN(hi.nhis.or.kr)’에서 출력할 수 있습니다. 

 

간혹 병원에서 진찰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작성하는 분도 보게 됩니다. 바쁘고 다 사정이 있어 그렇겠지만 집에서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작성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발달선별검사를 급하게 작성하다 보면 실제보다 저평가될 때가 많고 그로 인해 불필요한 재검사나 상급 병원 진료를 권유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판단이 잘 안 되는 항목이 있다면 여러 차례 반복해 아이가 정말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2차 검진 이후부터는 이전의 검사결과지를 같이 챙겨 가면 이번 검진의 결과를분석할 때 좋은 참고 자료가 됩니다. 병원이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 서버에 자료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일일이 뽑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부모가 예전 결과지를 직접 챙겨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 부분은 국민건강보험이 이전 결과를 함께 볼 수 있도록 출력 양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의 몸무게, 키, 머리 둘레 등 신체 계측치는 현재 수치만 가지고 딱히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자라고 어린 영유아일수록 성장 속도가 빠르다 보니 현재 측정 결과가 정상 범위라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백분위수가 떨어진 상황이라면 좀 더 세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거꾸로 현재 키나 몸무게가 월령에 비해 극단적으로 낮은 백분위수에 있지만 과거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면 바람직한 상황으로 보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장황하지 않은 선에서 궁금하거나 더 자세히 진찰해줬으면 하는 부분을 미리 메모해두었다 알려주면 의사로서도 고마운 일입니다.

 

생후 4~6개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주로 수면, 수유, 이유식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우리 애가 발달 단계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잘 먹고 잘 자고 있는 건지 이유식을 언제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대다수인데 수유 시간과 양, 잠들고 깨는 시간을 적어 오면 아이의 상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생후 9~12개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이유식 진행이 잘 안 되거나 밤중 수유를 끊는 문제, 아이의 잠버릇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간단하게라도 아이의 하루 일과를 적어 오면 도움이 되고, 아이가 먹고 있는 이유식을 직접 가져오거나 사진을 찍어 오면 살펴봐주는 의사 선생님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 월령에 해당되는 아이라면 이유식도 잘 먹고 건강해 보이더라도 빈혈검사에 대해 한번쯤 문의해보는 게 좋습니다. 동네 의원만 하더라도 많은 양을 채혈하지 않고 간단하게 혈색소를 측정하는 장비를 갖춘 곳이 꽤 있습니다. 

 

3차(18~24개월) 검진 시기에는 소아청소년과에서의 검진도 중요하지만 치과에서 시행하는 구강검진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3차와 4차(30~36개월) 때는 언어 발달 상황을 한차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시기의 검사가 다가오고 있다면 평소 아이가 하는 말 가운데 엄마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몇 개나 되는지 차근차근 체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5차(42~48개월) 때는 시력 측정을 처음으로 실시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만 3세가 지났다면 영유아 검진이 아니더라도 1년에 한 번씩 치과와 안과를 찾길 권합니다. 특히 안과질환 중 약시는 아이 스스로 불편을 호소했을 때에는 이미 치료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경우가 많아 5차 검진을 받기 전에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검사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검사결과지를 받고 나서… 

검사결과지를 받은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애가 키는 몇 등, 체중은 몇 등이에요?” 백분위수에 대한 이야기지요. 백분위수는 1에 가까울수록 같은 연령에서 비교적 작고, 100에 가까울수록 비교적 크다고 해석합니다. 

 

가령 키가 70 백분위수에 해당한다면 아이 보다 더 큰 아이가 30명, 더 작은 아이가 69명이 있다고 설명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키나 체중, 머리 둘레 등 측정치가 5 백분위수보다 작거나 95 백분위수보다 큰 경우, 그리고 9개 단계로 나눈 주요 백분위수 단위(3·5·10·25·50·75·90·95·97 백분위수) 중 두 단위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측정치가 크게 변한 경우에는 심화평가를 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성장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이전의 신체계측 결과지와 이후 추적 관찰을 통해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합니다. 체격이 작은 아이들은 주로 5~25 백분위수, 체격이 큰 아이들은 75~95 백분위수 범위 내에서자라는 양상을 보입니다. 

 

마른 아이를 평가할 때는 체중뿐 아니라 신장에 따른 체중을 같이 살펴야 합니다.또 생후 15~18개월 무렵은 일시적으로 성장 백분위수의 변화가 클 수 있는 시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우리 아이 키가 몇 등’ 이라고 좋아할 일도, 낙심할 일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의 검진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고,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과 발달 추이를 꾸준히 자켜보며 전문의의 분석과 그에 따른 조언을 참고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정재호

정재호

▶PROFILE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이혜원

2016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이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