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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자궁, 그 은밀한 이야기

On April 28, 2016 0

여성들이 자궁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때는 임신과 출산 정도. 이 시기가 지나면 또다시 자궁의 존재는 쉽게 잊히고 만다. 평생 내 몸에 있어도 잘 몰랐던 ‘자궁’에 대한 은밀한 속사정.

 

 

PART 1 엄마도 몰랐던 자궁의 신비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닿지도 않지만 일생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일을 해내는 여자의 자궁. 하지만 자궁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중학교 성교육 시간에 배운 게 전부라면? 임신과 출산까지 경험했지만 우리는 아직 자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자궁은 지혜로운 근육이다
산부인과 의사의 책상 위에서 흔히 보았던 핑크색 역삼각형 자궁과 난소 모형.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몸 안에 이런 모양의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만한 크기인지, 어떤 성분인지, 어떻게 임신과 출산에 관여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자궁은 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쥐어보면 크기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무게 60g, 길이 7cm의 자궁은 주먹만 한 깔때기 모양. 평소 이처럼 아담한 크기를 유지하던 자궁은 임신을 하면 자그마치 500배나 커진다. 

 

출산 후에는 씨줄 날줄이 오므라들듯 근육의 압축 프로그램이 작동해 출혈을 멈추고 크기가 작아져 원래의 주먹 크기로 돌아가는데, 이렇게 수백 배로 커졌다가 찢어지지도 않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장기는 자궁뿐이다. 

 

자궁은 단순한 아기집이 아니라 호르몬과 단백질, 지방, 당분 등을 합성하고 프로스타글라딘을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자궁 내막이 허물어지는 월경과 배아가 자궁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착상 과정에는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자궁은 베타 엔도르핀, 디노르핀 같은 천연 진통제도 만들어낸다. 수백 배로 부피가 늘었다 줄어드는 것만도 대단한데 이렇게 정교하고 지적인 작용까지 도맡고 있다니, 힘도 세고 지혜롭기까지 한 셈이다.

 

한평생 흘리는 피는 40ℓ
빠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초경을 시작해 여자의 일생을 거쳐 완경 때까지 매달 흘리는 월경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달 만나는 선홍빛 액체는 몸속을 흐르는 보통의 피와 같은 것일까? 월경혈은 일반 혈액에 비해 영양분은 좀 적으나 호르몬이 많고 살균 기능이 뛰어나며 혈소판이 적어서 응고되지 않고 흘러나온다. 

 

자궁내막은 증식기, 분비기를 거쳐 활발하게 대사 활동을 하는데, 두툼한 내막은 영양과 호르몬이 풍부하다. 그렇다면 월경혈의 양은 얼마나 될까?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월경 한 주기에 혈액과 경관 점액, 자궁내막, 외음부 분비물 등을 합쳐 200㎖ 우유팩 ½개 정도의 양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한평생 흘리는 피의 양을 가늠해보면 임신 중 태반으로 보낸 피와 출산 시 흘리는 피를 제외하고도 40ℓ에 달한다. 한 사람의 몸에 총 혈액량이 5ℓ 정도이니 8명 정도의 몸을 채울 양이다.

 

건강한 질은 입속보다 깨끗하다
질은 음순에서 자궁경부까지 뻗은 10cm 복도라 할 수 있다. 이 짧은 통로는 월경혈이 나오는 길이자 쾌락과 즐거움의 원천이며, 아기에겐 생명의 문이다. 질에는 늘 난관, 내막, 질의 분비샘에서 나오는 점액과 유산균, 대사산물, 점막세포가 섞여 흐르는데, 질액은 알부민, 백혈구, 윤활유 같은 뮤신으로 이뤄진 깨끗한 액체다. 

 

남성뿐 아니라 때로 여성 스스로도 질을 분비물로 가득한 더러운 부위로 여기기도 하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상식이다. 건강한 질은 입속보다 훨씬 깨끗하며 유익한 유산균이 공생하며 자정작용을 하는 공간이다. 

 

유산균은 질에 살면서 단백질과 당분을 분해해 젖산과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내는데, 과산화수소는 나쁜 세균이나 미생물을 차단하는 살균제 역할을 한다. 질액은 냄새와 맛은 약간 시큼하지만 요구르트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액체다.

 

골반은 자궁의 단짝이다
자궁, 난소, 방광은 세숫대야처럼 넓적한 골반강 가운데에 위치한다. 월경 기간이나 출산 때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것도 골반과 연관이 있다. 임신 중 태아의 뼈대 역시 엄마의 골반뼈를 녹여 생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출산 후 이유 없이 엉덩이가 아프고 다리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골반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임신 중에는 자궁이 무거워져 인대가 늘어나는데 이때 골반 쪽 신경을 눌러서 엉덩이에 통증이 생긴다. 

 

출산할 때는 골반이 벌어지는데 분만 후에 수축이 잘 안 되면 골반통이 나타난다. 따라서 산후 몸조리를 할 때는 자궁이 잘 수축할 수 있도록, 골반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모유수유는 의자에 앉아 두 다리를 내려놓고 하는 것이 좋다.

 

 


 

PART 2 자궁이 보내는 이상 신호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는 듯 자궁은 수시로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낸다. 대부분은 ‘그래, 내가 자궁을 잊고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신호지만 때로는 주의를 요하는 경고가 되기도 한다.

 

​월경통

월경은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 자궁의 호르몬 작용에 의해 한 달을 주기로 내막이 떨어져나가는 현상이다. 한 과정이라도 조율이 안 되면 순조롭게 생리를 하기 어렵다. 

 

전신쇠약이나 빈혈에 자궁발육부전, 난소 기능 저하, 호르몬 기능이 나쁘면 생리가 늦어지거나 양이 줄어든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도 생리를 늦추는 요인이 된다. 한방에서는 월경통의 원인을 냉적, 어혈, 습담, 울화로 분류한다. 

 

냉적통은 평소 몸이 차고 소화 기능이 약해 자주 체하며 내장 온도가 떨어져 월경혈이 부풀지 못하고 골반 주위 근육이 같이 수축하며 일으키는 통증이다. 어혈통은 자궁내막이 지나치게 부풀고 피가 끈적하게 엉겨서 통증을 일으키며 습담통은 골반강 속에 탁한 체액이 고여서 배출되지 못하고 담음이 형성되어 수독을 만든 것이다. 

 

울화통은 스트레스성으로 폭력, 학대, 억울함 같은 분노와 화병이 있을 때 자궁이 아픔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고통이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심한 운동이나 스트레스, 잦은 야근 등에 익숙한 현대 생활 곳곳을 살펴보면 호르몬의 균형을 방해하고 자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매우 많다. 우리 몸은 생식과 생존이라는 두 가지 시스템이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생식 시스템의 균형이 깨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뇌하수체에서 난소와 자궁에 정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 

 

따라서 매달 하나의 난포를 건강하게 성숙시켜 배출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는 난소도 덩달아 혼란을 겪는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매달 1개의 난포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여러 개가 선택되고 이들이 난소에서 동시에 성장하다가 멈춰서 난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 즉 배란이 안 되는 경우다. 

 

이는 월경불순, 무월경, 배란장애 등 증상으로 나타나며,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만, 스트레스, 호르몬 이상, 부신이나 난소의 종양 등이 주요 원인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하다가 멈춘 채 배란되지 못하는 난포들은 여러 개의 물혹으로 남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며, 비만을 동반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경우 비만 치료와 더불어 배란을 유도하는 치료를 하면 도움이 된다.


​자궁근종

‘자궁에 혹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혹의 정체를 파악하기보다는 겁을 먹거나 충격에 빠지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자궁 내 혹은 무조건 겁먹을 것도, 그렇다고 방심할 것도 아니다. 

 

자궁에 혹이 왜 생기는지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과도한 자극으로 내막이 과잉 증식하거나 근육층에 혹이 생긴다고 추정할 뿐이다. 호르몬은 육류, 유제품 등 식품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축적된다. 

 

몸속의 난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생성되는데, 과잉으로 만들어진 후 분해 배출되지 않고 자궁을 자극해 혹을 자라게 한다. 스트레스 또한 큰 영향을 미치는데 직장, 가정에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피로, 분노 등이 자궁에 쌓이면 임맥의 경락 흐름이 막히고 굳은살로, 근종으로, 섬유종으로, 내막 증식으로 이어져 아픔을 유발한다. 

 

유산 후에 자궁내막 세포들이 흩어져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종, 내막유착증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대 생활에서 피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궁에 ‘고통의 씨앗’을 뿌리는 셈이다.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은 자궁 가장 안쪽에 월경주기에 따라 부풀어 오르는 조직층을 일컫는다. 자궁내막증은 내막이 원래 있어야 할 자궁 안쪽 자리가 아닌 난소, 자궁 인대, 나팔관, 골반강 등에 퍼져 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서는 학설이 분분한데 월경혈이 난관을 통해 역류해서 골반 내에 퍼진다는 설, 골반복막 일부의 이상 분화로 생긴다는 설 등이 있다. 여성들이 월경 때 의자에 꼼짝도 안 하고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루 8~10시간씩 앉아서 생활하다 보면 월경혈이 모두 자궁경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난관으로 역류할 수 있다. 

 

또한 월경 중에 성관계를 해도 역류할 수 있다.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 자궁내막이 역류되면 제거 기능이 떨어져 자궁내막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 호르몬의 지나친 자극 등도 관련이 있다.

 

보통 월경통보다 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골반통과 성교통이 있으면 의심할 수 있으며 출혈과 무배란 복통이 수반되거나 배가 찢어지게, 혹은 밑이 빠지게 아픈 증상도 보일 수 있다. 내막이 난소에 엉겨 주머니 같은 자궁내막종을 만들어 몇 cm씩 자라는 것. 수술로 제거해도 월경이 계속되는 한 재발률이 높다. 

 

임신을 하면 월경을 하지 않고 자궁 내막이 쉴 수 있다. 따라서 수술로 자궁내막종을 제거한 다음 임신과 출산, 충분한 모유수유로 자궁 내막을 충분히 쉬게 하면 내막증이 진정되기도 한다.

여성들이 자궁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때는 임신과 출산 정도. 이 시기가 지나면 또다시 자궁의 존재는 쉽게 잊히고 만다. 평생 내 몸에 있어도 잘 몰랐던 ‘자궁’에 대한 은밀한 속사정.

Credit Info

취재
강영주
사진
이성우
일러스트
경소영
참고도서
<안녕, 나의 자궁>(이유명호 지음, 나무를심는사람들

2014년 05월호

이달의 목차
취재
강영주
사진
이성우
일러스트
경소영
참고도서
<안녕, 나의 자궁>(이유명호 지음, 나무를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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