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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림책 육아' (2)

On February 16, 2016 0

아이들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그림책들은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아이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거 나, 아이의 발달 단계에 잘 맞춘 책들이 그렇다. 그림책 안에 담긴 아이의 심리를 읽어내면 아이를 더 잘 이 해할 수 있게 된다.

 


 

수다쟁이 아이의 투정 들어주기

강아지가 갖고 싶어! 모 윌렘스 글・그림/ 살림어린이

 

2009년 출간 이후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 윌렘스의 ‘비둘기’ 시리즈.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며 각종 미디어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비둘기 시리즈는 아이들의 심리를 익살맞은 그림과 함께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항상 막무가내로 요구한다. 하지만 원하던 것을 막상 갖게 되면 그 애정이 금세 식어버린다. 아이들이 요구할 때마다 다 들어줄 수도, 일일이 설명을 해가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 <강아지가 갖고 싶어!>다. 밤늦도록 깨어 있는 비둘기는 하품을 하면서도 졸리지 않다며 늦게 자고 싶다고 떼를 쓴다. TV에서 하는 비둘기 쇼를 보면 똑똑해진다고 엉뚱한 이론을 펼치기도 한다. 강아지를 갖고 싶다고 애원도 하고, 버스 운전도 해보겠다며 끊임없이 재잘대는 비둘기는 아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펜 선이 살아있는 이 책은 특별한 배경 없이 비둘기의 독백으로만 구성돼 있지만 책 속이 꽉 찬 느낌이다.

 

parenting tip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책 내용을 이해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실제 경험과 비슷한 내용의 책을 읽으면 더욱 공감하게 된다. 이 책에는 ‘나와 비슷한 존재(비둘기)’가 나온다. 비둘기의 독백을 읽다 보면 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비둘기의 모습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래도 밤이 되면 자야 할 시간인데…” 하며 비둘기의 잘못된 습관을 먼저 지적할는지도 모른다.

 

 

 

내가 왜 갑자기 달라져야 해?

피터의 의자 에즈러 잭 키츠 글・그림/ 시공주니어

 

에즈러 잭 키츠의 그림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피터의 의자>는 ‘뜻밖의 불청객’인 동생 때문에 엄마 아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꼬마의 이야기다. 피터는 자기가 쓰던 의자를 동생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출’을 감행한다. 동생 때문에 심통이 나서 무엇이든 어깃장을 놓으려 하는 피터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첫째의 입장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첫째로서는 동생이 태어났다고 ‘나 자신’이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어른들은 갑자기 “형인데 참아야지”, “동생한테 착하게 굴어야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둘째 옆에 있는 첫째가 갑자기 ‘큰 아이’처럼 보이기 때문이지만, 갑작스런 부모의 태도 변화가 먹힐 리 없다. 책에서도 말하듯 이제는 제 엉덩이를 붙이고 앉기에는 너무 작아버린 의자, 그것만이 피터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다. 이제는 자기가 정말 훌쩍 자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에야 아빠와 함께 의젓하게 페인트칠을 하는 피터의 모습에서 이 책을 읽는 첫째들은 동질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parenting tip

가족과 친구 관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는, 즉 사회성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만 4세 무렵부터는 아이가 평소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그림책을 읽어주도록 하자. 동생과의 이야기, 가족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 친구와의 이야기 등을 읽어주면 아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내용에 공감하며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무서워하면서도괴물을 동경하는 아이들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글・그림/ 시공주니어

 

늑대 옷을 입고 장난치던 맥스는 엄마한테 야단맞고 방에 갇힌다. 그러자 갑자기 방이 숲과 바다로 변하더니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신비로운 밤, 알 수 없는 힘의 주인이 된 맥스. 처음에는 혼자 괴물 나라로 떠나고, 괴물들과 겨루어 그들을 지배하고, 길들인다. 그다음에는 괴물들과 왕 놀이를 하며 괴물들의 우상이 되고, 결국 ‘가지 말라’ 애원하는 괴물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과정을 맥스 혼자 당당하게 해낸다. 책을 보는 아이들은 덩치 크고 부리부리한 눈에 뿔이 달린 괴물들을 진두지휘하는 맥스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엄마가 있는 현실 세상으로 돌아온 맥스가 아직 식지 않은 따뜻한 수프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 역시 맥스와 함께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발달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무서워하면서도 자꾸만 괴물이나 귀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심리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공포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어기제’라 설명한다.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공포 상황을 이기고자 ‘이야기’라는 안전한 틀 안에서 공포 체험을 즐기려 한다는 것. 바로 이런 점이 괴물 이야기, 귀신 이야기의 효용이다.

 

parenting tip

간혹 그림책 속의 무서운 설정들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무서운 그림책에 나오는 독특한 스토리와 그림은 아이의 상상력과 감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귀신, 도깨비, 거인처럼 현실 세계에는 없는 캐릭터를 접하며 아이는 마음껏 상상을 펼친다. 또한 무서운 그림책을 읽으며 모험심을 자극받고 동시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익힌다. 아이는 힘이 세고 무서운 괴물이라는 존재에 강한 매력을 느끼며, 동시에 ‘나도 괴물처럼 강해지고 싶다. 힘이 세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이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귀신이나 괴물 등의 무서운 캐릭터에 ‘엄마 아빠’의 모습을 투영한다고 말한다. 부모는 무한한 애정을 쏟아주는 ‘사랑과 존경’의 존재인 동시에 ‘무서운 면’도 공존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나도 엄마 아빠처럼 무섭고 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만약 아이가 괴물이 나오는 그림책에 거부감을 갖는다면 일종의 준비 기간을 두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시각적인 공포를 먼저 느끼므로 마음이 약한 아이라면 그림책을 읽어주기 전에 책 내용을 먼저 들려줘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살피자. 

 

 

 

아이의 일상을 담은 한국적 그림책

지하철을 타고서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 길벗어린이

 

하루하루가 사건의 연속인 아이들. 지원이와 병관이가 그렇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된 남매. 지하철을 잘못 타면 어쩌나, 역을 지나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누나와 달리 개구쟁이 동생 병관이는 신이 나서 뛰어다닌다. 누나는 그런 동생이 야속하기만 하다. 생활 속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그림으로 담아내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2006년에 처음 나온 <지하철을 타고서>를 시작으로 총 8권이 출간됐으며, 40만 부가 넘는 판매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책이 지금을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주된 삶터라 할 수 있는 유치원, 아파트 단지, 동네 놀이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우리나라 그림책 중에 이런 당대성을 담고 있는 그림책은 안타깝게도 매우 드물다. 평소에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에피소드, 가족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은 아이가 공감하기 충분하다.

 

parenting tip

아이들은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가 참 많다.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것들도 있지만 지원이와 병관이처럼 긴장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생활 속에서 주어지는 커다란 과제를 수행하고 나면 나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마음이 뿌듯해진다. 우리 아이가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들이 담겨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찬찬히 책을 읽어주며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책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것이다.

 

 

 

집도, 가구도, 아이도 꿈나라로…

자장자장 잠자는 집 유리 슐레비츠 글·그림/ 웅진주니어

 

자장자장 잠자는 집이 있다. 집 옆의 나무도 졸고, 밤하늘의 달님도 자고 있다. 탁자와 의자들은 꾸벅꾸벅 자고, 벽과 그림들은 쿨쿨 잠을 잔다. 찬장과 그 안의 접시들, 벽시계, 소파와 그 위 고양이도 잠이 들었다. 침대 위 아이도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다. 그때 음악 소리가 살금살금 들어오더니 잠자는 집을 하나씩 깨우기 시작한다. 모든 사물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물들의 반응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글에 운율감이 살아있으며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여 마치 자장가처럼 들린다. 가장 대표적인 잠자리 그림책으로 꼽히는 책.

 

parenting tip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엄마의 부드러운 음성을 들으며 꿈나라로 빠져드는 시간은 아이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다.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동시에 아이는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긴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씻어낼 수 있다. 이는 부모와 아이의 애착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잠자리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최대한 릴랙스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드러운 조명과 차분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며 꿈결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자. 잠자리 그림책은 그림체가 너무 복잡하지도, 너무 허전하지 않은 것이 적당하다. 또한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를 따뜻한 물로 목욕시키는 등 긴장을 풀게 하고, 책을 읽어줄 때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같이 눕는 등 엄마도 아이도 가장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한다. 

 

 

 

그림책 안에서 ‘작별’을 접하다

우리 할아버지 존 버닝햄 글・그림/ 비룡소

 

‘할아버지’라는 주제를 떠올렸을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그림책이 존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가 봄·여름·가을·겨울을 함께 보내는 모습을 잔잔히 담아내고 있다. 함께 씨를 뿌리고, 바닷가에서 놀고, 물고기를 잡고, 눈 내리는 거리를 걷는다. 쿨쿨 낮잠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삐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손녀와 할아버지의 추억의 영상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러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늘 앉았던 소파가 텅 비어 있다. 할아버지의 부재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즐거운 추억을 보낸 아이라면 ‘죽음’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장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

 

parenting tip

아이들은 ‘죽음’이나 ‘작별’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겪어야 하는 현실이다. 사랑하는 이를 영영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의 상황이 닥쳤을 때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작별에도 준비가 필요한 법. 아직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을 읽어주며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 4~5세 아이들은 죽음을 그저 ‘아주 오랫동안 못 보는’ 정도로 이해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으로 인한 작별도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공포가 되지는 않는다. 어른들처럼 죽음을 두렵게 느끼는 시기는 만 10세쯤 되어서다. 만약 누군가의 죽음으로 작별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면 죽음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설명해주자.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것, 움직일 수 없는 거야”라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현상 위주로 설명해주면된다. 아이가 충격을 받는 게 두려워 ‘멀리 멀리 갔다’, ‘영원히 잠이 들었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아이는 자기 자신이나 엄마가 잠들었을 때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하자.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사진
이보리, 서울문화사 자료실
도움말
김혜경(독서지도사,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강사), 김이경(맑음청소년아동상담센터 놀이치료사) 모델 이윤하(2세), 차서안(3세), 심현우(5세)

2013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사진
이보리, 서울문화사 자료실
도움말
김혜경(독서지도사,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강사), 김이경(맑음청소년아동상담센터 놀이치료사) 모델 이윤하(2세), 차서안(3세), 심현우(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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