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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맛`있는 삶

어디에 가면 가장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묻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미각적 경험과 안목을 동원해 이 목록을 작성했다. 다음 요리들은 먹는 기쁨을 배부르게 선사한다.

UpdatedOn October 09, 2012




 

1. 논현동 물고기자리의 ‘큰 고등어구이’
고등어는 국내산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노르웨이산이 최고라고 한다. 물고기자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해안의 빙하수 속에서 탱탱하게 살이 오른 고등어를 급속 냉동시켜 한국으로 공수해온다. 그래서 신선도가 매우 높다. 한 젓가락만 먹으면 밥은 안 먹고 고등어 살만 집어먹게 된다. 생선 비린 맛도 안 나고, 뼈가 굵어 발라 먹기도 좋다. 바삭한 껍질부터 기름진 뱃살까지 버릴 것이 없다. 함께 제공되는 무절임을 곁들이면 환상적이다. 소금밖에 안 뿌렸다고 하는데, 왜 집에서 구우면 이런 맛이 안 날까.
가격 1인분 8천원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83-12

2. 신사동 잇푸도 2호점 ‘하카타 돈코츠 라멘’
고소한 라멘 국물 냄새 때문에 먹기도 전에 침이 고인다. 진한 돼지 육수에 잘게 썬 파, 숙주, 간장 그리고 생면이 전부다. 알싸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통마늘을 으깨 국물에 풀어 먹어도 좋다. 다른 라멘집과 달리 남자 손님이 많다. 아마도 국물이 많이 느끼하지 않아서일 거다. 보통 일본식 라멘에서 풍기는 돼지 누린내가 없어서 깔끔하다. 다 먹고 난 후에도 입안에 간장 맛이 심하게 돌지 않는다. 기존 시로마루 모토야지로 불렸던 메뉴가 잇푸도 2호점에서는 ‘하카타 돈코츠 라멘’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맛은 그대로.
가격 8천원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4-33

3. 통의동 F9의 ‘미나리 파스타’
파스타인데 미나리가 있다. 미나리가 면처럼 씹힌다. 이건 아주 한국적인 파스타다. 크림 소스 파스타도 아니고 토마토 소스 파스타도 아니다. 음… 간장 소스 파스타라고 해야 하나? 여자들에게 무척 인기가 있다. 미나리 향이 강해서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 같다. F9는 갤러리가 함께 있다.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다 있는 곳이다. 공간만으로도 아주 괜찮다.
가격 9천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91-43

4. 서교동 나물 먹는 곰의 ‘빨간곰 비빔밥 소반’
여긴 크다. 주방에 일하는 아주머니도 많다. 대부분 채소를 대구에서 가져오고, 아주머니들이 다듬는다. 야외 테이블 한쪽에 다듬거나 다듬어진 채소들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비빔밤에 들어가는 각종 나물의 신선도가 훌륭하다. 씹을 때마다 싱싱하게 젊어지는 것 같다. 하우스 와인 한 잔이 같이 제공되는데, 기내에서 비빔밥과 먹던 와인하곤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가격 1인분 1만1천원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95-199

5. 신사동 제인스 피키 피자의 ‘길티세트’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볼 때마다 ‘몰라’라고 일관하는 친구와 가면 좋은 곳. 리코타, 모닝 피자, 고르곤촐라가 3단 케이스에 한꺼번에 나온다. 세 가지 피자가 다 맛있고,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특히 고르곤촐라와 리코타 피자의 치즈 향은 따뜻할 때 후다닥 먹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콜라나 사이다보다 이탈리아산 메나브레아 맥주를 추천한다. 심하게 톡 쏘지 않고, 담백해 맥주계의 페라리라고 불린다나. 피자와 궁합이 잘 맞는다.
가격 1만4천원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7-5

6. 합정동 시타라의 ‘탄두리 치킨’
인도 음식점이 많아져서 탄두리 치킨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맛있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어딘 질기고 어딘 탄 맛이 나고 어딘 향신료가 강하다. 이곳은 맛있다.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 있다. 화덕에 넣고 숯으로 굽는 거라 부드럽기도 육즙이 살아 있기도 어려운 게 탄두리 치킨이다. 하나하나 공을 들여 ‘작업’해야 가능한데 주방이란 곳이 한가하지도 않을뿐더러, 매우 귀찮은 일이다. 이곳의 주방은 장인 정신으로 닭을 굽는다. 라시(천연 발효 음료)도 맛있고 난에 찍어 먹는 카레도 맛있지만 치킨만으로도 1등 ‘먹는’ 곳이다.
가격 탄두리 치킨 2만2천원  위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413-18

 

1. 해방촌 자코비버거의 ‘더 것 버스터 버거’
생김새가 주는 압박이라면 어떤 버거도 ‘더 것 버스터 버거’ 일명 내장파괴버거랑 비교가 안 된다. 접시에 온전히 서 있기가 힘들어 보인다. 빵, 패티, 치즈를 선택할 수 있다. 정말 수제 버거여서 손으로 만든 게 아닌 건 콜라와 케첩 정도다. 그래서 버거를 주문하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파스타를 시켜도 ‘생김새가 주는 압박’은 여전하다. 한 접시 가득 나온다. 주먹만큼도 안 내놓는 고급 레스토랑하곤 다르다. 게임이 안 된다.
가격 더 것 버스터 버거 2만2천원(혼자선 절대 못 먹는다)
위치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45-6번지

2. 연남동 안씨네의 ‘양념족발’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족발을 삶고 살짝 식힌다. 그때 양념을 만든다. 모든 게 바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껍질의 쫀득함이(이걸 콜라겐이라고 하던데, 피부에 좋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먹을 수 있다. 한 접시에 살코기와 껍질이 잘 배합돼 있어서 씹는 맛도 좋다. ‘좋다’고 백 번쯤 적고 싶다. 주문할 때 양념의 매운 정도도 조절할 수 있다. 캅사이신은 사용하지 않고 청양고추 가루로 매운맛을 낸다. 함께 제공되는 콩나물국, 배추김치, 허브피클, 바로 버무린 부추무침이 고기를 먹을 때의 어떤 육중한 느낌에서 해방시켜준다. 와인이랑, 굿이다!
가격 M 2만5천원(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밀러 생맥주를 50% 할인한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59-16

3. 서현동 을파소의 한정식
생선회, 훈제 오리, 누룽지탕 등 20여 가지 코스 요리가 쉴 틈 없이 몰아친다. 그런데도 가격은 2만3천원이다. 저녁 시간에도 딱 그것만 받는다. 매일 아침 새벽 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고,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만든다. 특히 누룽지탕이 별미인데, 중국식 누룽지탕처럼 걸쭉하지 않고 맑고 깨끗한 국물이 특징이다. 송송 썬 청량고추가 들어 있어 살짝 칼칼하기까지 하다. 제대로 된 퓨전이랄까. 이 집 음식은 다 그렇다.     
가격 2만3천원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77-5

4. 공덕동 진미식당의 ‘간장게장 정식’
감태(김), 게국지(게와 김치로 끓인 찌개), 어리굴젓이 함께 나온다. 이것만으로도 밥 한 공기가 사라지는데, 게장은, 뭐 더 할 말이 없다. 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내장’이라고 함)이 꽉 찼다. 짜지도 달지도 않다. 양념은 사전적 의미로 ‘양념’의 역할만 한다. 원 재료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게 진미식당 간장게장 정식의 매력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이런 간장게장이 있다. 
가격 1인분 3만1천원  위치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105-127

5. 논현동 코담의 닭백숙
꼭 세 번의 놀라움. 그 첫 번째는 가격이다. 솔직히 좀 비싸다. 두 번째로 놀란 건 조리 시간이다. 주문을 하면 40분 뒤에나 음식이 놓인다. 그만큼 정성을 깃들인단 뜻 되겠다. 이윽고 찾아온 세 번째 놀라움. 맛이 죽인다. 백숙을 먹은 뒤 그 국물에 죽을 끓이는 일반 백숙집과 달리 처음부터 국물에 찹쌀을 넣어, 백숙과 죽을 함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살도 훨씬 부드럽다. 더덕은 달달한 맛을 내고 끝 맛은 전복이 책임진다. 그러고 보니 육해공이 다 모였다. 비싼 만큼 맛있다. 정말이다. 
가격 4만원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2동 211-19

6. 신사동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의
주파 디 페세 나폴레타나
투박한 프라이팬에 해산물이 넘쳐난다. 언뜻 보이는 것만도 꽃게, 새우, 오징어, 가리비 등 10여 종은 족히 넘는다. 해산물을 살짝 걷어내면 엄청난 크기의 우럭이 통째로 누워 있다. 정해진 재료는 없다고 한다. 계절마다 가장 좋은 생선과 해산물을 사용한단 뜻이다. 주파 디 페세 나폴레타나는 한국 음식으로 비교하자면 해물탕과 유사하다. 토마토와 페페론치노로 맛을 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끝 맛이 살짝 매콤하다. 거기에 어우러진 해산물이 시원한 맛을 낸다. 빵에 찍어 먹어도 좋을 맛이다.
가격 4만8천원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6-2

7. 쉐라톤 워커힐 호텔 피자힐의 콰트로 피자
옛날식 피자다. 1988년 문을 연 후 그때 그 방식만을 고집한다. 2012년엔 그게 더 새롭다. 화덕에서 굽고 도우는 시금치를 갈아 반죽한다. 건강한 맛이다. 콤비네이션 피자, 해산물 피자, 불고기 피자, 치즈 피자 등 네 가지 피자가 한 판 위에 펼쳐지는데, 각 재료의 맛이 살아 숨 쉰다(특히 전복이 가득 들어간 해산물 피자가 그랬다). 거기에 쫄깃한 치즈를 듬뿍 얹었다. 얼마나 재료가 꽉 찼는지 씹는 맛이 일품이다.
가격 5만9천원  위치 서울시 광진구 워커힐로 177 쉐라톤 워커힐 호텔 별관

8. 청담동 하카타 타츠미의 스키야키
스키야키는 고기와 야채 등을 즉석에서 끓여 먹는 일본식 전골 요리다. 샤브샤브와 비슷하다. 간장 국물에 살짝만 익혀 먹기 때문에 각 재료의 신선함이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데, 이 집의 식재료는 청정하리만큼 신선하다. 전국 방방곡곡을 순회하며 최고급 식재료만을 찾은 것. 고기는 매일 전북 고창에서 직송한 유정란에 찍어 먹는다. 게다가 최상급 한우 등심만(1+++란다) 쓴다. 고기의 등급을 책임지는 마블링만 봐도 알 수 있다.
가격 6만원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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