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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철학

아뮤즈 부쉬는 다이닝의 시작을 알리며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가치와 셰프의 철학이 담긴 한 입 거리 음식들이다. 눈과 입이 즐거운 한 입 거리 미식의 세계를 엿봤다.

UpdatedOn March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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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자차 + 아시안

코자차는 없는 요리를 만들지 않는다. 기존에 있던 요리에서 더욱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 코자차의 철학도 그렇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를 메뉴로 만들자. 짬뽕이면 어떻고 족발이면 어떤가. 음식의 완성도를 ‘궁극’으로 올리는 게 중요하다.” 코자차는 신라호텔 아리아께 출신인 최유강 셰프와 신라호텔 팔선 출신인 조영두 셰프의 공간으로 2022년 미쉐린 1스타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한식, 중식, 일식 요리를 선보이며 국적 없는 퓨전 요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세 요리가 한데 어우러져도 이질감이 없는 것이 코자차의 매력이다. 이곳의 한 입 거리는 냉채 소스를 뿌린 전복이다. 중국 황실에서 사용한 비누 곽에 올린 채 내어주며, 코자차의 독특한 콘셉트를 대표한다. 이 한 입 거리에는 두 셰프의 고민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오향장육을 선보이려 했지만, 입맛을 돋우는 구실을 하기에는 무겁게 느껴져 제외했다. 새우, 관자, 전복 등을 넣은 냉채 요리를 한 번에 내어주자니 다이닝 후반부를 다채롭게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컸다. 한식으로 만든 한 입 거리로는 잣을 곱게 갈아 관자, 새우와 버무려 만든 냉채가 있지만 시작 요리라기엔 너무 느끼했다. 그래서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전복 냉채를 택했다. 세 가지 참기름과 식초를 섞어 만든 냉채 소스를 뿌린 전복을 선두로 본격적인 다이닝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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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미 + 이노베이티브

지역색과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재미있고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묘미의 아뮤즈 부쉬에는 서촌의 고즈넉함이 묻어 있다. 2020년 미쉐린 1스타를 얻은 후 현재까지 유지되어온 묘미의 김정묵 셰프는 한식 같지 않은 외형이지만 입에 넣는 순간 한국적 향이 묻어나는 음식을 추구한다. 창덕궁을 수놓은 낙엽을 표현한 과자는 밤으로 만들어졌다. 바삭한 크래커 틈에는 푸아그라와 단맛이 나는 아카시아 꿀을 발랐고, 과자 위엔 스모키한 소금을 뿌려 단맛과 짠맛의 조화를 이루었다. 다음은 서양 요리의 모양을 갖췄지만 먹어보면 한국적인 요리들이 이어진다. 손가락 크기의 아주 작은 햄버거에는 다양한 맛을 응축시켰다. 촉촉하고 버터 향이 가득한 브리오슈 사이로 고추장과 피클, 마요네즈 소스를 곁들인 게살 패티가 보인다. 겉면을 바삭하게 구운 피자 도 위에 올린 붉은 요리는 다름 아닌 육회다. 육회가 유명한 광장시장에서 영감 받은 것으로, 토마토소스와 썬 미나리를 뿌려놓는다. 완성된 요리의 맨 위는 캐비아로 장식한다. 타르트는 예상 밖의 재료로 채운다. 질감이 독특한 오징어와 단맛이 나는 알로에를 참기름에 버무려 타르트 속을 채웠다. 흙처럼 표현한 가루는 말린 올리브를 곱게 간 것이다. 앞선 요리들로 다소 기름져 있는 혀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는 양배추를 올린 베이컨 빈대떡과 가리비 어묵과 단새우 샌드위치를 내온다. 묘미가 내어주는 한 입 거리에는 한국의 사계절, 그 동네의 별미가 있다. 김정묵 셰프가 여행하며 받은 영감도 오롯이 담겨 있는 속이 꽉 찬 한 입 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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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망 시크레 + 컨템퍼러리

‘비밀스러운 연인.’ 이름처럼 라망 시크레의 새빨간 벽은 얼굴을 보이지 않은 여인의 등으로 가득 채워졌다. 궁금하게 만드는 이곳은 2021년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1스타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좋은 식재료가 요리의 기본이라고 말하는 손종원 셰프는 한국 스타일의 양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날개 형태의 플레이트에는 작지만 셰프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한 입 거리가 올라 있다. 꽃 당근의 겹쳐진 꽃잎 틈에는 허브가 이파리처럼 꽂혀 있고, 당근 꽃잎 위에는 스모크 파프리카 파우더가 흩뿌려졌다. 아이스크림을 닮은 조그만 콘의 속은 감귤로 만든 바바루아 크림으로 채웠다. 콘 위에 얹은 캐비아는 보라꽃으로 수놓아 미감을 더했다. 아뮤즈 부쉬는 계절감을 담아 매번 바뀌는데, 몽블랑과 하얀 바바루아는 겨울을 품고 있다. 타르트 시트 위에 곱게 얹은 밤 크림은 제철 밤을 사용했다. 원형의 바바루아는 감자와 대파를 사용해 만든 수프인 비시스와즈로, 겉면은 조각난 하얀 무와 트러플로 마무리했다. 피날레는 가리비로 속을 채운 사과다. 빈 사과 속은 발효한 사과 주스에 재운 콜라비 슬라이스를 쌓아 올렸다. 반투명 슬라이스는 형형색색 꽃잎을 붙여 아름다운 미식의 세계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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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박도현

2022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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