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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에 대한 우려와 기대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에는 사명까지 변경하고, 비즈니스 방식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전혀 다른 회사가 되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사명은 ‘메타’. 메타버스 하겠다는 것이다. 메타가 메타버스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사용자가 접할 메타버스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메타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UpdatedOn December 06, 2021


페이스북이 10월 28일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꿨다. 잘나가는 회사가 갑자기 사명을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다만 IT 역사에서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플컴퓨터는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애플’로 이름을 바꿨고, 구글 역시 2015년 사명을 ‘알파벳’으로 바꾼 적이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갑작스러운 결정은 사실 복잡한 이유가 있다. 10월 5일 페이스북의 전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겐’은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에 대해 증언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 인종 차별 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영진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며 페이스북을 비난했다. 이 발언 후 의회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청문회가 있은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의 사명을 ‘메타’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두 사건 사이에 연관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단순하게 본다면 페이스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리브랜딩 작업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도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과거에도 VR 회사인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지속적으로 가상현실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다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현재의 위상을 버리고 가상현실로 급격히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 사용자층이 글자와 사진에 익숙한 유저들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가상현실로의 이동은 수년간 답보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부터 ‘메타버스’가 화두가 되어버렸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와 ‘로블록스’ 등이 수억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제 ‘메타버스’는 거대 유행이 됐고, 신기술의 상징이 됐으며, 새로운 세대의 상징이 됐다. 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구세대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마크 저커버그로서는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을 거다. 여러 가지 이유로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꾸며 본격적으로 메타버스의 시대를 열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정말 우습지만 도대체 ‘메타버스’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다. 메타버스 전문가가 아니라고 비웃지 마라. 메타버스 전문가도 이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다. 아니, 도대체 메타버스 전문가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일단 메타버스의 위키백과에 나온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게임형 가상세계라는 의미’라고 한다. 사실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얼마 전 제페토에 접속해봤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제트가 만든 제페토는 이미 수억 명의 사용자를 모았고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하지만 이 플랫폼에 접속해봐도 특별히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그 아바타가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대화를 하고 가상으로 만든 거리와 공간을 즐기는 경험 정도다. 무슨 대화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나와 대화를 해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사실 제페토는 온라인 게임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온라인 게임이 어떤 미션이 있고 스토리가 있다면, 제페토는 특별한 미션이라고 할 게 없고 캐릭터도 성장하거나 죽지 않는다.

옷이나 모자, 신발 등을 구입해 캐릭터를 꾸밀 수는 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유행했던 싸이월드와도 비슷하다. 가상세계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꾸미고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가상세계를 즐기는 게 제페토의 주된 테마다.

종합해보면 과거에 잠깐 유행했던 등을 합친 것이 메타버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메타버스의 개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와 메타버스에 대한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메타버스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마치 블록체인 기술과도 같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을 폭등시켰지만 비트코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누구도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없다. 메타버스 역시 비슷하다. 가상현실을 뜻하는 폭넓은 단어이고, 그 정의는 VR이 될 수도 있고, 제페토가 될 수도 있으며, 포트나이트 또는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싸이월드나 심즈도 메타버스일 수 있다. 즉 메타버스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고 현재도 계속 발전하는 개념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의 정의를 아주 단순하게 말했다.

“다음 단계의 인터넷이다.”
마크 저커버그의 말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카메라, 영상, 그리고 텍스트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바일 앱의 형태를 띠고 있다. 사용자는 앱을 열고 새 글을 확인한 후 거기에 ‘좋아요’를 눌러 반응을 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나 사진, 영상을 업로드한다. 가상공간에 내 자아를 만들지만 실제로는 현실의 내가 소셜미디어를 꾸며나가는 형태다. 하지만 다음 단계의 인터넷은 그 경계가 없어질 수도 있다. VR이나 AR을 쓰는 순간 나는 그대로 가상공간에 진입해 실제 행동을 한다. 굳이 뭔가를 찍어 올리거나 꾸밀 필요 없이 그저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자체가 그대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그게 메타버스의 시대고 새로운 기업 ‘메타’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의 인터넷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을 통해 3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기업 ‘메타’는 인류가 메타버스 시대로 전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는 플랫폼, 그리고 매일 수억 장의 사진과 수십억 개의 상호작용이 오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본격적으로 AR과 VR을 도입한다면 인류는 더 빨리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시대로 간다면 현실의 삶을 포기하고 가상세계에 올인하는 삶이 생길 수도 있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가상세계에서 찾는 사람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처럼 빨간 약(현실)과 파란 약(가상세계)을 선택하고 선택한 세계에서 남은 삶을 이어나가는 거다. 그러고 보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절망에 빠져도 또 다른 선택지가 있으니 희망적인 일 아닌가?

다만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 인종 차별을 방치하면서 문제를 만들었듯이 메타버스의 시대에도 비슷한 과오를 반복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지금처럼 단순히 타임라인만 지저분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상의 삶에 가짜 뉴스와 혐오, 인종 차별이 들어오는 셈이니까. 메타버스의 시대에 기업 ‘메타’는 가상 삶의 근간을 뒤흔들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철학보다는 광고 수익과 사용자 늘리기에 혈안이 된 한낱 기업에게 그 역할을 맡겨도 될까? 과연 메타가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것일까?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답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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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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