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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라이프

엘레이와 라일리의 요트 라이프

목적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목적은 여행 그 자체다. 바람에 의지해 세계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이 요트를 어디로 이끌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진 아무도 모르지만 그런 것도 중요치 않다. 눈부신 밤하늘의 별들을 만나고, 망망대해에서 서로만의 존재를 느끼고, 투명한 바다에 뛰어들거나, 돌고래와 유영하며 살아가는 삶. 요트를 집 삼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자유에 대해 말한다.

UpdatedOn October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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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이와 라일리

Elay&Riley
@elayna.carausu

용기였을까?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는 선택에는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의지는 삶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순간 발휘된다. 라일리는 목 골절상을 당했고,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는 없었다. 엘레이는 라일리가 좋아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무엇에 흥미를 갖는지, 언제 즐거운지 하나씩 써내려가는 과정은 삶을 반추하게 만든다. 리스트는 라일리가 여행과 물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리스트를 작성하고 라일리에게 물었다. 함께 항해하지 않겠느냐고. 둘은 몇 주간 고민했고, 요트를 타고 항해를 시작했다. 그 후로 6년이 지났다. 현재 그들은 48피트 카타마란 라 배가본드(La Vagabonde)를 타고 여행 중이다.

잠든 바다사자를 깨워라
엘레이와 라일리는 항해 일기를 영상으로 담아왔다. 그들의 유튜뷰 채널은 꽤 유명하다. 항해만이 아니라 여행과 자유, 환경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름답거나 그들를 자극하는 곳에 가면 항상 영상을 촬영한다. 유튜버 본능일 수도 있다. 그들이 꼽은 베스트 오션은 바하마다. 작고 멋진 섬과 아름다운 바다, 수많은 물고기들로 이루어진 바하마는 한 번은 꼭 가볼 만한 곳이다. 호주의 거대한 산호초 해안선인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서 보낸 성령강림절도 잊지 못하는 추억으로 꼽았다. 베네수엘라 연안의 휴양지로 유명한 로스로케스섬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음식만큼이나 아름다운 섬과 훌륭한 정박지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포르투갈의 아조레스에 머물고 있어요. 이곳의 풍경 역시 아름다워요. 하루하루가 꿈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아름다운 바다에서 신비로운 해양 생물과 함께한 경험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꼽았다. “바하마에서 상어들과 함께 수영했던 경험은 항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죠.” 상어와 함께 수영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자연의 일부가 되는 이들의 모험에선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동안 고래, 돌고래, 거북이 등 많은 해양 생물들과 함께 수영해왔다. “갈라파고스에서는 우리 배에 무단 승선한 후 곯아떨어진 바다사자들을 깨운 적도 있었어요. 그들은 취객처럼 소리를 냈고, 아무 곳에나 배설물을 뿌려놨죠. 그때의 악취는 정말 지독했어요.” 지난해 엘레이와 라일리 그리고 그들의 배는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그레타 툰베리를 태우고 대서양을 가로질렀기 때문이다. 툰베리의 대표적인 환경보호 활동 중 하나였던 친환경 세계 여행은 엘레이와 라일리의 공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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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의 지속 가능한 삶
바다에서의 생활이 평온할 수만은 없다. 언제든 거칠게 변할 수 있는 파도도 있지만, 다른 배와의 충돌도 위험 요소다. 엘레이와 라일리가 꼽은 공포의 순간은 다른 배와 엮였을 때다. 다른 요트의 프로펠러에 엘레이 배의 돛이 말려 들어갔다. 정박해서 수리해야 하는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오히려 해안선과 점점 멀어지며 바다로 끌려갔다. 폭풍우 때문이었다. 위험천만한 순간 그들은 겨우 구조되었다. 항해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린다. 그럼에도 항해를 지속하는 건 자유롭기 때문이다. “항해하는 삶은 자유 그 자체죠. 직접 물고기를 낚아 요리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사랑해요. 바람과 함께 여행하면 근심 걱정은 날아가고 평온만이 남죠.” 엘레이가 말했다. 그들은 항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환경운동가가 된다고 했다. “바닷속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받는 해양 생물을 대면하면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게 돼요.” 그들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바다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종종 지속 가능한 활동을 펼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나아갈 용기
싸우고 도전하며 버티는 사람들의 삶은 경이롭다. 근육장애를 가진 항해사, 암투병 중인 노숙자를 만난 기록을 유튜브에 올리며 사람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전해준 바 있다. 그들은 6년 넘게 항해하며 많은 섬과 바다, 사람들을 만났지만 아직 못 가본 지역이 있다.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아시아에 가보고 싶어요. 알아요. 아주 먼 길을 항해해야 한다는 걸.” 고요한 바다와 선선한 바람, 자유를 만끽하다 보면 아시아에 도달하지 않을까. 그들의 배 라 배가본드가 해운대에 정박하는 것을 기대해본다.

두려움을 버리고
그들의 유튜브 채널에는 부럽다는 내용, 그들처럼 살고 싶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말미에 엘레이와 라일리는 힘주어 말했다. “저희처럼 살고 싶다면 시도하세요.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가장 어려운 건 요트를 구입하고, 육지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것뿐이죠. 케이블 TV와 자동차 보험을 해지하고 바다로 달려가세요.” 그들은 이 거친 여행에 처음 도전했을 때 항해하는 방법조차 몰랐다. 좋은 선원들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긍정적인 기운과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가 했다면,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항해 커뮤니티는 아주 유익하고 친절한 곳이에요. 다른 항해사들과 어울려 항해하다 보면 외로울 틈이 없죠.” 필요한 건 뛰어들 용기일까. 아니 용감하지 않아도 된다. 무작정 배에 오르면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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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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