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서울 아파트

큐브

자고 일어나면 값이 오르는 서울 아파트.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전세라도 괜찮지만 그마저도 사라진 지금. 서울 아파트는 계층 상승을 위한 동아줄 같은 걸까. 아파트를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밀려나고 추락하게 될까. 그런 것 말고. 고향이고 삶의 터전인데, 평생의 기억이 담긴 곳을 떠나야만 성공하는 걸까. 나에게 서울 아파트란 무엇인가. 서울 아파트에 적을 둔 다섯 사람이 답했다.

UpdatedOn August 28, 2020

3 / 10
/upload/arena/article/202008/thumb/45889-426032-sample.jpg

 

네모반듯한 사각형이 차곡차곡 쌓여 도시를 빼곡히 채웠다. 그것이 아파트인데 도시에 사는 중산층 혹은 중산층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 아파트에 살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 살게 되면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양이나 크기가 같아서인지 모두 같은 병을 얻게 된다. 그것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더 큰 아파트를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부모님도 그 병에서 벗어나지 못하셨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병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가 네 살 때, 처음으로 살게 된 아파트는 복도식이었는데, 그 시절에는 현관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가정이 많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까지 가자면 몇 개의 현관을 지나쳐야 했는데 그때마다 열려 있는 현관을 통해 이웃과 마주치게 되면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딱히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살던 7층에 또래 친구들이 열댓 명쯤 살았다. 나는 그들의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벨을 누를 필요도 없이 열려 있는 현관문에서 “누구누구야 놀자!”라고 외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현관문을 닫기 시작했다.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 흐름이 쳐놓은 올가미에 우리는 꼼짝없이 걸려들었다. 현관문이 외부와 나를 연결하는 통로였다면, 외부로부터 나를 차단하는 방패로 바뀐 것이다. 물론 나는 그것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창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고립이란 한마디로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가 막혔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기만의 방에 들어앉아 스스로 그 통로를 차단하고, 곁에 있는 이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끝없는 관계의 결핍과 마주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더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기어코 더 좋은 고립의 창을 마련하기 위해 경쟁하는 역설이란.

WORDS&PHOTOGRAPHY 김선익(사진가)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0년 09월호

MOST POPULAR

  • 1
    과감함과 귀여움
  • 2
    엄청나게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
  • 3
    Under the Moonlight
  • 4
    SPRING, SPRING
  • 5
    고급 시계 3라운드

RELATED STORIES

  • LIFE

    가격대 별 '자토바이' 입문 가이드

    지금 가장 스타일리시한 교통수단.

  • LIFE

    연기 없는 저녁

    아이코스는 ‘IQOS Together X’ 이벤트를 통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었을까? 그 이야기 속에는 꽤 진지하고 유쾌한 미래가 있었다.

  • LIFE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4

    한국에서 만나는 미국식 중국의 맛.

  • LIFE

    가자! 촌캉스

    지금 이 계절, 촌캉스를 떠나야 할 때.

  • LIFE

    봄의 공기청정기

    미세먼지가 걱정스러운 계절이라 모아본 오늘날의 공기청정기 4종.

MORE FROM ARENA

  • INTERVIEW

    Timeless Story

    예거 르쿨트르의 클래식하고 혁신적인 워치, 리베르소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전시를 열었다. 서울에 직접 방문한 CEO 캐서린 레니에와 리베르소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INTERVIEW

    배우 변요한, 순수함과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화보 미리보기

    변요한, “연기는 운명 같다”

  • FASHION

    뜻밖의 몽블랑

    지난 파리 패션위크 기간, 몽블랑의 새로운 비전을 담은 혁신적인 크로스 카테고리 컬렉션 ‘온 더 무브(On The Move)’의 론칭을 기념하기 위한 화려한 파티가 진행되었다.

  • FASHION

    여행이 끝난 후에

    숙소로 돌아온 여행의 밤, 온종일 모아둔 기념품을 백팩에서 쏟아냈다.

  • LIFE

    더블린에 부는 더치 안경

    더블린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안경이 등장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