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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닌 내가 주인공인 시대

UpdatedOn April 24, 2020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유튜브 이용자가 40%에 육박한다고 한다. 유튜브 뮤직까지 합치면 50%나 된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이유는 뭘까. 영상을 함께 시청할 수 있어서? 그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한다. 유튜브의 날카로운 센스가 사용자들의 마음을 녹인 것. 이용자들이 음원 서비스 대신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를 살핀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레코드도 사고, 음원 사이트도 두 곳이나 유료 가입해 이용한다. 각자의 용도는 다르다. 레코드는 정말 갖고 싶은 음악이 있을 때 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달 엄청난 양의 레코드를 사들였지만 이제는 멈췄다. 돈도 시간도 아닌 공간이 부족한 순간이 와서다. 음원 유통 사이트는 주로 일할 때 쓴다. 유통사나 작곡가와 편곡자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 혹은 무손실 음원을 다운로드해 정확히 음악을 모니터하고 싶을 때. 다만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다 말한 것은, 유튜브가 적어도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혹은 모바일 환경에서 음악 감상의 ‘디폴트’ 값이 되었기 때문이다. 뭔가 궁금하면 구글부터 켜듯 말이다.

구글은 질문하기 전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검색어를 넣어야 답을 준다. 그런 과정과 답에는 (적어도 형태 면에선) 위계가 없다. ‘아이스크림’을 검색하면 아이스크림에 대해 언급한 사이트나 블로그 등이 구글의 알고리즘에 따라 배열된다. 눈에 더 잘 들어오거나 화려한 장식과 텍스트로 현혹시키는 대신 정확히 정보를 보여주려 애쓴다. 유튜브 또한 그렇다. 특정 음악가를 검색하면, 그의 음악과 라이브를 비롯한 여러 영상 클립이 등장할 뿐이다. 음악을 앞세운 유튜브 뮤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알고리즘에 따라 비슷하거나 관련 있는 음악을 추천하지만, 그 또한 특별한 우선순위는 없어 보인다. 모두가 알다시피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훌륭하다. 그런데 유튜브의 족집게 알고리즘은 그 자체로도 똑똑하지만, 혼자 똑똑하기만 해서는 실현할 수 없는 결과를 낸다. 누구나 유튜브에 음악을 올릴 수 있다. 공식과 비공식, 미공개와 리믹스와 라이브와 믹스셋이 섞여 있다. 알고리즘은 그렇게 수많은 ‘집단지성’에 힘입어, 그 누구보다 드넓고 공평한 아카이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나는 표적을 두고 검색했지만, 표적을 뛰어넘는 발견과 감상을 하게 된다. 유튜브 뮤직에서 한 곡을 검색해 선택하면, 기다렸다는 듯 자동으로 생성되는 ‘Queue’에는 어떤 공해도 없다. 음악만 있을 뿐이다.

공해가 없다는 말은 (내가 설정하기 전까지는) 필터가 없다는 말로 바꿔 쓸 수도 있다. 그간 음원 사이트의 가장 파워풀한 필터는 차트였다. 물론 차트는 소비자가 만든다. 많이 듣는 만큼 차트 순위가 높아진다. 그렇지만 싫으나 좋으나 첫 화면에서 차트를 봐야 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차트 자체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았으나, 구조가 이미 필터를 갖고 있는 경우다. 순위 자체엔 문제가 없다. 그러다 차트 순위 조작 논란이 터졌다. 소비자는 더 이상 차트를 믿지 않게 됐다.

당연히 차트가 음원 사이트의 전부는 아니다. 음원 사이트는 정확한 가사를 읽을 수 있고 뮤지션이 출연한 방송이나 뮤직비디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로 진화한 지 오래다. 자체 개발 콘텐츠도 활발히 만든다.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연쇄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아직 독보적이다. 그러니 일할 때의 ‘디폴트’가 음원 사이트라는 점은 쉬이 변치 않을 것이다. 통신사 제휴 할인 서비스도 달콤한 제안임에 분명하다. 다만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에서 사용자의 자격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려해보면 그 답은 명료하다. 독자 혹은 (시)청자.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 VIBE는 최근 좋은 결정을 내렸다. ‘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갔으면 좋겠어’라는 카피와 함께, 음원 이용료 정산 방식을 바꿨다. 내가 낸 돈이 내가 듣는 뮤지션에게 간다. 이것은 공정함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VIBE 자체의 지향점을 위한 시스템의 변화라 할 수도 있다. VIBE는 ‘AI 기반의 음악 서비스’를 표방하고 등장했다.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나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알아서 골라주는 서비스. 독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중심이 ‘나’에 있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내가 지불하는 돈이 전달된다는 방식이야말로 이치에 맞다. 아직 VIBE의 상업적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그러나 분명 정산 방식의 변화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고, 그 결정은 음악 애호가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고 유튜브가 점점 세를 불리고 있는 지금, VIBE가 자신의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쇄신을 꾀한 모양새다.

다시 유튜브로 돌아가, 유튜브도 스포티파이나 VIBE와 흡사한 장점이 있다. 처음 유튜브 뮤직 페이지를 열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고르도록 한 점도 VIBE와 비슷하다. 대신 유튜브는 이런 굉장한 일에도 큰 생색을 내지 않는 듯하다. 특정 기능에 대한 ‘캐치’한 이름이나 테마는 없다. 대신 여전히 ‘나’가 중심에 있는데,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 만드는 게 유튜브 자신이 아닌 나와 똑같은 사용자가 해낸 일처럼 보이게 한다. 그 사용자들은 나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굳이 어떤 뮤지션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자신의 레코드를 녹음해 업로드하는 사람들. 유튜브의 힘은 거기서 나온다. 유튜브에 살지만 유튜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철저히 내 마음대로지만, 고립되지 않고 나와 우리의 애정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것.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사람의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유튜브 뮤직까지 합치면 50%를 넘는다. 내내 음악만 들을 거라 생각진 않는다. 재미있는 영상도, 뉴스도, 브이로그도 볼 것이다. 혹은 그걸 보다가 음악으로 넘어올 수도 있다. 유튜브 뮤직은 음악 채널이지만, 굳이 영상을 배제하지 않는다. 유튜브 뮤직에서 영상 콘텐츠를 선택하면 다시 유튜브로 돌아가는 대신 유튜브 뮤직 플랫폼에서 영상을 그대로 재생한다. ‘당신의 의지만 있다면’ 뭐든 하라는 식이다. 그리고 사용자의 의지와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줄 수많은 친구들이 있다. 유튜브는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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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EDITOR 정소진
WORDS 유지성(음악 칼럼니스트)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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