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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그들의 도플갱어

`공간`은 생각보다 많은 이미지를 내포한다. 번뜩이는 재치를 지닌 이는마치 우주 공간 같은 작업실을 갖고 있고, 성실함으로 무장한 이는 순두부찌개처럼구수한 느낌의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니까 작업실은 곧 주인의 얼굴인 거다.<br><Br>[2007년 5월호]

UpdatedOn April 19, 2007

Photography 정재환, 기성율 Editor 이지영, 김민정

오형근 + 사진가
내 작업실의 시간 나는 사진가이자 예술가이다. 순수 작업도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상업적인 작업도 해야 한다. 강의를 나가는 시간 외에 일주일에 3일 정도 작업실에 있다. 그 3일 중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할 때에는 시간이 물 흐르 듯 흘러 항상 모자란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내 작업실의 역사 지금 이 작업실은 1998년부터 생활해온 곳이다. 그전에는 다른 포토 스튜디오처럼 지하에 있었다. 수맥이 지나간다는 그 지하에서 나는 3년 만에 전정실이라는 병으로 쓰러졌다.
그 이후 햇빛과 환기가 잘되는 스튜디오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했고 지금 이곳으로 왔다. 처음 작업실을 꾸밀 때 신경 쓴 부분은 내가 편한 곳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무가 있고 햇빛이 들며 바람이 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뾰족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모든 것이 둥글둥글하다. 내 작업실의 친구들 커피, 미니 카메라, 노란 연필 이 정도. 우리 스튜디오의 음악을 두고 남들은 FM 98.1이라고 부르더라. 그냥 신경 쓰지 않고 틀어놓는 편이다. 멋있게 재즈라든가 팝을 틀면 사람들은 그 음악에 맞추려 거드름 피우는 자세를 보인다. 난 일정한 긴장과 어색함이 도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일부러 더 음악은 마구잡이로 틀어놓거나 아님 아예 듣지 않는다. 사실 강아지 한 마리를 작업실에 키우고 싶다. 꼭대기 층에 강아지를 키우면 악귀가 몰린다는 주인의 반대 때문에 망설이고 있지만. 작업실에서의 고군분투 지금은 디지털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줄곧 필름 카메라만 사용했다. 개인전이라도 준비할 때면 작업실은 전쟁터가 된다. 사진 인화를 위해 하루 꼬박 작업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한 달 정도 사진들과 전투를 한다. 하루 종일 무릎 꿇고 앉아 1미터를 훌쩍 넘는 사진들과 싸우는 일이 가장 힘들다. 아, 그럴 땐 무릎에 아기 기저귀를 차고(?) 하면 훨씬 수월하다. 이것도 이 작업실에서 깨달은 노하우다. 내 작업실, 최고의 작업물 나는 다큐멘터리 작가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사진에 대해 많이 낯설어 했다. 그래서 모델을 찾는 일이 여간 어려 운 게 아니었다. 그때 흔쾌히 나의 모델이 되어준 분이 신카나리아와 트위스트김 선생님이다. 혼혈 문화를 다루고자 했던 내 첫 작품은 그들이 이태원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이다. 그때만큼 본능적이고 순수하게 작업했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사진가라 사진이 우선이지만 작업실 중앙에 있는 나무 테이블 또한 나의 최고의 작업물이다. 그때 목수와 둘이서 톱질과 대패질을 해가며 만든 추억과 정성이 스민 작품이다.

박선기 + 조각가
작업실에서의 하루 항상 늦게 일어나는 편이라 일은 오전 9~10시경에 시작한다. 시작하기 전에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 정리한다. 그리고 그 순서에 맞춰 일에 몰두하다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약속 시간이나 식사 시간 외에는 바깥출입이 거의 없고 보통 새벽 2시까지 작업한다. 내 작업실의 탄생 대학생 때 처음 작업실을 가졌다. 작가에게 작업실은 집보다 더 소중하고, 더 평온한 곳이다. 사실 멋진 집보다 멋진 작업실을 갖고 싶은 것이 내 평생 소원이기도 하다. 내 작업실에서의 작업 작업할 때는 주로 조용한 것을 즐긴다. 때로 무료하다 싶을 때는 가요나 라디오를 듣는 편이다. 사실 조각가요, 설치 미술가인 나에게 소음은 필연이다. 지금도 음악보다는 공구 소리가 더 정겹다. 나의 손보다 더 날카롭고 섬세한 공구들은 이젠 떼어놓을 수 없는 벗이다. 작업실에서의 나. 힘든 시간 작업하는 작가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전시 일정이 촉박하게 다가올 때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성에 차지 않는 작품이 나오게 되고 이는 두고두고 날 힘들게 한다. 가장 행복할 때는 전시가 끝난 후 텅 빈 작업실에서 낮잠을 잘 때다.
작품을 하는 데는 수많은 땀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끔씩 다치거나 지치기도 하지만 끝까지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건 내가 프로페셔널한 아티스트기 때문이다.

한승구 + 설치 미술가
작업실에서의 나 작업실에서의 나는 망각 상태를 즐긴다.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와 현실적인 세계, 이 두 영역 사이에 내가 있다. 현실적인 듯하지만 비현실적인, 몽롱한 마취 상태. 이것이 나의 24시간이다. 내 작업실의 공간 분할 이 작업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2년 후 계약이 종료된다. 조각 작업과 컴퓨터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하는 애로 사항 때문에 먼지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각 작업할 때 나오는 미세 먼지 차단과 통풍에 중점을 두어 공간을 분할했다. 내 작업실의 일부, 전부 작업실은 모든 인과율을 끊어버린 나만의 공간이다. 그저 비어 있는 것,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공간, 여기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사포 가루, 먼지, 화공 약품과 납땜 냄새, 컴퓨터 소리, 벌레 등과 어우러져 그들처럼 일부가 된다. 이것들이 나와 함께하는 친숙한 녀석들이다. 내 작업실의 나날들 사포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언제나 먼지가 많다. 그래서 복도에 발자국이 많이 생긴다. 복도의 파란 조명 아래서 이 발자국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꽤 재미있다. 혹은 아침마다 청소 아주머니들이 짜증내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새벽에 작업실을 나서는데 풀 향기가 은은하게 다가오는 순간 기분이 상쾌해진다. 내 작업실, 인고 나의 작업은 조각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영상 편집, 사진 등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길다. 이 모든 것을 혼자 다해야 한다. 그래서 작업에 부합하는 공학적 기술에 대한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언제나 작업할 때는 우선 무언가를 찾고, 공부하고, 프로그래밍하고, 이미지 수정하는 일 등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작업 하나를 구현해내는 데 몇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유시 + 타투이스트
작업실에서의 나의 24시간 24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는 일이 많다. 작업실은 나에게 직장이자 놀이터이자 휴식처다. 오히려 집에는 아무것도 없다. 작업실을 집처럼 생각하니 일과 생활에 경계가 없어졌다. 시간 또한 그렇다. 일할 때와 놀 때, 그 둘의 경계가 없다. 내 작업실의 완성 과정 홍대 앞에서 논현동으로 이전한 게 작년 5월이다. 벽지 하나부터 조명까지 다 나의 손을 거쳤다. 그래서 여전히 미완성이고 계속 고쳐나가고 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작업실 내에서의 나의 자유다. 당구대도, 2개의 큰 어항도, 여기저기 있는 나의 그림도 다 내가 편한 대로 놓여 있다. 내 작업실의 솔메이트 아로와나. 아마존의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이 물고기가 나의 작업실 친구이다. 휑한 수조 안에 혼자 있는 외로운 물고기로부터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매일 피우는 향. 내 작업실의 추억 나는 타투이스트고, 내 작품은 누군가의 몸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보이는 이들을 볼 때 즐겁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나 윤도현, 이하늘처럼 평소 좋아하던 스타들과 작업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내 작업실, 결과물 타투이스트에게 타투가 최고의 작업물이겠지만, 이 작업실을 장만하는 동안 그보다 더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특히 작업실 벽을 꽉 채운 그림은 나무 판 위에 직접 그린 그림이다. 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고 작업실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이 맘에 든다.

정우열 + 만화가
나의 작업실, 나의 하루 일단 강아지가 밥 달라고 깨운다. 일어나서 밥 주고, 그다음 내가 밥을 먹고, 간단한 일을 하거나 하기 싫으면 하지 않거나 한다. 그리고 다음 밥을 먹을 오후 5시가 될 때까지 쭉 진득하게 앉아 작업한다. 내 작업실만의 특징 원래 살림살이가 좀 많다. 특히 책이랑 장난감이 엄청나다. 나는 못생긴 가전제품이 공간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예쁜 가습기, 예쁜 선풍기를 들여놓느라 조금 힘들었다. 내 작업실의 동반자 강아지. 엄마 강아지 ‘소리’와 아들 강아지 ‘풋코’. 내가 작업할 때는 각자 논다. 일광욕을 좋아해서 커튼을 열고 일광욕을 하거나, 밖을 내다보며 사람들 구경하거나, 아니면 자거나 한다. 그러다 가끔씩 간식을 달라든가, 자신의 장난감인 양말이나 인형을 물고 와서(강아지 장난감 통이 따로 있다.) 함께 놀자고 내 다리를 쿡쿡 친다. 내 작업실의 재미 강아지가 노래를 한다. 블로그에 동영상을 올려놓기도 했는데, 정말이다. 조그마한 오르골 연주를 시작하면 내 강아지가 노래한다. 때로는 노래하게 해달라고 조를 때도 있다. 내 작업실의 땀내 오랜 시간 시사만화를 그리다 이 작업실을 열면서부터 ‘올드독’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짧은 만화 위주로 그리는데, 앞으로는 오래 준비해서 길게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여기, 내 작업실에서.

김한구 + 엔지니어
내 작업실, 하루 오전 11시에 스튜디오에 와서 믹싱 준비를 시작한다. 12시부터 본격적으로 믹싱을 시작, 저녁 7~8시쯤 마무리한다. 꼬박 오후 한나절을 이곳에서 보낸다. 아무 데도 안 나간다. 내 작업실, 드림 팩토리 97년에 오픈했다. 아무래도 녹음실의 생명인 소리의 모니터와 음향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공장장님(이승환)이 전체 인테리어 부분에도 역시 신경을 많이 써서 지은 건물이다. 말 그대로 ‘꿈 공장’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했다. 내 작업실, 끊을 수 없는 간식 인스턴트 음식이 끊이질 않는다. 생수와 차 역시 필수. 그리고 음악이야 말로 어쩔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간식 아닐까. 내 작업실의 향수 모든 작업이 나에게는 향수로 남는다. 아쉽고, 다시 돌아보고 싶고, 자꾸만 생각나는 향수다. 내 작업실의 땀내 97년 이후 승환이 형(이승환)의 모든 앨범이 최고의 작업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메가 3> 앨범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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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정재환,기성율
Editor 이지영,김민정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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