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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다 감성으로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와 다르다. 합당한 용도보다 매혹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 모터사이클이 있다.

UpdatedOn November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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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은 다분히 취향을 반영한다. 용도보다는 갖고 싶은 마음이 동해야 한다. 물론 타다 보면 용도에 따라 장르가 갈린다. 하지만 그전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야 한다. 절대적이다. 형태든, 소리든, 진동이든 어떤 감각을 자극해야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모터사이클에는 다른 무엇보다 또렷한 한 가지가 중요하다. 모든 모터사이클이 각자 매력적이지만, 그중 독보적인 모델이 있다. 때로 불편해도, 때로 객관적 제원이 형편없어도. 오히려 모났기에 매력이 더욱 또렷해진다.  

BMW MOTORRAD R NineT Racer

‘카레 레이서’라는 장르가 있다. 아니, 장르라기보다는 커스텀 형태가 더 맞으려나. 195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일반 모터사이클을 레이스 모터사이클처럼 개조했다. 포크에 붙이는 세퍼레이트 핸들과 1인용 시트, 뒤로 붙인 스텝이 특징이었다. 외관뿐 아니라 엔진을 바꿔 달기도 했다. 바람 저항 줄이고 출력 높이면 모터사이클은 빨리 달리니까. 안락한 모터사이클을 안락하지 않게 바꿨지만, 바꿔야 만족하던 시대였다. 오직 속도를 좇는 뜨거운 라이더라는 증표로서. 그들의 모임 장소가 카페라서 ‘카페 레이서’라는 명칭도 생겼다. 

이제는 스포츠 장르 모터사이클이 따로 있다. 레이스 모터사이클 형태인 레플리카로도 불린다. 해서 카페 레이서는 오래전 유물로 남았다. 하지만 레트로 열풍이 빛바랜 사진에서 끌어냈다. 지금, 갖고 싶은 클래식 커스텀 모터사이클의 중심이 됐다. R 나인T 레이서는 R 나인T의 카페 레이서 버전이다. R 나인T 자체가 이미 클래식 복각 모델이다. BMW 모토라드는 R 나인T를 기본으로 개성 살린 형제들을 선보였다.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커스텀 모델 같은 형태다. 모두 R 나인T지만 각각 다른 R 나인T다. 휠 크기, 시트 높이, 몇몇 부품으로 선을 그었다. R 나인T 레이서는 속도 중시한 1950년대 라이더의 정신을 계승한다. 덕분에 가장 자세가 불편하지만, 보다 취향이 선명한 모터사이클이 됐다. 

R 나인T 레이서는 R 나인T 형제들 중에서도 특별하다. 아무나 선뜻 고르기 힘들다. 앞서 말한 독특한 주행 자세 때문이다. 핸들이 낮고, 기름통이 길어 납작 엎드려야 한다. 기름통을 팔꿈치와 무릎으로 안고 타야 자세가 자연스럽다. 물론 불편하다. 안락하지 않아서 별로일까? 안락하지 않기에 비일상적 느낌이 더욱 충만해진다. 오래 타긴 힘들지만, 찰나에 농도 짙은 쾌감을 선사한다. 엔진과 심장이 가깝기에 엔진 움직임을 더욱 절절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려서 바라볼 때 흐뭇해진다. 매끈한 로켓 카울과 세퍼레이트 핸들의 실루엣은 특별하니까. 1950년대 영국 에이스 카페 앞에 세워놓은 카페 레이서를 보는 당시 라이더의 마음과 연결된다.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된다. 

UP 완제품 카페 레이서.
DOWN 스타일과 더불어 요통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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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NineT Racer

배기량 1170cc / 엔진 형식 공/유랭 2기통 복서 / 변속기 수동 6단 / 무게 220kg / 최고출력 110마력 / 시트고 805mm / 가격 2천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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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LEY-DAVIDSON Iron 883

조금만 달려도 알 수 있다. 쇳덩어리를 타고 노는 즐거움. 할리데이비슨 아이언 883은 이름 그대로 쇠의 질감을 온몸으로 전한다. 처음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굵직함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런 모터사이클도 있구나, 하면서. 할리데이비슨이 브랜드이자, 아메리칸 크루저라는 장르이자, 장르를 초월해 그냥 ‘할리’라고 불리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다른 브랜드와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자기만의 매력을 묵직하게 표출한다. 

아이언 883은 그 성정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한다. 흔히 아이언 883은 할리데이비슨의 엔트리 모델로 불린다. 물론 진짜 엔트리 모델은 스트리트 750이다. 하지만 749cc 수랭 엔진이기에 조금 다른 취급을 받긴 한다. 해서 아이언 883은 공랭 V트윈 엔진이라는 할리데이비슨의 전통을 고수한 엔트리로 종종 불린다. 보통 엔트리라고 하면 거쳐가는 단계로 여긴다. 조만간 다른 상위 기종으로 가기 전 경험하는 모델. 실제로 아이언 883을 타다가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로, 투어러로 많이 간다. 단지 배기량과 크기만 생각하면 시작점이긴 하다. 

하지만 아이언 883은 타 브랜드 입문용 모터사이클과 성격이 다르다. 할리데이비슨 모델 중에선 작은 편이지만, 883cc 엔진을 품었다. 무게도 247kg이나 나간다. 쇳덩어리란 단어를 괜히 쓴 게 아니다. 할리 가문에서 벗어나면 작기는커녕 크다. 생김새도 다르다. 중후함보다는 경쾌함을 추구한다. 핸들이 높고 시트가 낮은 바버 스타일을 차용했다. 아예 할리데이비슨은 ‘다크 커스텀’이라는 슬로건으로 젊은이를 유혹한다. 커스텀 모터사이클 같은 라이딩 자세만으로도 독특한 주행 감각을 구현한다. 멀리 있는 핸들과 스텝에 팔과 발을 쭉 뻗어놓고 달리면 쇳덩어리에 걸터앉아 타는 느낌이 짙다. 그런 묵직함. 반면 엉덩이를 좌우로 밀어내면 차체가 생각 외로 날렵하게 움직인다. 쇳덩어리지만 갖고 노는 재미도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언 883은 상위 모델과는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할리데이비슨에선 스포스터 라인업으로 따로 분류한다. 운동 성능을 강조한 모델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아이언 883은 하나의 단계가 아닌 자기 영역이 확고한 모델이다. 아는 사람만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만 느끼겠지만. 

UP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묵직함.
DOWN 취향의 벽이 높다,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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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 883

배기량 883cc / 엔진 형식 공랭 2기통 / 변속기 5단 수동 / 무게 247kg / 최대토크 6.9kg·m / 시트고 760mm / 가격 1천7백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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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김종훈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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