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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대로 그렇게

신소율은 자기를 안다. 알아서 더 흘려보내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흐름에 몸을 맡기면 언젠가 그녀가 원하는 지점에 닿을 거라 믿으며. 보니, 방향을 잘 잡았다.

UpdatedOn April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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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시스루 맨투맨 티셔츠는 저스트 인스타일, 흰색 와이드 팬츠는 자라, 귀고리는 삿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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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역할을 맡는 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전형적인 미인형이 아닌, 요즘 시대에 개성 있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잖나. 오히려 그래서 더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호불호도 많이 갈린다.”

 

스튜디오가 울렸다. 이렇게 큰 소리로 인사한 여배우가 있었나? 첫 번째 컷을 찍었다. 까르르, 다시 스튜디오가 울렸다. 컷과 컷 사이, 셔터와 셔터 사이 신소율은 공기 속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울림에 반응해 덩달아 기분이 들썩였다. 마치 오후 3시 무거운 사무실에 어디선가 가벼운 바람이 불어오듯이. 누군가의 기분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신소율은 그 능력으로 자기 이름을 알렸다. 지금도 ‘신소율’ 하면 상쾌한 기분이 먼저 떠오르니까. 그 자신도 자기 매력을 안다. 알지만 다른 매력도 품길 원한다. ‘가늘고 길게’ 가려면 선을 넘는 유연함이 필요하니까. 이미 다 아는 신소율에게 필요한 건 하나다. 천천히 걸어 나갈 시간뿐.

나비 프린트 점프수트는 자라, 선글라스는 그레이트 드리머, 귀고리는 삿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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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자마자, 촬영할 때, 지금도 역시 활기차다.
그날그날 다르긴 한데 대체로 밝은 편이다. 촬영할 땐 조금 신나는 거 같다. 


요새 기사가 좀 많이 나왔다. 배역 얘기가 아닌 연애 기사이긴 하지만.
KBS 스페셜 드라마 <진진> 방영 당시 작품 관련해 검색어에 올라가봤다. 그때 느낀 기분과는 다르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서 나온 기사면 오래 남길 바라지만 이슈 때문에 검색어에 오르면 빨리 내려가길 바란다. 요즘 작은 일로 검색어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민망하더라. ‘미투’ 지지 기사는 나로 인해서 다른 분들이 영향을 받거나 응원하는 거니 괜찮은데, 열애 기사는 왜 안 내려가나 했다.


나쁜 일만 아니라면 뭐든 많이 화제가 되면 좋다고 생각하진 않나? 

예전에는 인지도가 중요하니 검색어에 올라가면 좋았다. 그런데 야구장 다니면서 검색어에 올라가는 건 좀. 작품이나 연기 관련이 아닌, 스포츠 중계방송에 잡혀 검색어에 오르는 건 창피하더라. 그래도 관심 가져주시는 건 좋다. 앞으로 연기로 자주 화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직까진 안 좋은 일 때문에 이슈가 되지 않고 그나마 좋은 일이어서 감사하다. 민망하지만 감사하긴 하다. 


한 작품 끝내고 새로운 작품에 바로 들어갔다. 캐릭터를 보내고 다른 캐릭터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나?
빨리 털어내는 편이다. <흑기사> 땐 전형적인 부잣집 딸 캐릭터였다면 <키스 먼저 할까요?>에선 평범한 집에 호들갑스럽고 귀여운 아줌마 캐릭터라 두 역할이 너무 다르다. 오히려 느낌이 비슷했다면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어서 괜찮았다.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풀어내기 편하던가?
지금 맡은 역할이 조금 더 편하다. 대사가 훨씬 더 많고 꾸며서 하는 느낌이 아니라 계속 나오는 대로 뱉어내는데, 입에 잘 붙더라. “개뿔” 이런 대사도 쓰니까 재밌더라. 김선아 선배님하고 첫 촬영을 할 때 친한 사이가 아니라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동생, 언니 역할이다 보니까 격 없이 처음부터 많이 얘기하고 좋았다. 


먼저 다가가서 붙임성 있게 얘기 잘 걸 듯하다. 

불편한 분위기가 싫어서 말 시키는 거 좋아한다. 처음에는 김선아 선배님이 역할상 대본도 많이 외우고 침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말 걸기가 좀 그랬다. 그런데 한 번 말 걸어보니 괜찮아서 계속 수다 떨었다, 하하. 불편하면 신나게 뭘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함께 연기하는 분들과 잘 지내려고 한다. 물론 조용한 분위기에선 그냥 가만히 있기도 한다. 그래도 웬만하면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분량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작품에 참여해 감동을 주는 게 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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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원피스는 더 틴트, 귀고리는 삿치 제품.

 

“내 얼굴에 주름이 생기든 말든 걱정 말고 내 모습 자체를 좋아하며 잘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남색 줄무늬 원피스는 로우 클래식, 귀고리는 삿치, 신발은 제프리 캠벨 제품.

남색 줄무늬 원피스는 로우 클래식, 귀고리는 삿치, 신발은 제프리 캠벨 제품.

남색 줄무늬 원피스는 로우 클래식, 귀고리는 삿치, 신발은 제프리 캠벨 제품.

발랄한 대학생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 두 아이 엄마 역할도 맡는다.
<달콤한 비밀>이라는 드라마에서 엄마 역할을 한 적이 있다. 그땐 갓난아기가 있는 미혼모 역할이었다. 그리고 <정글피쉬>라는 청소년 드라마에서 임신한 학생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긴 하다. 행복한 가정에 아이 둘 있는 평범한 엄마 역할은 안 해봐서 촬영 전에 감을 잡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아줌마처럼 보이고 싶어 헤어, 메이크업 선생님과 연구도 했다. 초반에 일부러 아줌마인 척하려고 목소리도 크게 내며 연기했는데, 오히려 어색해 보이더라. 집에서 혼자 아무리 걱정하고 고민해봤자 현장에 가면 느낌이 다르다. 현장에서 부딪쳐봐야 한다. 다른 선배님들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운데 나 혼자 뭔가 계산하고 꾸미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부딪치기로 했다. 


안 해본 역할을 접하는 즐거움이 있겠다. 역할이 다양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다양한 역할을 맡는 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전형적인 미인형이 아닌, 요즘 시대에 개성 있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잖나. 오히려 그래서 더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호불호도 많이 갈린다. 안 예쁜 애가 예쁜 척해서 이상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난 댓글을 다 읽는다. 


댓글 읽으면서 혼자 중얼거리며 답해줄 거 같다.
댓글에 피드백하기도 한다. 할 건 해야 한다. 억울한 것들, 예를 들면 성형 얘기가 나오면 사무실에 얘기한다. 이런 댓글이 달렸는데 어떻게 하지? 하면서. 해명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한다. 회사에 이야기하든가 SNS에 올리든가 반응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배우가 신비주의로 감췄다면 요즘에는 소통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흑기사>에 출연하면서도 많이 느꼈다. 당시 이미지를 변신한다고 머리도 기르고 살도 찌우고 머리색도 바꿨다. 모습이 변하니 갑자기 성형 이야기가 나와서 드라마 찍다 살을 빼고 앞머리를 잘랐다. 그러니 또 그 얘기가 들어가더라. 


예전에는 분량을 많이 생각했는데 요새는 분량보다 작품을 본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머리로 이해해도 행동하긴 힘든 경지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었나?
혼자 집에서 과거에 좋게 본 드라마나 미국 드라마, 영화를 엄청 많이 본 시기가 있었다. 좋은 작품들을 시청하면서 어느 순간 결국 작품이 남아야 캐릭터가 남고, 나한테도 남는 게 있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분량이 중요했다. 인지도를 높이고 발전하려면 더 큰 배역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 나도 재미없는 작품은 안 본다. 재미없고 작품성 없는 드라마에서 주·조연을 맡아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고 감동도 느끼지 못하면 뭐하나. 차라리 분량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작품에 참여해 감동을 주는 게 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장기적 안목에서 오히려 좋은 방향이다.
평생 연기하려면 빨리 인지도 높이고 성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맞는 거 같다. 생각을 바꿨다. 나이 들어서도 존경받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다. 김해숙 선생님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사무실에서 웃더라.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고. 연기도 잘해야 하고 행실도 좋아야 한다고, 하하.
 

오랫동안 연기하려면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
자연스러움. 자연스럽게 나이 먹어가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야 한다. 그러려면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요새 서지혜 언니나 윤소이 언니와 많이 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어리고 발랄한 역할을 맡는 건 길어봤자 2~3년이니 다른 연기를 하려면 내공이 있어야 한다고. 내 얼굴에 주름이 생기든 말든 걱정 말고 내 모습 자체를 좋아하며 잘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금 배우로서 만족하나?
아직은 아니다. 난 그래도 내 색과 에너지에 맞는 밝은 역할을 주로 해온 편이다. 다른 역을 맡고 싶은 갈증이라기보다는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아직 더 공부해야 한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될 때까지 배워야 한다. <키스 먼저 할까요?> 대본 보기 전에 감우성 선배님이 오랜만에 선택하신 작품이고, 김선아 선배님이 언니 역이라고 들었을 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내게는 믿고 보는 배우다. 얼마나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나. 후배가 나에 대해 “신소율 언니가 한대? 그럼 해야지” 할 정도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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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차은주, 장유정
HAIR 오경미
MAKR-UP 박현아
ASSISTANT 김윤희

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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