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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랑 세희랑

야구 여신 최희와 김세희를 만났다. 우정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왜 우리는 시끌벅적하게 웃다가 잠시 씁쓸한 정적의 시간을 가졌을까?

UpdatedOn March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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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가 입은 캐멀색 니트는 휴고 보스 제품. 
김세희가 입은 화이트 오프숄더 톱은 코스 제품.

 

“요즘은 우정이란 단어를 잘 안 쓰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고민의 층위가 예전보다 복잡해지니까 고민을 나누기보다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나만 해도 그렇다. 예전엔 무슨 일 있으면 친구들한테 다 얘기했는데 요즘은 내 선에서 끝내자는 생각이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던 시절 축구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최희와 김세희를 봤다. 예쁘고 귀여운 사람이 야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야구의 룰과 재미를 배우고 응원하는 팀이 생겨 경기장을 다닌 것이. 최희는 KBS N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2013년 프리랜서로 전향, 〈비타민〉 〈런닝맨〉 〈나 혼자 산다〉 〈세바퀴〉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고 다시 2017년, KBS N에 복귀했다. 김세희는 SBS 스포츠에서 아나운서로 다양하게 활약 중이다. 방송사는 다르지만 ‘절친’인 두 야구 여신이 이번엔 야구가 아닌 우정과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했다. 사람이 문제지만 결국 사람이 답이라는 것, 사람은 왜 이리 어려울까?

최희가 입은 흰색 실크 셔링 블라우스는 아쎄르, 검은색 플레어 팬츠는 자라, 골드 귀고리는 케이트앤켈리 제품.

최희가 입은 흰색 실크 셔링 블라우스는 아쎄르, 검은색 플레어 팬츠는 자라, 골드 귀고리는 케이트앤켈리 제품.

최희가 입은 흰색 실크 셔링 블라우스는 아쎄르, 검은색 플레어 팬츠는 자라, 골드 귀고리는 케이트앤켈리 제품.

둘이 친하다고 들었다. 촬영 내내 김세희가 최희를 선배가 아닌 언니라고 부르던데.
최희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성서 모임을 통해 친해졌다. 사실 한 분야에서 일하지만 방송국이 달라 친해질 기회가 없었거든. 이젠 워낙 가까워져서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다.
김세희 본래는 언니 팬이었다. 성서 모임은 거의 한풀이 시간이다. 수다도 떨고 서로 위로도 하고 차 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한풀이? 보통 사람들은 술로 푼다.
김세희 맥주를 좋아하는데 즐겨 마시지는 않는다. 커피가 좋다. 대답이 재미없지?
최희 가식 떠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예전엔 술을 좋아했고 즐겨 마시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술 마신 다음 날 피곤하고 힘들어서 맥주 한두 잔 정도? 수제 맥주가 좋더라.

둘 다 맥주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공통점이 많을 것 같은데?
김세희 나는 언니가 바른 사람이라 좋다. 올곧고 주변 사람 배려도 잘한다. 사실 방송 선배는 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처음엔 언니가 어려웠는데, 계속 편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보이니까 존경하게 되더라.
최희 존경까지? 하하.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지 않나? 세희는 진짜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방송하는 후배들 보면 전부 좋은 동생인데 그중에서도 세희의 밝은 면 때문에 가까워진 것 같다.

칭찬 릴레이라… 잠깐 한 명씩 화장실 좀 다녀올까?
최희 내가 먼저 가겠다. 세희야 하고 싶은 말 다 해.
김세희 자, 그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자. 하하.

우정의 뜻이 뭔지 알고 있나?
김세희 벗 ‘우’에 정 ‘정’? 맞나?

맞다. 사실 나도 인터뷰 전에 다시 한번 찾아봤다. 흔한 단어인데 언젠가부터 잘 안 쓴 표현이라 그런지 의미가 생경하더라. 새삼스럽기도 하고.
최희 그러고 보면 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만 해도 ‘우정샷’이 유행이었다.
김세희 최대한 뽀얗게 보정해서 이목구비가 흐릿한 사진. 정말 요즘은 우정이란 단어를 잘 안 쓰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고민의 층위가 예전보다 복잡해지니까 고민을 나누기보다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나만 해도 그렇다. 예전엔 무슨 일 있으면 친구들한테 다 얘기했는데 요즘은 내 선에서 끝내자는 생각이다. 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 같고 굳이 오랜 시간을 들여 이해시켜도 뭐….
최희 나는 본래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었다. 또 지금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와 교감하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성경 모임에 나가면서 친한 동생들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관계가 확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인간적인 교감, 우정이나 사랑은 또 다른 무언가를 주는 것 같다.

친구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편인가?
김세희 최대한 많이 두려고 한다. 혼자 해결하는 게 힘에 부칠 때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기댈 수 있는 친구를 둔다는 건 아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마음에 안정을 주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런 친구.

나이 들수록 사람을 믿기 어렵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감별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나?
김세희 잘해줬을 때 더 잘해줄 줄 아는 사람. 이게 기준이다. 꼭 무언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나는 감정적이든 뭐든 내가 무언가를 해주면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좋거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마음도 따뜻하지 않을까?
최희 나는 반대로 기대를 안 한다. 내가 어떤 걸 해줬을 때 이 사람도 나한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상처받고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 그래서 내가 줄 수 있는 걸 주는 것까지만 한다.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이렇게 마음먹으면 친구 사이에 서운한 감정이 들지 않더라. 또 결국 나한테 덕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친구가 먼저 ‘나 힘든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보면 그게 또 그렇게 고맙다. 나를 믿고 얘기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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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가 입은 회색 오버사이즈 체크무늬 재킷, 체크무늬 슬랙스·연보라색 카디건 모두 아쎄르, 귀고리는 블랙뮤즈 제품. 
김세희가 입은 흰색 터틀넥 톱은 그레이 양, 흰색 셔츠는 닐리 로탄 by 수퍼 노말, 벨벳 슬립 드레스는 푸쉬버튼 제품.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 뻔하고 진부하지만 맞는 말인 것 같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를 만나야만, 사람과의 교감으로만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김세희가 입은 미색 셔츠는 분더캄머, 니트 소재 팬츠는 코스 제품.

김세희가 입은 미색 셔츠는 분더캄머, 니트 소재 팬츠는 코스 제품.

김세희가 입은 미색 셔츠는 분더캄머, 니트 소재 팬츠는 코스 제품.

그럼 친구를 대할 때와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을 대할 때 어떻게 다른가?
최희 친구에 대한 철칙이 있다. 힘들고 마음 아픈 일이 있으면 무조건 곁에 있어주자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최근에도 마음고생 심한 친구가 있어 짐 싸 들고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한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힘든 일을 나누다 보니 고민도 사라지는 것 같더라. 아픔도 나누면 반쪽이 된다는 말처럼. 그래서 요즘 세희한테 ‘나 힘들어’라고 톡을 보내기도 한다. 하하. 본래 절대 주변 사람한테 알리지 않았는데 이젠 의식적으로 전화도 하고 ‘나 오늘 그냥 마음이 힘든 것 같아’라는 말도 한다.

싸이월드 시절만 해도 감성을 드러내는 게 멋이라 할 정도로 감정에 솔직했는데 요즘은 그 반대다.
김세희 인스타그램에 글을 길게 쓰면 뭔가 오그라든다고 할까 봐 일부러 짧게 쓴다. 언제부턴가 다들 그렇게 된 것 같다. 시니컬함이 멋이 된 것 같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친구들하고 싸이월드가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아쉽지 않나?

감성과 감정을 토로할 만한 무언가가 있으면 한다는 거지?
최희 예전에는 다이어리도 전체 공개했다. 타인에게 내 일기를 전부 공개하고 사랑 글귀 아래에는 댓글로 ‘퍼가요’를 달았다. 요즘에 그러면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배경음악으로 슬픈 노래가 흐르면 힘내라는 일촌평이 많았다. 맞아, 친구를 맺으면 사촌보다 더 가까운 ‘일촌’이 됐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에 요즘 SNS에 감정을 대놓고 표현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할 거다.
김세희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걸 멋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희 요즘엔 그렇더라. 친구가 먼저 ‘나 힘든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보면 그게 또 그렇게 고맙다. 나를 믿고 얘기하는 거니까.
김세희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 뻔하고 진부하지만 맞는 말인 것 같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를 만나야만, 사람과의 교감으로만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연애할 때는 어떤 편인가?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인가?
최희 연애는 그냥 어렵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현재 못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김세희 만약 한다면 상대는 나한테 솔직했으면 좋겠다. 하하.
최희 맞아. 나는 되고 넌 안 돼.

둘 다 연애 못 하고 있나?
김세희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어떤 감정이었는지. 하하.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주변에 있으면 소개해주겠다.

김세희 나 받아주는 사람한테는 애교가 엄청 많은데, 여우 같은 남자랑은 안 맞는다. 남자답고 진중한데 내가 뭔가 하면 ‘허허’ 웃는?

푸근한 아빠 같은 사람?
김세희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나면 남자로서 감정을 전혀 못 느끼겠더라.
최희 난 너무 완벽하지 않은 남자가 좋다. 빈틈없는 사람 앞에 서 있으면 부끄러워지더라. 내가 부족하고 모난 부분이 많으니까. 채워줄 부분이 있는 사람이 나의 도움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더라.

모성애를 가지고 있는 거네.
최희 친구들 말로는 연애할 때는 모성애를 버려야 한다던데… 그런 것 같다.

우정, 친구 같은 단어는 금기어처럼 되었고 감정 표현하면 촌스럽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더욱 소중해졌다는 거다. 둘은 친구, 우정이지?
최희 그렇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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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김민수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윤현지(최희), 배보영(김세희)
HAIR 윤보라(헤움, 최희), 우리(김세희)
MAKE-UP 노화연(헤움, 최희), 한효빈(김세희)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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