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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의 계절

바야흐로 퇴사의 계절이다. 새해가 밝자마자 위시 리스트 맨 위칸에 ‘퇴사’를 꾹꾹 눌러 적은 당신을 위한 퇴사 안내서. 당신, 그리고 대한민국이 왜 퇴사를 꿈꾸게 되었는지 고민해봤다.

UpdatedOn January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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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유는 모두 결국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퇴사’라는 단어가 대두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다. 어떤 식으로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퇴사는 2030세대에게 가히 트렌드에 가깝다. ‘퇴사’와 ‘트렌드’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이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백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 신입사원 채용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무려 27.7%로 나타났다. 취직 전 ‘나 회사 가고 싶다’ 생각했던 젊은이들이 취직 후 ‘회사 나가고 싶다’며 퇴사를 결심한다는 것. 어렵게 직장을 얻었지만 입사하자마자 나갈 준비를 하고 1년 안에 회사를 떠난다는 얘기다. 비단 신입사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모든 세대가 어느 순간 새해를 ‘퇴사원년’으로 삼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지금의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말은 요즘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는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야근과 휴일 근무, 과로와 피곤을 달고 사는 현대 직장인은 온 힘을 다해 도무지 즐길 수 없는 직장 생활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오죽하면 직장인의 꿈이 ‘퇴사’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겠는가. 입사만큼이나 높아진 퇴사에 대한 관심 덕에 관련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 강연 등이 쏟아지고 있다. 책만 보더라도 <퇴사 준비생의 도쿄>, <사표의 이유>, <퇴사하겠습니다>, <퇴사의 추억>, <직장인 퇴사 공부법>,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등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하고 있다. 또 SBS 스페셜에선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를 방송해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개인의 생존, 즉 ‘먹고사는 문제’가 직장과 직업의 전부였던 과거에 비해 요즘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한다. ‘요즘 젊은 것들’이 끈기가 없고 의지가 약해서 직장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떠한 가치를 좇아야 할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기 때문에 ‘퇴사’를 쉽게 언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콘텐츠에서 이야기하는 ‘퇴사’는 현재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고민을 뜻한다. 직장 생활이 지치고 힘들어서, 부당한 대우 때문에 화가 나서 퇴사를 결심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그보다는 인생 2막을 준비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누구나 한번쯤은 퇴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퇴사’가 비밀리에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엔 조금 더 자유롭게 입 밖에 내놓을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더 이상 개인의 희생으로 직장에 발 붙이고 있을 의무가 사라졌다. 개인의 행복 추구에 대한 집념 때문인지 ‘퇴사학교’라는 곳도 생겼다. 장수한 대표는 “사실 ‘퇴사학교’는 퇴사를 적극 권장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곳이다. 지금 당장 사표를 집어던질 것이 아니라 5년 후, 10년 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는 거다”라며 설립 의의를 설명한다.

그러니까 원하는 일이 아니어서, 야근이 많아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힘들어서 등등의 퇴사 이유는 모두 결국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퇴사’라는 단어가 대두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입사는 합격이 목표이지만 퇴사 준비의 목표는 당신 인생의 행복이다.’ <직장인 퇴사 공부법>에 나오는 이 한 구절이 지금의 ‘퇴사 트렌드’를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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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ILLUSTRATION 국형원

201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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