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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목소리로 개인의 서사를 여과 없이 담는 알앤비 뮤지션, 지바노프.

UpdatedOn December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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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이더 재킷·셔츠·베스트· 팬츠 모두 오디너리피플, 액세서리는 모두 본인 소장품. 
(거울속) 후드 티셔츠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MA-1 재킷은 준 지 제품.

 

지바노프를 소개하고 싶다. 달콤한 사랑 얘기 말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씁쓸한 사랑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또는 메인스트림을 코앞에 둔, 아직은 평범한 알앤비 뮤지션의 사는 얘기가 궁금하다면 말이다. 지바노프는 주로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는 한국 알앤비와는 달리,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앨범에 담는다. 덕분에 앨범 구성이 하나의 분위기로 일관되기보다는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는 듯하다. 지바노프는 이를 두고 ‘고급 뷔페’라 표현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냐는 듯이 말이다. ‘웰메이드’가 아닌, 거칠더라도 자기 자신을 노래하는 것. 보통 이런 걸 두고 자기 목소리가 있다고 표현한다. ‘삼선동 사거리’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자이언티, 크러쉬, 베이빌론과 함께 ‘예스24라이브홀’ 무대에 오른 바 있으며, 뮤지의 곡 ‘힘들땐 좀 기대’에 피처링했다. 11월 29일 새 앨범을 발매한다.

 

‘삼선동 사거리’가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에서 딘, 박재범, 서사무엘의 곡들을 제치고 수상했다. 기분이 어땠나?
전날 한국 힙합 어워즈 시상식이 있었다. 2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된 상태라 기대감을 갖고 시청했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시상식이었는데, 수상자들은 이미 소감 영상 촬영을 마쳤더라. 평소 친구로 지내는 갓세븐의 제이비에게 물었더니, 대부분 시상식 전에 수상자에게 미리 알려준다고 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장에는 아무런 기대 없이 참석한 거다. 놀러 가자는 마음이었는데, 내 이름이 불렸다. 무대에 올라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경황이 없었다.

‘삼선동 사거리’는 지하방에서 빌보드를 들으며 나라면 어떨까 상상하는, 나를 믿는다는 내용의 본인 얘기가 담긴 곡이다. 수상 의미가 특별했을 거다.
앨범 의 ‘폴라로이드’와 더블 타이틀 곡이다. 정작 뮤직비디오를 찍은 곡은 ‘폴라로이드’였고 당연히 더 잘될 거라 믿었다. ‘삼선동 사거리’는 음악을 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던 내 개인적 이야기를 담은 곡이니까. 앨범 발매 후 한두 달 지났나? 음원 사이트에서 몇몇 에디터들이 ‘삼선동 사거리’를 언급해주더라. 사람들이 앨범에서 가장 많이 찾아주는 곡이고, 당연히 뜻깊었다. 진짜 내 얘기만 했을 뿐인데, 노래만으로도 알아주는구나 싶었으니까. 게다가 수상까지 하고. 나중에 수상 영상을 보니까 저렇게 말 못하는 병신이 다 있을까 싶더라. 하하.

‘자꾸만 헷갈리’지만 ‘난 믿어’라고 말하는, 가사 속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무언가를 시작할 때 누구든 ‘이게 잘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나는 유일하게 음악을 할 때만 그런 의심이 사라진다. 물론, 계속 이걸 하다 보면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을 테지만, 그만둘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으로 가사를 썼고 실제로도 그렇게 믿고 있다.

음악을 시작한 이유가 목소리 때문이라고 들었다.
중학생 때까지는 가요도 팝도 잘 몰랐다. 노래방에 가도 몇 곡 부르는 게 전부였는데 당시 친구들이 내 노래를 듣고 목소리가 특이하다고 했다. 평소에도 특이하다는 말을 곧잘 들었다. 낮은 미성 때문에 부모님도 누나랑 내 목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딱 그 시기에 갑자기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다양한 노래를 찾아 들었다. 그리고 부모님을 4년간 설득했다. 음악 하겠다고. 이렇듯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자연스레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특이한 내 목소리로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많은 얼터너티브 알앤비 아티스트 중에 최근 주목해야 할 알앤비 뮤지션으로 지바노프가 꼽힌다. 왜 그런 걸까?
목소리 때문인 것 같다. 대화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를 때마다 특이하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목소리가 나의 차별점인 것 같다. 앨범 단위로 봤을 때도 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기성 앨범과는 다르게 구성한다. 쉽게 말해 내 앨범은 고급 뷔페 같다. 보통 앨범 전체를 하나의 무드로 관통하기 마련인데, 나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수록곡들을 마음대로 구성한다. 분위기에 격차가 있는 곡들이 붙어 있어도 보컬인 내가 이어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무드가 담긴 고급 뷔페 느낌.

가사에서도 차이가 있다. 지바노프의 개인적인 서사까지 여과 없이 드러낸다.
앨범을 만들 때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날짜를 정하고 그때까지 느낀 것들을 담겠다는 주의여서 내 앨범을 들으면 당시 내가 겪은 일과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질문처럼 내 얘기만. 그래서 발매 시기를 놓친 곡은 아무리 좋아도 발표하지 않는다.

앨범에 자신의 모습을 담는 거네?
사랑 얘기도, 평범한 내 얘기도 있다. 연애를 꽤 오래 하는 편이라 설레고 달콤한 ‘바이브’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오랜 연인이 느끼는 감정이 많이 담겨 있다. 다만, 어떤 감정이 밀려와 가사를 쓸 때면 말도 안 되게 길어지는데, 일단 멈추지 않고 다 쓴 다음에 추려낸다. 내가 느낀 것을 남들이 그대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어 선별과 객관화 작업이 필요하거든.

시인도 그런 방식으로 시를 쓴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나 보다.
전혀. 끝까지 읽은 책이 거의 없다. 가사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다른 뮤지션의 가사를 보고 내 입장에서 나름 분석을 하는 정도?

지바노프의 음악 세계에 큰 변화나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을까?
뚜렷한 변화의 계기가 된 아티스트는 없다. 음악을 꾸준히 듣다 보면 시기별로 찾는 뮤지션이 바뀌기 마련인데, 스티비 원더는 고등학생 때부터 빼놓지 않고 듣고 있다. 처음에는 목소리 때문이었는데, 알수록 위대한 사람이더라.

얼마 전에는 뮤지의 앨범에 피처링 작업을 했던데, 어떤 계기로 한 건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친한 친구 중 프로듀서 딥샤워가 있다. 그 친구가 이태원에서 뮤지 형, 진보 형, 수민 누나, 한해 형과 같이 술 마시자고 연락이 왔다. 처음 만난 자리인데도 술집 주인까지 친해져서 새벽 5시까지 음악 틀어놓고 놀았다. 뮤지 형과 음악 얘기를 하다 스티비 원더 얘기가 나왔고,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11월 29일에 새 앨범을 발매한다고 들었다.
6개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이다. 만남의 설렘, 꽃피는 시기, 의심과 흔들림, 권태, 이별과 분노 등을 담았다. 사실, 얼마 전 꽤 오래 만난 애인과 헤어졌다. 그 친구와의 시간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테마가 ‘카르마’다. 이유는 직접 들어보면 알 거다. 피처링은 창모와 수민 누나가 도와줬다.

신생 레이블 ‘굿투미츄’의 첫 아티스트라던데.
사실 몇몇 대형 기획사에서 제의한 적이 있는데, 결국 계약서를 앞에 두고 앨범이 안 될 경우 차선책으로 상업적인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설득하더라. 이해는 되지만, 굳이 그런 상황에 얽혀서 내 음악이 영향을 받는 것이 싫었다. ‘굿투미츄’는 그런 점에서 늘 내가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거의 모든 걸 내게 양보해주거든. 뮤직비디오와 앨범 커버도 친구에게 맡길 생각이라 했더니 ‘좋다. 확인 후 그렇게 진행하자’고 했다. 아티스트가 아트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알맞은 보금자리를 찾은 거네.
맞다. 사업적인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지금이 내 얘기를 담은 음악을 제대로 들려줄 기회다. 그러니 곧 발매하는 앨범, 기대해줬으면 한다.


이달의 신보

  • 퓨처×영 서그 〈SUPER SLIMEY〉

    ‘멈블 랩’으로 가장 트렌디하다고 할 수 있는 애틀랜타 출신 두 래퍼 퓨처와 영 서그가 컬래버레이션 앨범을 발매했다. ‘둘의 조합이 의미하는 바는 의외로 단순하다. 현지인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 현존하는 가장 트렌디한 랩, 그렇지만 리스너 입장에서 극적인 감정과 새로운 느낌의 사운드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총 13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솔로 곡도 포함돼 있다.

  • 김심야×디 샌더스 〈Moonshine〉

    ‘XXX’의 래퍼 김심야와 미국 현지 힙합 프로듀서 디 샌더스의 믹스테이프가 11월 28일 발매된다. 이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추천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김심야가 속한 XXX는 EP 〈KYOMI〉를 발매하고 하입비스트, 애플뮤직 비츠원라디오, BBC 1 라디오 등에서 주목받은 아티스트로 메종키츠네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했다. 디 샌더스는 켄드릭 라마와 스쿨보이 큐 등이 속한 ‘TDE’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기존 한국 힙합과는 다른 앨범이다.

새소년 〈여름깃〉

새소년은 베이스 문팬시, 드럼 강토, 보컬 겸 기타에 황소윤 세 명으로 이뤄진 밴드다. 2017년 6월에 발표한 ‘긴 꿈’ 단 한 곡으로 인디 신에서 최고의 기대주가 됐다. 그들이 6곡으로 구성된 EP를 발매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새소년의 음악을 추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남상아를 연상시키는 보컬 황소윤의 중성적인 목소리, 음악과 떼어낸 채 독립적으로 봐도 시처럼 좋은 가사, 과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세련된 곡. 뭐 하나 흠잡을 것 없이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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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김민수
PHOTOGRAPHY 오태진
STYLIST 이잎새
HAIR&MAKE-UP 채현석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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