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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October 26, 2017 0

가구를 만드는 자의 창고엔 가구가 더미가 되어 쌓여 있겠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홀로 조명을 밝힌 듯 형형한 가구는 따로 있을 것이다. 여기 모인 4점의 가구처럼.


윤새롬 Picked

크리스털 시리즈 콘솔 테이블 02

 

윤새롬은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을 전공했다. 

초기 목재로 작업한 구 형태의 의자 ‘세그먼트 체어(Segment chair)’로 주목받았다. 

올해 플랫폼엘에서 열린 전시 <Mirage Printanier>에 참여했다.

이 가구를 만들기 전, 어떤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나?
당시 나는 파리에 있었다. 어느 가교 아래였고, 머리 위로는 햇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나뭇잎이 햇빛을 방해하자 빛이 산란했다. 그때부터였지. 황금처럼 반짝이는 노란색과 결이 다양한 녹색을 생각하며 머릿속에 테이블 하나를 그려나갔다.

이 가구는 아크릴로 만들었다. 당신은 아크릴의 물성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처럼 보인다. 가구가 눈부시도록 투명하다.

아크릴은 불순물이 없어 유리보다 투명하다. 게다가 염색이 가능하다. 나는 언제나 ‘색’으로만 이루어진 가구를 상상한다. 저녁노을, 새벽 하늘처럼 맑고 투명한 색을 ‘허공에 수채화를 그리듯’ 구현하고 싶다. 아크릴에 색을 입히면 아크릴의 투명함은 유지된 채 색이 수채화처럼 자연스럽게 스민다. 자연에서나 볼 수 있는 색감이 완성되는 거다.

가장 처음 아크릴이 보이고, 다음으로 그 위로 반사되고 굴절하는 빛이 보인다.

크리스털 연작은 ‘소재의 특성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면 효과가 극대화될까’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다양한 크기의 아크릴을 많이 사용해 굴절과 반사가 많이 일도록 작업했다. 때문에 이 가구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바라봐야 한다. 각도에 따라 건져 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거든.

이 가구를 다른 소재로 만들 수도 있을까?
거울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면 가능하다.

당신이 만든 가구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기능이 있는 조형물.

마지막으로, 이 가구를 고른 이유?
새로운 색을 적용한 작품이었다.




황형신 Picked

레이어드 시리즈

 

황형신은 홍익대학교에서 목조형가구학을 전공했다. 

2016년 지익스비션에서 개인전 <Layered>를 열었다. 

현재 폴리프로필렌 보드를 활용한 기하학적 가구 디자인을 연구 중이다.

푹푹 찌는 날 정오, 강남의 어느 빌딩에서 당신의 가구를 봤다. 가구에서 마치 고름이 후드득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한 번 앉아보지 않고서는 그냥 지나갈 수 없었는데, 이 가구는 무엇으로 만들었나?
검은색 폴리프로필렌 보드. 이삿짐 박스로 흔히 쓰이지. 더 흔하게는 ‘골판지’라 불리고.

평범한 가구에서 왜 온도가 느껴졌을까? 왠지 뜨거워 보였다.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두께가 얇은 폴리프로필렌 보드를 여러 장 적층해 형태를 만들어갔다. 그런 뒤 뜨겁게 달군 철판으로 쌓여 있는 폴리프로필렌의 표면을 녹여 판재들끼리 서로 엉겨 붙게 가공했다.

이 가구를 만들기 전, 어떤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나?
1980년대에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유년 시절, 서울은 잿빛 콘크리트 건물로 가득했다. 이 가구는 도시에 빼곡히 박혀 있는 기하학적 건축물의 모습, 끊임없이 지어지고 허물어지는 과정 속에서 재생산되고 혼재하는 서울의 도시 이미지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레이어드 연작으로 나온 많은 가구 가운데, 이 가구를 콕 집어 소개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이 가구를 다른 소재로 다시 만든다면, 어떤 소재를 선택하고 싶은가?
가구의 외형만을 취하고 소재만 달라진다면, 석재로 표현해보고 싶다. 최근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석재를 계속 연구하고 있거든.




박원민 Picked

헤이즈 암체어

 

박원민은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2014년 <월페이퍼> 매거진이 주관하는 ‘디자인상’, 2015년 메종 앤 오브제가 주관하는
‘떠오르는 아시아 탤런트상’을 수상했다. 올해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에서 개인전 <Plain Cuts>를 열었다.

구상부터 제작까지, 이 가구에 쏟은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년.

이 가구를 만들기 전, 어떤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나?
안개 속 풍경 혹은 기억 속 잔상들, 자연의 빛과 물. 이 같은 이미지를 아름답게 느꼈고, 그 후 이를 어떻게 지금 시대에 맞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레진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재료다. 이 가구 역시 레진으로 만들었지?

사실 레진은 1950년대부터 사용돼온 재료이기 때문에 새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신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료를 표현하고자 애썼지.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투명도가 있으면서, 그것이 구조물로 작업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갖춘 재료여야 했다. 다양한 재료를 실험했고, 레진이 가장 적합하다는 답을 내렸다. 디자인에는 주조(Casting)를 해야 하는 재료의 특성을 담길 원했고. 이후 색과 마감 처리 등에 공들였다.

이 가구를 보면 언제나 ‘희미한’ ‘흐릿한’ 같은 형용사가 떠오른다. 곱게 자른 청포묵 같기도, 해상도 낮은 사진 같기도 하다.
의외로 이 가구를 직접 본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모든 작품이 그렇듯, 해석의 마침표는 보는 이가 찍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구가 어느 풍경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누구에 의해 사용되는지 상상해본 적이 있나?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신이 만든 가구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지금 시대에 맞는, 나를 담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들.

마지막으로, 이 가구를 고른 이유?

디자인에서 의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헤이즈 연작은 나의 첫 시작이자 나를 대표할 수 있는 작업이다.




양승진 Picked

블로잉 시리즈 블랙 암체어

 

양승진은 홍익대학교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했다. 

2013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인 이후, 풍선을 소재로 한 유쾌한 블로잉 연작을 필두로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가구를 만들기 전, 어떤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나?
투명한 풍선과 그 위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

무려 풍선이다. 의자라면 단단하고 딱딱한 소재로만 만들 수 있다는 통념이, 이 말랑말랑한 소재로 보기 좋게 전복된다.

풍선에 에폭시를 입혀 가구를 만들면 새로운 형태와 느낌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여태까지 보지 못한 형태이기에 온갖 상상을 할 수 있다. 송곳을 가져다 대면 ‘펑’ 소리를 내며 터져버릴 것 같은데….
작업 과정을 말해주겠다. 가장 먼저 투명한 풍선으로 등받이, 방석, 다리 형태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각 풍선에 에폭시를 바른 뒤 낚싯줄로 묶어 천장에 매달아 굳힌다. 바르고 굳히기를 반복해 사람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두께가 나오면 피스 하나하나를 다듬어 조립하고 에폭시로 연결한다. 각 피스들이 원기둥, 구 형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두께만 초과하면 내구성이 생긴다. 코팅 작업은 대략 8~10번 정도 거치고. 각 피스가 구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무거운 사람이 아주 거칠게 다루지만 않는다면 문제없다.

그런데 열을 가하면?
에폭시의 특성상 열을 가하면 녹지는 않으나 말랑말랑해진다. 다시 온도가 내려가면 딱딱하게 돌아오고. 일부러 열을 닿게 하거나 난로 바로 옆에 두지 않는 한 정말 괜찮다.

당신이 만드는 가구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뻔하지 않은, 별로 보지 못한 형태. 만들 때마다 달라지는 조형. 결국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가구.

마지막으로, 이 가구를 고른 이유?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

가구를 만드는 자의 창고엔 가구가 더미가 되어 쌓여 있겠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홀로 조명을 밝힌 듯 형형한 가구는 따로 있을 것이다. 여기 모인 4점의 가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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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EDITOR
전여울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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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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