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천 위의 그림들

숱한 생각과 의도를 새긴 한 폭의 천을, 어디에든 두고 본다.

UpdatedOn April 27, 2017

권은진, 2017년의 첫 수비니어 패브릭 시리즈. 시인 폴 발레리의 저서에서 발췌한 문장 ‘Nothing is as mysterious as clarity’를 주제로 작업했다. 

촬영지와 촬영 시기가 기억나지 않는 유령 같은 사진, 최근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패브릭으로 옮겼다. 권은진은 촬영한 사진과 드로잉, 영수증과 같은 사물을 한데 모아 콜라주하기도 한다. 패브릭 위에는 그가 보고 느끼고 겪은 장면들이 그의 감성을 따라 중첩되고 편집되어 표현된다. 

 

Provence’. 프랑스 아를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수비니어 패브릭 시리즈. 

권은진 @saki_svn
수비니어 패브릭 시리즈

세상에는 아름답고 대단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권은진은 차라리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개인적인 소재에 집중한다. 여행이나 연애, 음주가무와 목욕, 쇼핑처럼 그가 직접 겪고 보고 듣고 느낀 것들 말이다. 그는 가장 개인적이고 사소한, 그러나 그 자신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패브릭 위에 내려놓는다. 시간과 생각을 기록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시각적인 작업들을 실용성 있는 매체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들이기에, 이 아름다운 것들이 그저 감상용으로 남기보다 쓰이기를 원했고요. 게다가 패브릭은 그 자체만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한 장의 패브릭은 또 다른 물건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가 패브릭 위에 남기는 자취는 일상의 경험에서 수집한 아름다움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개인 기념품인 셈이다. 그는 여행을 즐긴다. 여행지의 명소나 저명한 인물이 아닌, 그 자신을 위한 기념품으로서 완성한 이 일련의 작업들을 ‘saki’라는 이름으로도 이어간다. 패브릭 위로 옮기는 것들은 그가 작업한 콜라주, 드로잉 혹은 촬영한 사진들이다. 권은진은 여기에 ‘수비니어 패브릭 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인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1704/thumb/34338-226388-sample.jpg

최경주는 자신의 작업을 누구든 원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단하지 않은 천 위에 찍어내기도 한다.  

 

 

 ‘아티스트 프루프 패브릭 북’ 최경주가 패브릭 위에 작업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을 책의 형태로 아카이빙했다. 

 

도톰한 매트용 패브릭 위에 최경주가 직접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찍어낸 테이블 매트. AP 숍에서 판매.

최경주 @yes_kyungjoo
아티스트 프루프 패브릭

판화 작가 최경주는 실크 스크린, 에칭 등의 다양한 판화 기법을 일상적 소재 혹은 사물에 접목하는 작업을 한다. 일상 사물에 접목한 그의 작업은 화병을 비롯한 작은 오브제부터 스카프, 코스터, 카펫, 패브릭 등에 걸쳐 폭넓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최경주는 이 모든 작업을 같은 온도로 받아들인다. 평면에서 입체로, 입체가 다시 압축되어 평면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독특한 영감을 획득하기도 한다. 주된 소재는 작업실 안팎과 여행에서 발견한 장면에서 찾는다. 작업실 창가에 햇빛이 넘실거릴 때, 유리잔의 그림자가 동그랗게 드리워질 때 생성되는 모양이나, 어떤 장소에서도 느끼는 감정과 심상을 다양한 색의 레이어로 중첩하는 것이다.
최경주에게 캔버스 혹은 액자 형태로 감상할 수 있는 작업과 실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은 모두 같은 성질의 작업이 된다. 그러나 특히 패브릭에 구현할 땐 패브릭이라는 물성이 지닌 따뜻함과 유연함에 집중한다. 패브릭 본연의 색에 따라 색상의 농도와 다양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연구한다. 천이라는 물성이 지닌 실용성 역시 그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되어 그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키는 데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경진
ASSISTANT 김윤희

2017년 04월호

MOST POPULAR

  • 1
    The other sides
  • 2
    Picnic Season
  • 3
    두피는 안녕한가요?
  • 4
    4인 4색 러닝화
  • 5
    에디터의 글

RELATED STORIES

  • LIFE

    HAND IN HAND

    새카만 밤, 그의 곁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물건 둘.

  • INTERVIEW

    스튜디오 픽트는 호기심을 만든다

    스튜디오 픽트에겐 호기심이 주된 재료다. 할머니댁에서 보던 자개장, 이미 현대 생활과 멀어진 바로 그 ‘자개’를 해체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공예를 탐구하고 실험적인 과정을 거쳐 현대적인 오브제를 만들고자 하는 두 작가의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다.

  • INTERVIEW

    윤라희는 경계를 넘는다

    색색의 아크릴로 만든, 용도를 알지 못할 물건들. 윤라희는 조각도 설치도 도자도 그 무엇도 아닌 것들을 공예의 범주 밖에 있는 산업적인 재료로 완성한다.

  • FASHION

    EARLY SPRING

    어쩌다 하루는 벌써 봄 같기도 해서, 조금 이르게 봄옷을 꺼냈다.

  • INTERVIEW

    윤상혁은 충돌을 빚는다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정교하다. 손이 가는 대로 흙을 빚는 것 같지만 어디서 멈춰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상반된 두 가지 심성이 충돌해 윤상혁의 작품이 된다.

MORE FROM ARENA

  • AGENDA

    Color of PENOMECO

    <쇼미더머니6>는 티저에 불과했다. 드디어 페노메코가 만개한다. 다양한 색감으로, 펼쳐 보여줄 때가 되었다는 듯이.

  • INTERVIEW

    아틀리에 에르메스 개인전 - 작가 현남이 그린 형형색색 도시 전경

    폴리스티렌 굴 속에 산업 재료를 부어 넣자, 과열되고 뒤섞인 재료들은 작가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꿈틀꿈틀 생동하며 첨탑을 만들어낸다.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인 젊은 작가, 현남이 그려내는 형형색색 도시 정경.

  • FASHION

    눈썹을 그리는 마음

    가뿐하고 손쉽게 사용하기 좋은 아이브로를 차곡히 쌓았다. 한 올, 한 올, 눈썹을 그리는 마음으로.

  • LIFE

    패션 암흑기를 두 번 겪지 않기 위한 가이드

    얼마 전까지 뉴트로가 유행했다. 동시에 1990년대 패션을 복기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건 괜찮다. 패션은 돌고 돈다고 하니까. 납득이 간다. 납득이. 하지만 패션 암흑기 2000년대만은 돌아와선 안 된다. 부츠컷도 울프 커트도, 민소매 겹쳐 입기도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주길 바란다. 2000년대 패션이 부활할 낌새를 보이는 지금, 간곡히 부탁한다.

  • LIFE

    HOW COME?

    1월의 새로운 테크 제품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