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닭 한 마리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밝았다. 닭 한 마리로 새해 식탁을 거하게 차려보았다.

UpdatedOn December 30, 2016

닭볶음탕

닭볶음탕

닭볶음탕

스파이시 치킨 가라아게

스파이시 치킨 가라아게

스파이시 치킨 가라아게

  • 리즈너블한식당|닭볶음탕

    간판도 내달지 않은 가게로 사람들이 속속 들어갔다. 경사진 언덕 위에 아슬아슬 서 있는 가게. 가까이 다가가면 ‘리즈너블한식당’이라 적힌 종이가 유리문에 붙어 있다. 빵모자가 잘 어울리는 사장이 홀로 주방을 지키는 이곳은 2016년 9월에 문을 열어 4개월째 가오픈 중이다. 간판은 왜 달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게을러서”라고 답하는 사장은 시간을 진득이 들여야 겨우 한 접시가 완성되는 요리를 손님상에 낸다. 주물 냄비에서 오랜 시간 뭉근히 끓여내는 닭볶음탕도 그중 하나다.

    양념으로는 텁텁한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 케이준 파우더를 쓴다. 덕분에 첫술은 더없이 산뜻하다.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매운맛이 아닌 기분 좋은 알알함이 느껴진다. 국물에서 익숙한 감칠맛을 느꼈다면 밴댕이의 맛을 아는 사람일 테다. 육수는 밴댕이부터 양파, 다시마, 멸치, 파뿌리 등을 잔뜩 넣고 팔팔 끓여 만든다. 식사 대신 술을 즐기러 왔노라 말하면 육수를 평소보다 넉넉히 부어준다. 화요, 문배술, 매실원주, 솔송주 등 술도 다종다양하다.

    가격 2만3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만리재로35길 50
    문의 02-363-5008

  • 페어링룸|스파이시 치킨 가라아게

    프랑스 파리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 상투적인 이 표현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페어링룸은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 사람들의 정수리에 흥건하게 고인 노란 불빛, 시야를 은밀하게 가리는 잿빛 레이스 커튼, 구석진 자리에서 껴안고 있는 커플 한 쌍, 지극히 클래식한 인테리어에 다분히 모던한 조명까지. 밑창이 해진 운동화 대신 매끈한 구두를 꺼내 신은 날 찾아가고 싶은 곳이랄까.

    우아한 칼질만 오갈 것 같은 이곳에서는 생각지도 못하게 일본식 닭 요리, 가라아게를 튀긴다. 한입 베어 물면 얇은 튀김옷이 바스락 찢어지고 백숙처럼 촉촉한 고깃덩어리가 입안에서 꿀떡꿀떡 넘어간다. 소스 없이 먹더라도 단박에 입이 즐겁지만 접시 바닥에 퓌레처럼 푸짐하게 깔린 파 페스토를 같이 곁들이면 가라아게의 잠재력이 더 살아난다. 여기에 씁쓸한 홉 향을 진하게 풍기는 에일 맥주까지 있다면 맛의 2부가 시작된다. 페어링룸의 조명은 대체로 조도가 낮다. 낮에 찾더라도 잘 뚫어놓은 갱도처럼 빛이 희미하다. 고로, 낮달이 밝은 그때부터 부지런히 술상을 차릴 수 있다.

    가격 2만4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81길 14
    문의 010-3100-8861

구수계

구수계

구수계

라즈다니 익스프레스

라즈다니 익스프레스

라즈다니 익스프레스

  • 차이린|구수계

    차이린의 식구들은 1년에 두 차례 중국 각지로 요리 견습을 나선다. 산둥, 광둥, 쓰촨, 후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고로움을 감수한다. 진미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 자리에서 맛을 검증하고, 국내에 기꺼이 소개하고 싶은 맛이라면 레시피를 공수해 다시 훌훌 돌아온다. 발품 팔아 완성한 요리는 그대로 메뉴판에 그 이름을 올린다.

    1년에 7, 8가지 요리가 새롭게 등장하지만 그중 살아남는 요리는 고작 한두 가지다. 여러 선택지 속에서 지난 한 해를 무사히 버틴 요리는 바로 구수계다. 입에 침이 돌게 하는 닭이라는 뜻의 이 요리는 쓰촨이 고향이다. 젓가락을 휘적여 죽순, 고수, 땅콩, 대파를 걷어내면 붉은 고추기름에 빠진 하얀 닭고기가 등장한다. 정신없이 매워 보이지만 야들야들한 닭고기 한 점을 들어 입에 가져가면 의외의 담백함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고슬고슬 갓 지은 밥에 고추기름을 몇 방울 톡톡 뿌려 먹으면 구수계 한 대접을 깨끗이 비워낼 수 있다. 매콤하고 기름지니 당연지사 고량주와 궁합이 좋다.

    가격 3만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112길 10
    문의 02-543-2847

  • 주반|라즈다니 익스프레스

    인도에는 종종 식사가 나오는 기차가 있다. 인도의 크고 작은 도시를 왕복하는 라즈다니 익스프레스도 그중 하나다. 허름한 다가구 주택과 기울어진 상점들이 풍경을 구성하는 필운동 골목을 거닐다 보면 라즈다니 익스프레스를 파는 주점이 나타난다. 이름은 주반. 물론 기차를 파는 건 아니다. 요리 이름치고는 조금 혁명적이나, 라즈다니 익스프레스는 주반의 요리사 김태윤이 뭄바이행 기차에 몸을 실으며 인도 전역을 누비던 때 구상한 닭 요리다.

    일견 특별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프라이드치킨이지만 도톰한 튀김옷에 비장의 ‘마살라’가 숨어 있다. 마살라란 인도 가정에서 저마다의 배합으로 만드는 복합 향신료. 우리의 된장, 고추장에 비유할 수 있다. 고수, 민트로 맛을 낸 개운한 처트니만으로도 한 접시를 너끈히 해치울 수 있지만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이 요리에 술이 빠지면 곤란하다. 따뜻하게 데운 ‘자주’ 한 잔을 청하는 것이 능사. 꿀 향과 후추 향이 번갈아 올라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격 2만5천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가길 12
    문의 02-3210-3737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GUEST EDITOR 전여울
PHOTOGRAPHY 현경준

2017년 01월호

MOST POPULAR

  • 1
    THE PREPSTER
  • 2
    EXOTIC FAIRY TALE
  • 3
    예술과 기술의 경지
  • 4
    코로나 때 어떻게 하셨어요?
  • 5
    파스타 파스타

RELATED STORIES

  • INTERVIEW

    <아레나> 5월호 커버를 장식한 배우 송중기

    단단한 눈빛이 돋보이는 송중기의 <아레나> 5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일 뿐

    4개 국어 능력자, 싱어송라이터, 인스타 음악 강자… 스텔라장을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인다는 사실이다.

  • INTERVIEW

    우리가 기다리던 소수빈

    데뷔 8년 차 소수빈은 지난해 <싱어게인3>으로 처음 TV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지금 보고 있는 사진 역시 그의 첫 번째 단독 화보다. 하지만 소수빈은 이미 우리가 기다리던 스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INTERVIEW

    발렌시아가 사커시리즈, 설영우와 함께한 <아레나 옴므 플러스> 화보 공개

    설영우의 색다른 매력이 담긴 <아레나> 화보 미리보기

  • INTERVIEW

    나를 궁금해해줬으면 좋겠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곽동연과 연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내 유쾌했고 기백이 있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방명록 한 권을 완성하는 기분이라는, 2024년 곽동연의 첫 방명록.

MORE FROM ARENA

  • INTERVIEW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서현

    서현은 성장하고 있다. 예상 밖의 캐릭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 연기 범위를 확장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스스로에게 내린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으로 서현은 성장하고 있다.

  • INTERVIEW

    너네 지금 뭐해?

    Z 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다. 지금을 이야기할 때 중심에 있는 이 세대는 지금 각자의 세계에 빠져 있을 뿐이다.

  • FASHION

    GREEN SHOWER

    잠시 걸어두고 천천히 살펴보세요.

  • ARTICLE

    이달의 촉감

    겨울의 끝자락을 채우는 양털처럼 포근한 플리스.

  • AGENDA

    HOW COME?

    8월의 새로운 테크 제품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