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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잡지들

화려한 광고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진중한 철학과 꾸준한 취향을 담았다. 참 이상한 잡지들이다.

UpdatedOn December 29, 2016

WSB 팜 서프 매거진

한국의 즐거운 서핑 문화 잡지

최근 몇 년 사이 서핑이 유행처럼 번졌다. 올여름, SNS에는 서프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들이 꽤나 빈번하게 올라올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서핑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때다.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WSB 팜 서프 매거진>은 대한민국 최초의 서핑 문화 잡지다. 잡지를 만드는 이들 모두 서핑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서퍼다.

온라인 매거진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다 드디어 지난여름 첫 번째 오프라인 매거진을 발행했다. <WSB 팜 서프 매거진>이 주목하는 것은 서퍼들의 이야기다. 어떻게 해서 널빤지 위에 올라타 파도를 헤쳐나가는 서핑에 빠졌는지, 그로 인해 인생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서핑이 단순한 ‘레저 스포츠’가 아니라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밖에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서핑 장소와 서핑에 대한 기초 상식, 서퍼들이 꼽은 서핑 숍들을 담았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이야기가 더 무궁무진하다.

Editor’s Pick <WSB 팜 서프 매거진>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5분 내외의 짤막한 영상 인터뷰들을 볼 수 있다. 서퍼들은 카메라 앞에서 파도와 서핑에 매료된 순간,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그 경험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오프라인 버전에서도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피플 인터뷰’는 서핑이 왜 문화이자 삶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반라이크

더 나은 도시 생활을 위한 잡지

2013년 창간된 <어반라이크>는 ‘도시에 사는 20대와 30대’를 주요 독자층으로 삼고 1년에 2회 발행하는 잡지다. ‘도시 창작자들’과 ‘창작물’에 관한 인터뷰, 관점이 확실한 에세이, 그리고 감도 높은 비주얼 등 더 나은 도시 생활을 위한 현재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에 발행된 <어반라이크> 34호의 이슈는 ‘Dear, Reader!’였다. 디지털 콘텐츠가 전할 수 없는 종이로 인쇄된 글과 이미지의 힘, 읽는 경험에 대해 결코 가볍지 않은 화두를 던진다.

손가락으로 종이를 넘겨가며 무언가를 읽고 본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근사한 문화 활동이라는 굳은 믿음이 흥미롭다. 요즘 세상에 ‘종이 잡지’라는 오래된 매체에 매력을 느끼는 편집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종이 잡지를 사서 읽는 취향 뚜렷한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Editor’s Pick 해당 호의 주제에 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인터뷰이들과의 대화를 지면에 옮긴 ‘CONVERSATION 칼럼’, 그리고 창작자 1백 명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를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EDIT’ 칼럼은 <어반라이크>의 색깔과 방향을 가장 잘 드러낸다.
 

볼드 저널

이 시대 모던 파더들을 위한 잡지

<볼드 저널(Bold Journal)>은 되도록이면 ‘미혼인 척’하는 남성 잡지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아버지가 주인공인 국내 최초의 잡지다. 엄마를 위한 잡지는 있지만 아빠를 위한 잡지는 없었다. 남성이 등장하는 남성지는 많이 있지만 아버지로서의 남성을 말하는 잡지도 없었다. ‘아버지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목표로 3·6·9·12월 4회 발행한다. 웹사이트를 통해서 짤막한 기사들을 먼저 만날 수 있다. 잡지 첫 장을 열면 한글과 영어가 병기되어 있는데, 이는 ‘아버지’라는 주제가 문화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세계 공통의 관심사라 생각해서 해외 독자들을 고려했다.

매 호 주제를 선정해 그에 따른 삶의 유형을 탐색하고 아버지에 특화된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제공한다. 1호에서는 ‘놀이’를 주제로 아버지가 공감할 만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다뤘다. 2호의 주제는 여행이었다.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들이 떠나는 여행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줬다. 1호와 2호를 통해 ‘프렌디(Friendy, 친구 같은 아빠)’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앞으로 발간할 <볼드 저널>에선 일과 가정을 동시에 이야기하려고 한다.

3호의 주제는 사춘기다. 사춘기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아버지라는 역할을 새롭게 받아들였던 순간의 혼란 등을 다룬다. 이 시대 아버지들, ‘모던 파더’라 불리는 세대는 경제적 책임감을 짊어진 동시에 가족과 소통이라는 과업까지 맡아야 한다. 이 모든 걸 다 잘해내는 ‘슈퍼맨’이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라면, 아버지라면 이래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모던 파더들이 좀 더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기를 격려하고 응원하고자 한다.

Editor’s Pick 2호에서 독자에게 가장 호응이 좋았던 기사는 1박 2일로 가족 여행을 갈 수 있게끔 촘촘하게 코스를 짜준 ‘여행 레시피’였다. ‘이번 주말에 어디 갈까?’를 늘 고민하는 아버지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이들과 여행을 즐기는 스마트한 아버지들의 레시피대로, 고민 없이 따라가기만 해도 대만족인 여행 코스들을 소개했다. 지역별로, 시간대별로, 주제별로 다섯 가지를 공개했다.

 

베어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

1년 반 전에 창간한 <베어>는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잡지다. 동시에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잡지이기도 하다. 1년에 4회 발행하는 계간지며 매 호 주제를 잡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1호의 주제는 커피였고, 꽃, 빵, 집을 거쳐 옷까지 다뤘다. 식물을 주제로 삼은 6호도 곧 발간한다. 사회적인 이슈와 의식주를 연결 지어 주제를 잡는다.

기존에 너무 많이 다룬 주제는 굳이 채택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많이 주목받지 않은 분야를 파고들어 그 안에서 소신 있게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베어>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인물 인터뷰로 채워간다. 각 호의 주제에 맞게 선정한 인터뷰이 중 우리가 알 만한 낯익은 얼굴은 한 명도 없다. 한 호당 대략 18~20명 정도의 인물을 만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들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인터뷰에는 에디터의 주관이 조금도 끼어들지 않는다. 인물 사진 역시 대화에 집중하는 찰나를 포착할 뿐이다. 예쁜 사진을 위해 인물이나 공간을 ‘보정’하는 노력은 오히려 지양한다. 평소의 모습과 생각을 지면에 옮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일을 하는 행복한 사람들을 <베어>에서 만날 수 있다.

Editor’s Pick <베어> 5호의 주제는 옷이었다. 흔히 잡지가 다루는 ‘패션’ 말고, 윤리적인 패션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봉제 산업의 열악한 환경과 패션이 오염시키는 지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 오르그닷의 김방호 대표를 인터뷰했다. ‘소비를 통해 지구와 근로 환경이 좋아지길 바란다’는 그의 한마디는 <베어> 5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대변한다.
 

라인

역과 역 사이 사람과 문화를 잇는 잡지

대한민국 대표적인 기차 노선 12개를 샅샅이 훑고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사람을 이야기하는 잡지. <라인>은 창간과 동시에 폐간이 예정된 특이한 잡지다. 12개의 노선을 모두 여행하고 나면 <라인>은 문을 닫는다. 글을 쓰는 기자와 사진가가 기차를 타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간이역과 그 주변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둘러본다. 웹 매거진이었다가 텀블벅 후원을 통해 독립 잡지로 발행하게 됐다. 군산역을 시작으로 벌써 8번째 노선을 여행했다. 극락강역, 광주역, 광주 송정역, 나주역, 목포역에서 만나고 들은 이야기를 담았다. <라인>은 어쩌면 대한민국 기차 노선의 ‘아카이브’ 같은 의미가 크다.

만드는 이들 역시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작은 역들을 기록해놓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유명한 맛집과 관광 명소를 나열하는 대신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적어낸다. 폐역과 간이역을 기준으로 그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을 기록한다. 그래서 <라인> 한 권을 읽고 나면 그 기차가 다니던 지역을 더 깊게 알 수 있다. <라인>은 12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나지만 만드는 이들이 북유럽을 다녀와서 ‘노던 라인’이라는 또 다른 매거진을 준비할 것이라고 한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라인이다.

Editor’s Pick 1913년 호남선 개통과 함께 송정리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광주송정역. KTX를 통과하는 광주 유일의 역으로 지난 4월, 광주송정역이란 이름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1913 송정역 시장’을 찾았다. 1913 송정역 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단장을 만나 청년의 꿈을 펼치는 시장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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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기성율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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