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카페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EPORTS

베를린, 세 번째 로망

On December 28, 2016 0

섹시하고 쿨한 도시, 베를린은 지금 유럽 크리에이티브 신의 중심으로 거듭나며 또 한 번 뜨거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3 / 10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난데없이 캐나다 이민국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어디 캐나다뿐이랴. 베를린에 머물며 사귄 친구 브리짓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브리짓은 뉴욕 출신의 아티스트다. 그녀를 위로하고자 몇몇 친구들과 함께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위치한 작은 바에 모였다. 우리는 모두 격분한 브리짓을 토닥이며 복잡한 눈빛을 건넸다. 그 눈빛엔 ‘더 많은 미국인이 몰려오겠어’ ‘버거 숍과 스페셜티 커피 전문 카페, 금주법 시대를 콘셉트로 한 칵테일 바가 늘어날 테고’ ‘물가도 오를 거야. 집은 더욱 구하기 어려워지겠지’와 같은 심정이 담겨 있었다.

베를린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수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이미 정착한 외국인조차 염려하는 이 현실을 너무 야박하게 생각하지 말아주길. 세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베를린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산증인이 되어버렸으니까.

지난 5년간을 살펴보면, 베를린 집세는 45% 넘게 올랐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베를린 중심 지역인 미테에서는 과거 방 2개에 부엌, 화장실이 딸린 약 66㎡짜리 플랫을 월세 7백 유로에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1천 유로로도 찾기 어렵다. 외식비 또한 부쩍 늘었다. 진하게 우린 블랙커피에 소금을 잔뜩 뿌린 빵, 고소한 버터 한 조각을 3유로에 즐길 수 있었던 오랜 카페들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거창한 브런치 메뉴,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물론 뉴욕, 런던, 파리에 비해 베를린 물가는 여전히 20~30% 저렴한 수준이다. 서울과 비교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다. 바에서 맥주 한 병을 2.5유로에 마실 수 있는 유럽의 도시가 몇이나 될까? 착한 물가는 그 도시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곳이 베를린처럼 매력 넘치는 도시라니 ‘한번 살아보면 어때?’ 하는 용기를 내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는 근래에 알려졌지만, 베를린은 꽤 오래전부터 전 세계 젊은이가 ‘로망’으로 삼고, 열광해온 도시다. 세 번의 ‘베를린 붐’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다. 당시 베를린은 ‘기회의 땅’이었고 새로운 독일을 꿈꾸는 젊은이가 전역에서 모여들어 허물어진 건물을 점령하고 테크노 파티를 벌였다. 두 번째 열풍은 2000년 초반에 불었다. 당시 시장이었던 클라우스 보베라이트가 (그 유명한)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을 때다. 별다른 산업, 경제 기반이 없던 베를린은 전략적으로 ‘아트 시티’를 표방했다.

통일 후 베를린에는 여전히 버려진 공간이 많았다. 베를린 시는 이를 아티스트들에게 제공했다. 기회는 외국인에게도 열렸다. 시는 비자까지 선뜻 내주며 외국인 아티스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저렴한 물가, 도시 전체에 흐르는 창조적 에너지에 반한 아티스트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왔다. 이내 베를린에는 6백여 개의 갤러리와 프로젝트 스페이스가 들어섰다. 1만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베를린에 아지트를 꾸렸다. 이는 당시 뉴욕보다도 더 많은 수였다.

“그때부터 쭉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쿨한 도시’로 통했어요.” 베를린 붐 1세대로 정착해 격동의 역사를 지켜본 독일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말했다. “매년 더 많은 사람들이 베를린으로 이주해왔죠. 소문을 듣고 찾아온 젊은 사업가, 투자자들도 늘어났어요. 때마침 디지털을 비롯한 IT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어요. 이제 베를린은 또 다른 그림을 그려요. 바로 ‘유럽의 실리콘 밸리’죠.” 지금 베를린은 유럽 크리에이티브 신, 특히 ‘스타트업’의 중심으로 거듭나며 세 번째 붐을 맞이하고 있다. 본래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로 불린 곳은 런던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상황이 변했다. 지금은 베를린이 런던을 대체할 차세대 스타트업 도시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 베를린 시와 독일 연방정부는 스타트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지난 7월, 독일 자민당은 런던 시내에 영국 스타트업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차량 광고를 내보내 영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 현재 베를린의 스타트업 수는 영국 런던의 절반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5년 이내 런던을 제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는 브렉시트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런던 스타트업들이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분야에 집중했다면 베를린은 IT는 물론 패션, 음악, 음식,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회계 법인인 어니스트앤영은 베를린이 2014년 이후 20억 유로에 달하는 벤처캐피털 투자금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영국을 추월한 수준이다. 모르긴 몰라도 미국 대선 이후 베를린 시는 더욱 바빠질 것이다. 미국의 땅덩이는 드넓고 광고를 낼 만한 도시 역시 그만큼 많을 테니까.

베를린 크리에이티브 신의 뜨거운 현장은 곳곳에서 맞닥뜨릴 수 있다. 길을 나서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장크트 오베르홀츠(St. Oberholz)와 같은 카페, 디자인 호텔, 벼룩시장, 서점, 클럽, 이벤트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베를린의 크리에이티브 신이 매일같이 업데이트된다. 그중 가장 핫한 곳은 ‘코워킹 스페이스’다. “현재 베를린의 슈퍼스타는 다름 아닌 젊은 스타트업 사업가들이에요. 이곳에서 그들은 할리우드 배우나 밀라노의 패션 디자이너와 같죠.” 베를린 관광청 관계자에 따르면 베를린엔 무려 1백여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코워킹 스페이스가 산재해 있다.
 

3 / 10

 

베타하우스 Betahaus

Prinzessinnenstraße 19-20, 10969 Berlin +49-30-609809270
www.betahaus.com/berlin

대표적인 몇 곳 중 선구적 역할을 한 것은 베타하우스 (Betahaus)다. 2009년 오픈한 베타하우스는 당시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의 집결지였던 크로이츠베르크에 자리 잡았다. 5층 건물, 총 5,000㎡의 넓은 규모에 개별 및 공동 책상, 미팅룸뿐만 아니라 ‘우드 숍’ ‘하드웨어 랩’ 등 전문 작업 공간까지 제공한 곳은 베타하우스가 처음이다. 베타하우스는 또한 브랜딩, 출판, 디자인, 목공예 워크숍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인기를 얻었다.

 

3 / 10

 

팩토리 베를린 Factory Berlin

Rheinsberger Str. 76/77, 10115 Berlin
factoryberlin.com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팩토리 베를린(Factory Berlin)이다. 독일 최초 그리고 최대의 ‘스타트업 캠퍼스’다. 구글이 1백만 유로의 투자 지원을 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2014년 팩토리 베를린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자리 옆의 대형 맥주 공장을 개조해 들어섰다. 이곳엔 사운드클라우드, 모질라, 트위터 같은 세계적 IT 기업과 2백여 개의 스타트업이 상생하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킹’이에요. 오픈 테이블, 휴식 공간, 이벤트를 통해 파트너를 찾고 아이디어를 얻죠. ‘구글 멘토링’을 비롯해 멤버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강의, 설명회 및 모임이 많은데 팩토리 베를린은 회원들을 세심히 파악해 서로 연결해줘요. 모든 이벤트는 영어로 진행하고요.” 마케팅을 총괄하는 루카스 캄프만이 팩토리 베를린의 성공 요인을 밝혔다.

 

3 / 10

 

마인드 스페이스 베를린 Mind Space Berlin

The Q, Friedrichstraße 68, 10117 Berlin +49-800-646377223
berlin.mindspace.me

뉴페이스인 마인드 스페이스(Mind Space)에서는 기업과 스타트업의 조화가 돋보인다. 마인드 스페이스는 중동의 스타트업 허브인 텔아비브에서 시작한 코워킹 스페이스로 독일 함부르크에 이어 지난해 베를린에도 지점을 열었다. 미테의 대표적 오피스 지구인 프리드리히 슈트라세에 위치한 만큼,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독일의 굵직한 기업과 독립적인 사무 공간이 쭉 늘어선 것이 눈에 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베를린의 개성을 드러낸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가구, 인테리어 또한 남다른 인상을 준다. “대형 기업에서 크리에이티브나 트렌드, 테크놀로지 관련 부서를 이곳에 둡니다. 재능과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과 더욱 빨리, 가까이에서 네트워킹하기 위한 거죠.” 커뮤니티 매니저 에밀리아 니예벤코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블로거와 유튜버, 인스타그래머 및 독립 온라인 미디어만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도 있다.

 

3 / 10

 

블로그파브릭 Blogfabrik

Oranienstraße 185, 10999 Berlin
blogfabrik.de

파격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블로그파브릭 (Blogfabrik)은 베를린의 다채로운 소식을 소개하는 ‘아이하트베를린 (iHeartBerlin)’을 비롯한 유명 온라인 콘텐츠 메이커들이 포진해 있다. 개별 테이블과 회의실, 쿠킹 스튜디오, 사진 스튜디오 등을 모두 제공하지만 사용료는 받지 않는다. 대신 한 달에 한 번, 블로그파브릭 매거진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 1개를 제공하면 된다. 물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금,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베를린은 근사한 시작이 될 것이다.

Credit Info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서다희
PHOTOGRAPHY
다니쿠 판 케스테른(Danique van Kesteren), 론 슈미트(Ron Schmidt), 마인드스페이스(Mindspace), 크리스토프 노이만(Christoph Neumann)

2016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서다희
PHOTOGRAPHY
다니쿠 판 케스테른(Danique van Kesteren), 론 슈미트(Ron Schmidt), 마인드스페이스(Mindspace), 크리스토프 노이만(Christoph Neu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