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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둘 다 필모그래피 읊자면 한참 걸린다. 그런 두 배우가 한 작품에 모든 찬사를 보낸다. 시작부터 달랐다고 한다. 촬영하면서 더 새로웠다고 한다. 완성하고 나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한다. <커튼콜>에 출연한 박철민, 장현성이 입 모아 말했다.

UpdatedOn December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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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성이 입은 팬츠와 베스트는 모두 비아바이이정기, 터틀넥 니트는 반하트, 스카프는 S.T.듀퐁 클래식 제품. 박철민이 입은 재킷·셔츠·팬츠·타이·행커치프 모두 까날리 제품.

장현성이 입은 팬츠와 베스트는 모두 비아바이이정기, 터틀넥 니트는 반하트, 스카프는 S.T.듀퐁 클래식 제품. 박철민이 입은 재킷·셔츠·팬츠·타이·행커치프 모두 까날리 제품.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설정을 던져주기만 하면 끝이었다. 그들은 고수였다. 아무렴.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연극 무대는 물론,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 드라마 현장, 영상 언어를 구현하는 영화 현장까지 릴레이하듯 오가는 배우들이었으니까. 그들에겐 포즈를 얘기하기보단 감정을 일러줬다. 그러자 촬영 스튜디오는 금세 상황극 무대로 전환됐다. 때론 애잔하게, 때론 익살스럽게. 그들의 얼굴이 컷마다 발췌돼 모니터에 뜰 때 배우의 삶이 스쳐 지나갔다. 박철민과 장현성은 마침 배우의 삶에서 인상적인 작품도 겪은 후였다. 작품이 끝나고 난 뒤, 그들에게 ‘커튼콜’의 소회를 들었다.

오늘 <커튼콜> 제작 보고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제작 보고회는 개봉 앞두고 영화를 선보이는 자리이자 이런 영화가 있다고 선포하는 자리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말하기 시작하는 시기니 감회가 새롭겠다.
박철민 크랭크업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내게 너무 소중한 영화다. 치열하게 정말 밀도 있게 찍으면서, 많은 추억거리를 쌓아준 영화다. 1년이 지나니 조금 희미해졌는데, 신나고 아프고 소중한 추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역시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배우로서 의미 있고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주 작은 영화지만, 아주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영화다. 연극 한 편과 영화 한 편이 섞여서 완성된 영화이기 때문에 찍을 거리가 많아서 모두 긴장하고 집중하면서 임했다.

장현성 촬영한 지 1년 됐는데 그렇게 늦은 것도 빠른 것도 아닌 적당한 시간인데도, 우리 입장에서는 뭐랄까, 제작 환경이 어려워 정말 힘들게 찍어서 감회가 새롭다. 적은 예산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 시간이 어떻게 보면 눈물겨울 정도로 진했다. 게다가 감독님과 제작진, 전무송 선배님부터 제일 막내까지 어떤 동지애가 있었다. 연극 무대가 배경인 영화이기 때문에 적어도 무대에서 15년 이상 공력을 닦아온 배우들만 캐스팅했다. 그 과정의 결실을 오늘 맺은 거라 할 수 있으니 좋을 수밖에. 처음에 우리가 꿈꿔온 것 같은 결과가 나와서 더 감개무량하다. 기쁨도 크지만 지금은 좋은 작품이라고 해서 많은 분이 보시는 게 아닌 상황이라 걱정과 두려움도 있다.

독특한 형식으로, 독특하게 구성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작품은 연기 활동 중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겠다.

박철민 어떤 영화든 다 사연이 있으니까 배우 인생에 영향 미치거나 사연을 쌓긴 한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는 듣도 보도 못하던 형식이기 때문에 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안에서 배우 10명이 치열하게, 이제까지 쌓아온 내공을 서로 펼치기도 경쟁하기도 하면서, 마지막에는 서로 아름답게 하나로 만들어주는 조화를 이룬다.

영화 한 편을 선택하는 건 다른 기회를 포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걸 포기하게 한 이 영화의 매력이 뭘까? 역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의 작품이라서?
박철민 아무래도 연극을 한다는 것. 영화를 찍는데 연극을 한다는 게 크게 작용했다.
장현성 창작물을 만들 때, 굳이 따지고 보면 내용은 크게 다르진 않다. 사랑, 슬픔, 배신, 분노… 셰익스피어부터 지금 일일 드라마 쓰시는 작가까지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형식이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관객으로서 내가 본 형식미 중에서 굉장히 충격적으로 흥미로웠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영화로 찍는, 실시간으로 연극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백스테이지라는 제3의 공간에서 상호 보완해가면서 소동을 막아야 하는 과정이 굉장히 다차원적이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비관적이었다. 현실적으로 영상으로 시각화하기 힘들 거 같았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서 다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훨씬 좋아졌더라. 이걸로는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캐스팅도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선후배님들이고.

연극 무대에서도 활동하시는 분들과 연기할 때와 다른 판에서만 활동하시는 분들과 연기할 때 확실히 다른가?

박철민 글쎄, 특별한 차이는 모르겠다. 그런 느낌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연극이라는 장르를 함께 담아야 하니까. 연극에 어떤 시스템이 있지 않나. 전체 풀 샷에서 끊임없이 쉬지 않고 호흡이 맞아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연극 내공이 깊은 사람들은, 맞춰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애드리브도 더 나온다. 한 시간 반짜리 연극이 그대로 영화에 들어가니까 그런 호흡이 훨씬 유리하게 작용했을 거다.

장현성 굳이 따진다면 나도 개인적으로 연극을 오래 했다고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즘 아이돌 출신이라고 해서 연기를 못하라는 법도 없잖나. 그런데 이 작품은 연극 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라면, 정서적으로 서로 격려할 수 있었다.

 

팬츠와 코트는 모두 까날리, 터틀넥 니트는 시스템 제품.

 

젊은 배우들도 몇몇 출연했다. 고수들 사이에서 젊은 배우들을 이끌어줄 역할도 필요했을 듯하다.
장현성 챙긴다기보다는, 내가 이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감독님과 내건 조건이 있다. 개런티도, 스케줄도 아니라 한 가지 약속이었다. 아무리 돈이 없는 프로덕션이라도 이 배우들을 데리고 남은 한 달간 연극 연습하듯이 우리가 연습할 수 있게 연습실을 빌려달라고 했다. 언제든지 우리가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조건으로 걸었다. 그걸 받아줬다. 처음 테이블 리딩 이후 크랭크인 전까지 계속 거기서 연습했다. 서로 끌어준다기보다 동료 입장에서 정말 열정적으로 연습했다. 한 장면, 한 장면 자연스럽게.

박철민 서로 함께하는 큰 장이 되면서, 이 영화를 튼튼하게 만드는 보물이 된 거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훌륭한 일들 많이 못하는데, 하하. 생각도 잘 못하는 편인데 엄청난 걸 제안해, 그게 이 영화를 탄탄하게, 코미디적으로 무르익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장현성 그 점이 굉장히 뿌듯하다. 연습 끝나고 또 얘기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박철민 영화 한 편, 연극 한 편 다 끝낸 느낌이다. 아직 대중과 못 만났지만 이미 만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속사에 말해 제작비도 일부분 조달하려 했다고 들었다.
장현성 제작비까지는 아니다. 영화가 다 만들어진 상태에서, 그 이후에도 홍보비 등등 자본은 계속 필요하잖나. 그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YG가 굉장히 열린 회사이기에 내가 이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 열고 한번 보시라고 해서 성사된 거다.

정말 이번 영화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박철민 전주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관객과 함께 본 적이 있다. 그때 관객이 즐거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반응을 보며 그 감정이 쌓여서 이 영화에 꾸준히 관심이 이어진 거 같다.
장현성 관객 장현성으로 봤을 때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 수백억 들인 <아이언 맨> 같은 마블 시리즈라든가 굉장히 큰 영화들도 물론 좋다. 정교하게 시각적으로 탁 맞물리는 영화도 좋겠지만, 입이 딱 벌어지는 그런 영화들은 전 세계에 너무나 많기 때문에 내 마음을 흔들지 않더라. 인간의 두려움이나 슬픔 등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예술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의 인문학적 가치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 프랑스 영화처럼 무조건 어렵게만 만들면 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진지한 영화를 가볍고 쉽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가 내게 아주 딱 맞았다.

어떻게 보면 인연이다. 그런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였을 수도 있고. 틈틈이 연극 무대에 섰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많은 배우가 연극 무대에 서고 싶어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실행하진 못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잘 병행한다. 그럴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
박철민 아니다. 아주 많은 배우들이 잘 병행하고 있다. 현성이도 그러겠지 미리 짐작해서 말하면, 우린 연극 무대를 지키기 위해서,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 연극을 하는 게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내가 힘을 얻기 위해서 하는 거다. 직접 관객을 만나 호흡하면서 살아 있는 느낌을, 그 힘을 얻으려는 거다. 연기하는 원동력을 이곳에서 찾으니까. 이 맛을 아는 배우들이 많이 하고 있다.
장현성 연극은 다른 영상 기술, 편집이나 포커스 등으로 도와줄 수 없다. 아무래도 배우가 온전히 해내야 한다. 그래서 연극을 배우 예술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지금은 예전처럼 연극, 영화, 드라마 이렇게 딱 나뉘진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장르를 드나든다.

오랫동안 연기해왔다. 오랜 경력이라고 매너리즘이라는 시기를 피해갈 수 없다. 예전 인터뷰에서 그럴 때 대본을, 거기에 자기가 써놓은 지문을 보며 극복한다고 했다(박철민). 아직도 그런가?
박철민 아무래도 옛날부터 그런 경험이 많았다. 대본에는 첫 장을 넘기면서 생각한 출발하는 마음, 다짐 그리고 작품을 보는 시선이 있다. 장기 공연을 하다가 너무나 계산된,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처음 읽던 대본을 본다는 뜻이었다. 연극 대본, 드라마 대본이라기보다는 내 초창기 때 뜨거웠던 시절을 끄집어내면 그때 그 열정을 찾을 수도, 찾아내기도 하면서 새로 마음을 다진다.

장현성 매너리즘은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난 아예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노력한다. 괜히 기타를 연습해본다거나 아니면 지난 신문을 다시 한 번 본다거나. 때론 세계사 책을 갑자기 본다거나 하는 다른 행동을 한다. 봐야 하는 대본들 외에 전혀 엉뚱한 것들을 보면서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탈탈 털어내고 다시 보면 포커스가 맞는다.

연기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예전보다 많이 성장한 기분이 드나? 보통 일은 그런데, 연기 분야는 좀 다를 듯하다. 익숙해서 마냥 편해질 수 있는 것만은 아니겠지?
장현성 난 전혀 성장한 듯한 느낌은 없다. 연기가 는다는 느낌도 사실 잘 모르겠다. 어릴 때, 잘 모를 때는 경험이 쌓이면 다 잘하게 되겠지 뭐, 이렇게 생각했다. 이번 영화에도 전무송 선생님이 계시지만, 선생님들은 저만큼 했는데 누가 저만큼 못해, 나도 저 기간 동안 하면 저만큼은 하겠지, 생각했다. 그랬는데 내가 연기한 지 20년 넘어가니까, 그게 아니더라. 그분들은 정말 노력하면서 수많은 경쟁 속에서 계속 캐스팅된 거다. 정말 특별하신 분인 거다. 그냥 오래 한다고 해서, 경험이 쌓인다고 해서 느는 건 아닌 거다. 그래서 난 늘 두렵다. 연기가 좀 는다는 것도 자연인 장현성이 경험한 시간이 많아졌기에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조금 늘어난 정도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박철민 반대로 난 어제보다는 나은 거 같다. 그 만족감에 좀 더 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내일을 기대하진 않는다. 내가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보다는 그래도 지내온 것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고 있구나, 하는 만족감이 있다. 그걸 혼자 느끼면서 아주 낯간지럽고 부끄럽지만, 카메라 앞에 선 내 모습이 그전 날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그 힘으로 겨우겨우 나아간다.

 

코트는 반하트, 팬츠는 까날리, 니트는 유니클로 제품.​

 

배우라는 직업 혹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최종적 지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수많은 배우만큼 그 지점 또한 많을 듯하다. 이제 그런 지점을 생각할 경력과 나이가 됐으니까.
장현성 배우가 되기 전에 한석규 형님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다. 내가 연극 연출을 공부할 때인데, 같은 질문이었다. 배우로서 목표하는 지점. 그때 형님이 정확하게 ‘의식적인 무의식 연기를 하고 싶은 게 나의 꿈이다’라고 하셨다. 굉장히 오래전인데 아직도 기억한다.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굉장히 많은 정의가 있다. 무당처럼 자신을 잊어버리고 그 사람이 되는 메소드, 아니면 굉장히 이성적으로 거리를 두는 브레히트 등 굉장히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내게는 ‘연기란 무엇인가’를 굳이 활자화한다면 ‘의식적인 무의식 연기’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이고 그렇게 하고 싶다.

박철민 생물학적으로 숨 쉴 때까지 카메라 앞이나 무대 위에서 신나는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은 있다. 내가 최고라든가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못해봤다.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나마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최고는 아니지만, 이렇게 행복한 일을 계속하는 게 연기하면서 내 소망이다. 마지막까지, 의식이 있는 동안 신나는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 배우를 정리하기에는, 잘 안 되더라고.

다양한 캐릭터를 받아들일 작품이나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다양한 연령층이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금 시대가 예전보다는 지속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나?
장현성 반은 맞고 반은 아닌 거 같다. 지금 채널이 많아진 건 맞다. 콘텐츠도 많아졌다. 그러니까 배우들이 계속 필요하다. 영화도 멀티플렉스 생긴 이후로 천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이 드는 영화가 1년에 몇 편씩 만들어지는 시대니까. 그런 면에서 배우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청소년이 꿈이 배우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 시대가 됐다. 반면에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경험하는 배우는, 정말 수많은 꿈꾸는 청소년에 비해서는 말도 안 되게 소수다.

극소수만 스타로 불리는 시대가 과연 배우로서 행복한 시대일까 생각해보면 달라진다. 오히려 러시아 같은 곳이 다른 면을 보여준다. 러시아 영화나 러시아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진 않잖나. 그렇지만 실제로 러시아 사람은 한국 사람보다, 내가 알기로 적어도 5배, 10배 이상 연극을 볼 거다. 평균적인 시민이 연극을 소비한다. 도시마다 훌륭한 극장이 하나씩 있고. 어마어마한 문호들이 태어나기도 했고. 예술가를 존경하는 면을 따진다면, 러시아 배우는 모든 이에게 존경받는 거다. 배우라는 직업, 그 진지함에 대해서 관점이 다르다. 배우로 살아가는 환경을 두 가지 영역에 걸쳐서 얘기할 수 있다.

박철민 늘 최고를 향해서, 정말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내 재능과 집중력을 다 발휘해도 난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어울리는 단어는 B급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 말이 부끄럽진 않고, 카메라 앞에서 끊임없이 보여줄 수 있는 상황에 만족한다. 다만 뜨겁게 열정적으로 완성되는 작업이 적고, 전체적으로 양산되는 느낌은 있다.

직업으로서 안정감은 늘었지만, 오히려 확 빠져들 만한 상황이 줄어든 어떤 딜레마인가?

박철민 많은 배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연기자 지망생 자체도 많아져서 그들에게 그렇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거 같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도 늘었다. 배우는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결국 선택받는 직업이잖나. 작품 끝나고 나서 다음 작품에 대한 어떤 불안함이 있다. 끝나면 바로 실업자가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고독? 고민을 많이 한다. 어느 순간 아무도 불러 주지 않을 거 같은 두려움 속에서 느끼는 공포.

그런 두려움은 경력과 세월이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부분인가? 내성이 생길 만도 한데.
장현성 그런 부분은 절대 굳은살이 생길 수 없는 거 같다.
박철민 굳은살이 생겨도 아프다.
장현성 늘 찌르면 아프다, 그건.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지만, 이번 영화 <커튼콜>에선 조금은 이끌면서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려고 시도한 듯하다. 이런 부분을 확장해 배우가 직접 선택하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안일한 생각인가?
장현성 그렇다. 물론 배우가 주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 톰 크루즈 같은 해외 스타들은 본인이 직접 프로듀서 하면서 출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배우가 기획하거나 하면서 잠깐 다른 일을 하는 것일 뿐이지 배우로서 확장한다거나 이런 의미는 아닌 거 같다. 제안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겠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여 선택하는 건 다른 쪽 역할이다. 결국 선택받아야 한다는 배우의 외로움과 숙명은 어떻게 갖다 붙여도 똑같은 상황이 되는 거다.

남성 잡지로서 남자 배우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멋진 남자란? 항상 멋지다고 듣는 사람이 생각하는 멋진 남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장현성 음… 배려와 용기가 있는 남자? 배려와 용기를 모두 갖춘 남자.
박철민 비슷할지 모르겠는데, 이타적인 남자. 수컷의 본능 자체가 이기적인 거 같다. 여성보다 좀 더 심한 거 같고, 특히 배우 일을 하면서 이기적인 면을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본능적으로 이타적인 남자를 보면 내게 없는 모습인지 마음이 많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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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태선
PHOTOGRAPHER 김종훈
STYLIST 이준미
HAIR 재황(에이바이봄)
MAKE-UP 박장연(에이바이봄)
ASSISTANT 김윤희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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