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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호의 스웨그

랩을 잘한다. 옷도 잘 입고 흥도 넘친다. 자유분방한 듯하면서 예의가 깍듯하다. 놀때 와 일할 때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안다. 스물네 살 , 송민호는 이런 스웨그를 가진 청년이다.

UpdatedOn September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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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는 계속 ‘래 스레머드(Rae Sremmurd)’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형제 힙합 듀오인데, 요즘 미국 힙합 신을 ‘씹어 먹고 있는’ 최고의 루키다. 트랩 비트 위에 술에 취한 듯 폭발적인 랩을 내뱉는 게 특징이다.

이들의 노래가 클럽에 울려 퍼지면 그날은 다들 집에 못 가는 거다. 이들의 음악에 맞춰 흔들흔들 춤을 추는 송민호를 보고 있자니 불현듯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도 그의 음악 때문에 집에 가기 싫어지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민호는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기엔 경계가 모호한 ‘위너’의 멤버이자, <쇼미더머니> 시즌 4를 통해 존재감을 만천하에 알린 실력 있는 래퍼다. 시즌 4를 보고도 그의 실력이 의심스럽다면, 시즌 5에서 자이언티, 쿠시와 함께 ‘머신건’을 부르는 송민호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무대 위에서 그가 얼마나 자신감 있고 멋지게 랩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을 거다.

송민호가 속한 그룹 위너가 쉼 없이 해외에서 공연하는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같은 회사 형제 그룹 ‘아이콘’의 래퍼 바비와 유닛을 결성해 활동한다는 것이다. 스타일 좋고, 랩도 잘하는 젊은이 둘이 만났으니 기대감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야심한 시각, 이런저런 멋진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던 송민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내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젊고, 영리하며 뜨거운 야심을 가진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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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싱 장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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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싱 장식의 데님 트러커 재킷은 앰부쉬, 스누피 프린트의 메시 톱· 기하학 프린트의 트랙 팬츠는 모두 구찌, 빨간색 캡은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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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그룹 내에서 유닛을 결성하는 건 참 많이 봐왔다. 그런데 ‘아이콘’과 ‘위너’의 유닛을 볼 줄은 몰랐다. 어찌된 영문인가?
‘아이콘’ 멤버들 중에서는 비바이와 바비가 래퍼 포지션을 맡고 있다. ‘위너’에서는 힙합을 많이 좋아하는 멤버가 나와 승훈이 형 정도다. 연습생 시절부터 바비와는 좋아하는 음악도, 취향도 비슷했다. 그렇지만 우리 둘의 의지로 작업을 같이 한 건 아니고, 사장님이 우리 둘을 붙여놓으면 새로운 시너지가 날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주어진 기회니까 아주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

매체를 통해 봤을 때 바비는 굉장히 즉흥적인 사람이고, 송민호는 굉장히 신중한 사람 같다. 취향이 같아도 성격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두 사람은 어떻게 작업을 하고 있나?
‘위너’도 멤버 개개인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취향은 다르지만 ‘위너’라는 이름 안에서 조화롭게 음악을 만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바비와 내가 음악적 취향이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추구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걸 ‘마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향, 개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큰 주제를 잡아두고 스케치하는 식으로 곡 작업을 하는데, 그 안에서 개인의 선호도를 적절히 섞는다. 바비와 나는 일단 서로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기 때문에 어떤 피드백을 해도 잘 받아들일 수 있다.

작업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분 상한 적은 없었고?
굳이 뭐 기분 나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좋게 좋게 말하면 되지.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구리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니까 기분 상한 적은 없다. 하하.

둘이 만든 곡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진짜 궁금하다. 말로 설명해줄 수 있나?
나랑 바비 둘 다 해외에도 자주 나가서 공연하고 이런저런 일이 많다. 그 외의 시간에는 정말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있다. 우리에게 온 흔치 않은 기회니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작업량이 엄청난데, 몇 곡을 추려서 내놓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힙합을 잘 모르거나 관심 없어 하는 분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곡부터 힙합 코어 팬층을 휘어잡을 수 있는 곡까지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안 그래도 어떤 리스너를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 것인지도 궁금했다. 바비와 송민호를 사랑하는 여성 팬이 타깃일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고 되묻는 마니아층일지.
정말 다양한 곡을 만들고 있는데 그중 어떤 곡을 실을지는 나도 잘 모른다. 나 역시 그 점이 궁금하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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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이 힙합에 빠져 있다. 할머니나 아주머니도 랩에 도전을 하는 시대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힙합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 래퍼로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서 힙합이 이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적이 또 있었나 싶다. 힙합을 대하는 귀가 트이고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음악 시장이 이렇게까지 흘러간 데는 사실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쨌거나 이 프로그램은 TV 쇼고, 엔터테인먼트다. 그래서 서로 경쟁하고, 편집도 자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힙합이란 것이 결국 이 방송을 기반으로 자리 잡았을 텐데, 그래서 음악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쇼미더머니>로 힙합을 처음 접하면 그것이 힙합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힙합이란 장르의 다양성에 좀 더 주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 중에 큰 전환점이 된 건 뭐였나?
‘겁’이라고 말하면 너무 뻔한가? 하하. <쇼미더머니> 시즌 4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얻은 게 참 많았다. 프로그램은 우승자가 나와야 끝이 나는데, 나는 이 곡을 준비하면서 우승에 상관없이 뮤지션으로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처음 해봤다. 그전의 무대는 경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겁’은 경쟁이란 개념을 떠나서 솔직한 내 마음, 송민호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실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래퍼가 되기 위해 열정을 쏟던 시절, 마음에 와닿은 다른 래퍼의 가사가 있었나?
내 인생의 좌우명까지는 아니지만, ‘션이슬로우(sean2slow)’의 ‘Moment Of Truth’란 곡이 있다. 그중 ‘언제나 당신의 열정이 곧 당신의 결정’이란 가사가 참 마음에 남았다. 아마 힙합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라임일 거다.

라임도 멋지지만 가사에 담긴 진심이 느껴진다.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건 래퍼의 본질인 것 같다.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Straight Outta Compton)>을 보면 래퍼들은 마이크 들고 무언가를 쏟아내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았더라. 2016년 살고 있는 스물네 살 송민호는 마이크를 잡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나?
곡을 쓸 당시의 내 마음가짐을 가장 많이 반영한다. 처음에 힙합을, 랩을 시작한 계기는 당연히 좋아서였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사로 쓸 때도 있다. 정신없이 바쁘고 일에 치일 때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그런 것에 관한 가사를 쓴다.

사회적 이슈도 무겁지 않은 선에서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나?
아무래도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알아야 하니까, 늘 관심 있게 찾아본다. 어떨 때는 나도 풍자를 하고 싶기도 한데, 결국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진짜 내 이야기가 아니라 벌어진 현상에 대해 쓰다 보면 실제로 겪은 사람들은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까 조심스럽다.

예전에 한국식 힙합이라고 하면 랩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멜로디가 담긴 노래 피처링이 있고, 다시 랩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었다. 이제는 다들 감각도 달라지고 따라서 트렌드도 달라진 것같다. 요즘 힙합의 흥행 공식은 뭔가?

제목이 됐건, 훅이 됐건 사람들의 귀를 잡아끄는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살짝 유치할 수도 있고, 의미 없는 반복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힙합이란 장르를 넘어서 대중음악 전반에 흐르는 경향인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아무런 메시지 없이 너무 가벼워지는 것 아닌가?

맞는 얘기다. 그 가벼움을 조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게 한국뿐 아니라 해외 힙합 신을 보더라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실력을 떠나서, 어떻게 보면 바보스러울 정도의 장난스러운 라임을 짜는 래퍼도 많이 눈에 띤다.

그러려면 스스로 ‘나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내 스타일은 이런 거다’ 정의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아이돌이고 가수이기 때문에 항상 더 많은 사람들을 향해 있다. 국내외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있는데, 그들 모두를 위한 음악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만약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 고집스럽게 파고들려 했다면 YG라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나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 지금 이 모든 단계가 대중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 송민호가 그리는 ‘빅픽처’가 있는 것 같다.
요즘은 내가 하는 대로 거두는 시기라, 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원래 쉬는 동안에는 취미도 즐기고 그러는데 지금은 일부러 더 일만 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것도 물론 있다. 사실 그간 미디어를 통해서 보여준 내 무대나 모습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그래서 더 많이 인정받고 싶다. YG는 큰 회사다 보니까 소속된 아티스트도 많고, 순서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되도록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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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Feature Editor 서동현
Fashion Editor 고동휘
photography 유영규
Hair 강현진
Make-Up 김지현
Assistant 최민지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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