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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지기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멋진 남자들을 만났다. <아레나>가 꾸준히 성장한 10년 동안 그들은 이런 물건들과 추억을 쌓았다.

UpdatedOn March 10, 2016

Q 공통질문

1. 10년 동안 아낀 물건은 무엇인가? 

2. 언제 처음 손에 넣었나? 

3. 가장 최근 사용한 건 언제인가? 

4. 물건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원중 l 30세 l 모델·87mm 디자이너

1. 아페쎄 청바지.
2. 스무 살 때 비싼 청바지를 사겠다고 마음먹고 골랐다. 가격도 기억난다. 19만8천원. 처음으로 10만원 넘게 주고 산 바지다. 3년 내내 이 바지만 입었다. 그래서 이렇게 꿰맨 자국이 많다.
3. 2년 전. 오랜만에 생각나서 입었는데 바로 찢어졌다. 그래도 버리긴 아깝다.
4. 청바지는 함부로 빨면 안 되니까 세탁을 최대한 안 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자꾸 냄새 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검은 봉지에 바지를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다음 날 입었다. 이렇게 하면 냄새가 빠진다. 진짜 효과 있다.
 

  • 이진복 l 36세 l 360Sounds MC

    1. 나이키 코르테즈.
    2. 고등학교 때, 그러니까 10년이 넘었다. 아버지가 사주셨다. 당시 아버지와 함께 신었다.
    3. 오래됐고, 밑창이 얇아 좀 불편하지만 종종 신는다. 이 신발을 신으면 추억이 발에 머무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 기술력을 보강한 최신 버전의 코르테즈를 더 자주 신는다.
    4.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신발이다. 내 역사가 담긴 물건이니까. 나이키란 브랜드를 정말 좋아하는데, 코르테즈는 나이키가 처음으로 만든 운동화다. 이후로 출시된 코르테즈 시리즈를 거의 다 구입했다.

  • 윌 리 l 28세 l 모델·앨리스로렌스 카페 겸 쇼룸 운영

    1. 아메리칸 이글 가죽 벨트.
    2. 2006년, 미국 유학 시절에 샀다. 순전히 필요에 의한 구매였다. 미국 사이즈가 내겐 너무 컸다.
    3. 오늘. 여기 올 때 했다.
    4.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10년이란 세월을 함께한 물건이라 그런지 유독 애착이 간다. 품질이 뛰어나게 좋은 것도 아니고, 새로 산 다른 벨트도 많은데 신기하게도 자꾸 이걸 찾게 된다. 길게 늘어뜨려보면, 분명 직선이었던 벨트가 곡선으로 휘어졌다. 벨트 안쪽의 로고 역시 닳아 없어졌다. 그만큼 자주 하고 다녔다.

  • 김영진 l 36세 l 화가

    1. 나이키의 빈티지 럭비 티셔츠.
    2. 대학교 때 이화여대 근처 빈티지 숍에서 이것저것 사곤 했는데, 그때 눈에 띄어 구입했다.
    3. 설 연휴에 입었다. 요즘 자주 입는다. 한참 동안 잊고 있었는데 최근 다시 꺼내 입기 시작했다. 1980년대 스타일이 유행하는 요즘, 이 티셔츠가 딱 그 느낌을 내기 좋다.
    4. 이 티셔츠를 보면 당시 빈티지 숍들을 자주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 3년 전인가. 막 빨다가 찢어진 적이 있다. 좋아하는 티셔츠라 기워서 입었다. 이후로 세탁기에 안 돌리고 조심스럽게 손세탁한다.

  • 조현호 l 28세 l LVC 테일러 마스터

    1. 직접 커스텀한 리바이스 회색 데님 팬츠.
    2. 고등학교 2학년 가을쯤 광장시장에서 샀다.
    3. 최근 살이 좀 붙었다. 작년 여름에 마지막으로 입었던 것 같다.
    4. 당시 회색 데님 팬츠를 어떤 연예인이 입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 이 색감을 굳이 찾아서 샀다. 그땐 깔끔한 긴바지였다. 계속 입다 보니 약간 지겹기도 하고, 살도 쪄서 반바지로 바꾸어보기로 했다. 한 5년 전쯤. 원래 찢어진 자국도 없었는데 막상 길이를 자르고 보니 좀 심심해 보여서 스크래치를 냈다.

  • 김참 l 36세 l 사진가

    1. 콘탁스 G2. 1996년에 발매된 모델이다.
    2. 2004년. 어시스턴트 시절 사수가 이 카메라를 쓰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따라 샀다.
    3. 항상 가지고 다닌다. 작년 연말에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사진을 많이 찍었다.
    4. 당시 내가 일하던 스튜디오에선 필름 카메라를 주로 사용했다. 필름 카메라 하면 보통 크고 무거운데, 이건 가볍고, 편리하다. 사양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걸 한 손에 들고 툭툭 셔터를 누르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그랬다. 이 카메라로 작업하면 간편하고 자유로워 대상과의 거리가 줄어드는 것 같다.

  • 정성묵 l 30세 l 아이엠컴퍼니 대표

    1. 나이키 에어 머치 업템포 OG.
    2. 2006년. 함께 농구를 하던 친한 형이 선물로 줬다. 사이즈가 약간 애매해서 자주 신지는 못했고, 신발장에 주로 전시해두었다.
    3. 1년 전, 새로운 매장을 냈다. 기념 파티에서 멋지게 신었다.
    4.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웃솔이 바스러져 있었다. 더 이상 신을 수 없을 정도로. 1996년 발매된 모델이니 낡을 대로 낡았던 거다. 너무 속상했다. 이후 다른 색의 머치 업템포와 모어 업템포 모델을 열심히 모았다. 돈을 꽤나 들였다. 요즘에도 즐겨 신는다.

  • 허재혁 l 22세 l 학생

    1. 디키즈 면바지.
    2. 열두 살 때. 형에게 옷을 물려 입는 일이 잦았다. 그것에 불만을 품고 엄마에게 이 바지만큼은 사달라고 졸랐다. 당시 엄마는 내가 자랄 것을 감안해 큰 사이즈를 고르셨는데 지금도 맞다. 오히려 그땐 못 입었다.
    3. 연말에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유용하게 잘 입었다.
    4. 허리나 바지통은 적당한데, 밑위 길이가 좀 애매하다. 약간 끼는 경향이 있다. 중요 부위가 도드라져 보일 때가 있다. 예전엔 무조건 창피했는데, 지금은 어필인 것 같다. 하하.

  • 이영표 l 36세 l 인디케이트 팀장

    1. 애플 파워북 G4.
    2. 2006년, 딱 10년 전에 사촌 형에게 물려받았다. 물건은 2002년에 출시되었다.
    3. 어제. 집에서 음악 들을 때 이걸 쓴다. 하드디스크가 이미 한 번 날아가서 노래를 저장하진 않고, 인터넷으로 아이튠즈 라디오를 연결해 듣는다.
    4. 부품이 거의 없어서 어렵게 고쳤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충전기를 잃어버렸는데 중고나라에서 겨우 구했다. 키보드 버튼이 빠져서 교체할 때도 이베이를 뒤지고 뒤져 가까스로 찾았다. 지금 고장나면 끝이다. 이젠 부품을 구할 수 없다. 제발 잘 버텨주길. 망가지면 엄청 슬플 것 같다.

  • 정재환 l 34세 l 사진가

    1. 미군 군화.
    2. 2006년 카투사 군복무 시절이다. 마침 미군 군복이 밝은 카키 톤으로 바뀌었다. 검은색 군화도 사막색으로 바뀌었는데, 그때 상사가 이 군화를 사주었다.
    3. 2주 전 갑자기 추워졌을 때. 이 군화가 신기한 게 따뜻하면서 땀이 안 난다.
    4. 제대하고 당장 버리려다가 일단 두었다. 눈이 많이 온 어느 날 신었는데 밑창이 꽤 두꺼워서 그런지 잘 안 젖고 따뜻했다. 발목 부분이 가죽이 아니라서 일반 군화처럼 무겁지 않고, 뛰어다녀도 편하다. 게다가 이걸 신고 나가면 사람들이 꼭 한번씩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본다.

  • 김동률 l 33세 l 삼성물산 패션 마케터

    1. 베이비페이스의 1997년 뉴욕 MTV 언플러그드 공연을 담은 CD.
    2. 1999년에 샀다. 10년 좀 넘긴 했다. R&B 솔 장르를 좋아하는데, 당시 갓 데뷔했던 양파가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 이승환에게 이 앨범을 선물받았다고 했다. 궁금해서 나도 따라 샀다.
    3.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모리스 화이트가 얼마 전 타계했다. 그래서 설 연휴에 당시 음반들을 찾다 1990년대 R&B까지 들었다. 그때 이 앨범을 다시 한 번 들었다.
    4. 고등학교 때 이 앨범의 2번 트랙인 ‘Talk To Me’가 내 기상송이었다. 그 정도로 열심히 들었다.

  • 최원준 l 30세 l 파슨스 디자이너

    1. 빈티지 청 재킷.
    2. 2005년 동대문시장에서 샀다.
    3. 얼마 전에도 입었다. 공적인 자리엔 포멀한 차림을 즐기지만 평소엔 좀 더 편하게 입는다. 그때 이 재킷을 많이 활용한다.
    4. 아르바이트를 해서 처음 번 돈으로 동대문 도매시장에 갔다. 수중에 있는 30만원으로 당시 유행하던 여러 아이템을 샀다. 물론 이 재킷도 포함된다. 그걸로 장사를 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도 이 재킷을 보면 그때의 열정과 설렘이 떠오른다.

  • 이에녹 l 35세 l 헤어스타일리스트

    1. 폴 스미스 가죽 구두.
    2. 9~10년 전, 어시스턴트 시절이었다. 런던 폴 스미스 매장에서 이 구두를 봤는데 너무 멋있는 거다. 혼자 감탄하고 있는데 당시 사수였던 이혜영 실장님이 선물로 사주셨다.
    3. 작년인가, 친구 결혼식 갈 때 신었다.
    4. 사수의 선물이었다는 것.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당시 점원에게 홀려 한 치수 작은 걸 샀는데(그 점원이 빨간 머리와 빨간 수염을 지닌 멋쟁이였다), 그래도 열심히 신고 다녔다. 잘 맞는 슬랙스에 셔츠와 카디건을 입고 위에 라이더 재킷을 공식처럼 함께 걸쳤다.

  • 박태일 l 35세 l 프리랜스 에디터

    1. 반스의 체크 슬립온.
    2. 2006년 친구가 양도했다. 이미 오래전에 같은 슬립온을 갖고 있었는데 당시 심하게 찢어져서 버렸다. 친구는 나의 입김으로 이 신발을 샀는데, 본인은 잘 안 신는다며 나에게 넘겼다.
    3. 어제도 신었다. 지난주에 출장을 가서도 계속 신었다. 어딜 가든 챙긴다.
    4. 결혼 전 부모님과 살 때, 엄마가 이 신발을 버린 적이 있다. 찢어져서 못 신을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쓰레기장에 가서 다시 찾아왔더니 이후엔 내 신발을 건드리지 않으셨다. 반스 슬립온은 항상 이렇게 찢어질 때까지 신는다. 자연스럽게 낡은 모습이 좋다.

  • 최진욱 l 30세 l 이발사

    1. 빈티지 메일백.
    2. 2006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뉴욕에 처음 갔을 때 빈티지 숍에서 발견하고 반하여 구입했다.
    3. 지금. 오늘 들고 출근했다.
    4.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다. 다만 이 가방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원래 가방을 잘 들고 다니는데, 특히 이 가방에 손이 많이 간다. 평소 즐기는 클래식한 옷차림에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윗부분은 캔버스 소재라 물건을 많이 넣지 않으면 약간 흐물흐물하게 모양이 무너지는데 그것 역시 매력이다.

  • 김수복 l 37세 l 코인사이드 대표

    1. 슈론 뿔테 안경. KFC 아저씨가 쓰고 있는 그 안경이다.
    2. 10년 조금 안 된 것 같다. 미국 브랜드인데 열심히 찾아서 해외 직구로 손에 넣었다.
    3. 매일 쓴다. 외출할 땐 주로 렌즈를 착용하지만 집에 있거나 밤에 일할 땐 안경을 쓴다.
    4. 친구들 셋이서 이 브랜드에 갑자기 꽂혀 함께 주문했다. 화려한 스타일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이 안경은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슈론은 뿔테와 하금테 등을 포함해 몇 가지 모델만 꾸준히 생산해온 안경 브랜드다.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다. 한마디로 내 취향이다. 최근 같은 브랜드의 하금테를 하나 더 샀다.

  • 올리버 장 l 26세 l 모델

    1. 디올 옴므 2004 S/S 왁스 코팅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2. 중학교 3학년 때 중고 거래로 샀다.
    3. 오늘. 지금 입고 있는 바지 역시 같은 시즌의 것으로 그때 함께 산 거다. 검은색 바지는 지금 좀 작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마지막으로 입었던 것 같다. 수선해서 늘려 입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당연히 팔지도 않을 거다.
    4. 내 생애 첫 중고 거래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왁스 코팅한 데님 팬츠가 거의 없었다. 이건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완판되어 중고 시장에서도 겨우 찾았다.

 

김찬 l 30세 l 챈스챈스 디자이너

1. 닥터마틴 부츠.
2. 스무 살 때 엄마에게 선물받았다. 내가 미리 고르고 엄마가 사주셨다. 그땐 이렇게 투박한 부츠가 멋있어 보였다.
3. 3년 전쯤? 오랜만에 신었더니 좀 무겁더라.
4 .나의 가장 푸르렀던 청춘을 함께한 신발이다. 스무 살에서 스물한 살 즈음엔 거의 이 신발만 신고 다녔으니까. 당시 오디션을 보러 가거나 미팅을 할 때 항상 이 신발을 신었다. 언제나 검은색 바지에 이 부츠를 밖으로 꺼내 신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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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PHOTOGRAPHY 이상엽
ASSISTANT 김지혜
EDITOR 안주현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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