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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어떤 차는 타면 환상적이다.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 속에 들어간 것처럼.

UpdatedOn November 20, 2014

MERCEDES-BENZ
The New GLA200 CDI

메르세데스-벤츠는 고민했다. 전통이 쌓이는 건 반길 일이지만 노숙한 이미지까지 덧씌워졌으니까. 물론 선입견이다. 벤츠만큼 신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하는 브랜드도 드물다. 전통이 곧 최신 기술을 받아들일 토대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봤다.
아쉬운 벤츠가 움직여야 했다. 좀 더 젊고 독특한 모델이 필요했다. 고민의 결과물이 ‘A’ 돌림자 모델들이다. GLA 클래스는 그 프로젝트의 마지막 조각이다.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내놓은 벤츠의 대답이기도 하다. GLA 클래스는 의도답게 남다르게 생겼다. 차체는 SUV라기보다는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외형은 전체적으로 유려한 선으로 다듬었다. SUV도 어디 가서 외모로 빠지지 않는다고 과시한다. 시선 끄는 외모지만 성정은 반듯하다. 벤츠의 주행 품질이야 쌓인 전통만큼 완숙하니까. 가격 4천9백만원.


AUDI SQ5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는 차는 없다. 수많은 차종만큼 수많은 취향이 있다. 누구는 편안함을, 또 누구는 주행 재미를 쫓는다.
저마다 당위성은 충분하다. 현실적이다. 해서 각자 만족하며 고른다. 정말 만족할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염치도 없이 양쪽 다 원할 때가 있다. 비현실, 아니 초현실을 지향한다. 아우디 SQ5 같은 차처럼.

보통 아우디에서 S 붙은 차는 편안하면서도 잘 달리는 모델을 뜻한다. RS처럼 고성능으로 무게중심을 확 넘긴 차가 아니다. 적절히 조율한다. 엉덩이가 편안하지만, 제대로 밟으면 손에 땀도 고인다. SQ5는 거기에 더 욕심을 부렸다. SUV로서 널찍한 공간 활용성까지 확보했다. SUV인데도 주행 성능은 꽤 쫄깃하다. Q5보다 자세를 낮추고 폐활량 좋은 심장을 물린 덕분이다. 뼈대도 탄탄해 SUV답지 않게 도로를 움켜쥔다. 끝도 없는 욕심을 잘 갈무리했다. 가격 8천5백90만원.


JEEP The New Cherokee
어떤 자동차는 상상하게 한다. 좌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 특별한 광경을 펼쳐 보인다. 가령 컨버터블. 왠지 도심보단 해안도로가 떠오르지 않나.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지중해 연안까지 가 닿는다. 지프도 상상하게끔 하는 차를 만든다. 다소 투박하게 감싼 실내에 앉으면 산과 들이 펼쳐진다. 좀 더 집중하면 정글까지도. 자꾸 포장도로 밖으로 운전대를 꺾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더 뉴 체로키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보다 곡선을 활용해 디자인했어도, 앉으면 모난 감정이 꿈틀거린다. 조금 거칠게 사용해도 되겠다 싶은 욕구. 거칠게 사용하고 싶은 것과 거칠게 사용할 수 있는 건 분명 다르다. 더 뉴 체로키는 거칠게 사용할 수 있다. 그 욕구까지 거뜬히 포용한다. 그게 매력이자 자랑이다. 그만큼 기술력을 집약했다. 각종 안전장치부터 저단 기어까지 꽉 채웠다.
해서 온로드, 오프로드 모두 충실하게 대응한다.
가격 4천9백90만원부터.


PORSCHE Cayman GTS
포르쉐는 외계인이 만든다.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자동차 기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농담이다. 농담이지만 뼈가 있다. 그만큼 포르쉐 차는 비현실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더하다. 과거 포르쉐는 수준급 운전자의 전유물이었다. 이제는 면허증 있는 사람이라면 몰 만한 차다.

물론 체감 성능은 예전처럼 폭발적이다. 아니 더 증폭했다. 해서 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레이서 같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 레이서의 솜씨는 초현실적이다. 코너링, 제동 거리, 기어 변속 모두 다른 차원 수준이다. 이런 초현실적인 물리 법칙을 포르쉐는 일반인에게 선사한다. 카이맨 GTS 역시 포르쉐다운 차다. 미드십 엔진을 품고 조금 더 카랑카랑한 성격이긴 하지만.
6기통 3.4리터 수평대향 엔진에서 340마력을 뽑아 달리면 알 수 있다. 카이맨 GTS만의 시공간이 펼쳐진다. 가격 1억7백30만원부터.


BMW 420d Gran Coupe
쿠페는 멋진 차의 대명사다. 뒷문을 버린 대신 멋을 얻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군림했다. 이제는 위치가 다소 흔들린다. 여전히 쿠페는 멋지지만 쿠페형 세단도 나름의 멋을 추구한다. 멋있는 데다 문도 4개 다 있어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 4시리즈는 3시리즈의 쿠페형으로 태어났다. 4시리즈는 좀 더 경쾌하게 타란 뜻이다.

그런 면에서 420d 그란 쿠페는 주저하는 사람을 위한 차다. 경쾌하면서 점잖은 척도 곧잘 하니까. 자, 이렇게 했는데도 안 사? 하고 자꾸 묻는다. 어떤 욕구라도 다 충족시키려는 브랜드의 각오다. 욕구를 잘게 쪼개 각각 맞춘 끝에 나온 차. 멋도 부리면서 4명도 쉽게 태운다. 디젤이라 효율도 좋다. 3시리즈보다 크고 폼도 나면서 6시리즈보다 부담도 적다. 어쩌면 그래서 더 주저할지도 모른다. 하이브리드 캐릭터에는 의문부호가 훈장처럼 붙으니까. 가격 5천7백10만원부터.

PHOTOGRAPHY: 기성율
ASSISTANT: 이강욱
EDITOR: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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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기성율
Assistant 이강욱
Editor 김종훈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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