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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은유

On August 14, 2014 0

전시 공간은 작품의 집이다. 어떤 집은 특별하고 귀해서 작품 못지않게 아름답다. 그리고 세계를 이룬다.

1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일반적인 미술관 즉,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할 때 어디에 가벽을 세울 것인가 종종 고민스럽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고정된 공간은 없으며 기획자나 작가에 따라 공간은 변한다.

올봄에 개관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막연하게 공간을 떠올리는 대신, 구체적인 방의 모습을 떠올리며 설계되었다. 그래서 장욱진 화백의 이름을 딴 이 미술관은 마치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집 같다. 지상 1, 2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느 공간에서나 바깥을 볼 수 있다. 2층에 있는 방 중 하나는 영상을 상영하는 곳인데 다락 같다. 방은 정신이 태어나 자라는 근원의 공간이다.

미술관을 설계한 최-페레이라 건축은 한옥의 방들처럼 모여 있으면서도 주변 풍경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은 자연에서 살고자 했던 장욱진 화백의 삶과 작품 세계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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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 공간에 흔히 미술관에서 보는 흰 가벽 대신 나무 느낌을 그대로 살린 벽을 세웠다. 벽의 문을 따라 들어가면 또 다른 방이 나온다. 이러한 화이트 큐브에서 나무로 만든 벽을 노출하는 미술관이 또 있나? 나무 벽은 바깥 풍경을 안으로 끌어오려는 의지로 보이며 바깥과 연결하는 다리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방과 방을 오갈 때 한 예술가의 정신의 방을 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장욱진미술관의 외관은 하얀색인데 자연의 빛을 반사한다. 눈부신 정신처럼.

주소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211


2 국제갤러리 3관

국제갤러리 1관과 2관은 도로의 건물 뒤편에 있다. 아늑하게 숨은 보물 같다. 3관은 1관과 2관 뒤편, 도로에서 보면 더 깊은 곳에 있다. 마당처럼 난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더 안 보인다. 그래서 잘 모른다. 하지만 3관은 어떤 공간보다 독특하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돼 있고, 외관은 기하학적인 큐브 형태다. 그 큐브 전체를 금속으로 제작한 작은 고리로 그물처럼 촘촘히 짜서 덮었다. 훔쳐가지 못하게 묶어놓은 것 같다. 내부 1층은 넓은 사각형이다. 높이는 6.1m다.

넓고 높은 커다란 방인데, 사실 우리나라에 의외로 이런 공간이 적다. 그래서 초대형 작품을 설치할 공간이 몇 군데 없다.
이런 공간일수록 조명이 중요하다. 보통 특정한 위치를 비추는 둥근 조명을 여러 개 매단다. 국제갤러리 3관은 천장에 고르게 형광등을 설치하고 전면에 덮개를 씌웠다. 그래서 내부 전체를 고른 조도로 비춘다. 넓고 높으며 모든 공간이 차등 없이 은은하게 밝다는 점, 좋다. 거대한 주머니가 있다면 넣어서 가져가고 싶다. 그래서 묶어놓았나! 3관은 국제갤러리 개관 30주년을 맞아 2012년에 문을 열었고, 촉망받는 젊은 건축가 플로리안 아이덴버그를 주축으로 하는 건축설계사무소 SO - IL이 디자인했다.
외관의 고리는 SO - IL과 외관 기술 업체 Front, Inc.가 공동으로 연구 개발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3 아름지기 사옥 지상 2층 한옥과 안마당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제반 활동을 목적으로 2001년 12월 13일 설립됐다. 2013년 7월, 통의동에 있는 지금의 사옥으로 이전했다. 1층 다목적 홀, 2층 한옥과 안마당 그리고 회의실, 지하층의 연구 공간, 2층에서 4층까지 이어지는 사무 공간과 윗마당이 조화롭게 배치되었다.

장식을 배제한 현대 건축물이 한옥과 뜻밖에 어울린다.
이러한 시간의 결합은 대한민국 건축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사옥의 모든 공간은 안마당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안마당은 그 자체로 공간이며 통로이고, 사옥 전체를 함의하는 상징이다. 안마당을 감싸는 사방 중 한 면에 한옥이 있다. 한옥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한옥을 열린 구조로 만들며, 바깥을 들여오거나 안에서 나가게 하는 것 역시 마당이다.

그래서 이 한옥은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축에서 부유하는 은유의 세계가 된다. 건축 설계는 M.A.R.U.의 김종규 소장이, 한옥은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조경은 정영선 조경설계서안 대표가 맡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길 19-6








4 백순실미술관

헤이리 아트밸리에 있는 백순실미술관은 2006년에 완공됐지만 여전히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알려져 있다시피 콘크리트 벽을 뚫고 상수리나무가 자라도록 설계됐다. 수년 전 미술가 백순실이 토지를 매입했을 때 수령이 70년 정도로 추정되는 상수리나무는 개발 논리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했다. 그러나 건축주도 건축가도 상수리나무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술관을 전면에서 바라보면 콘크리트 벽은 길을 따라 휘어 있다. 그래서 전시 공간 안으로 들어가도 벽은 직선이 아니다. 놀랍게도 내부에 계단이 있다. 계단이 있는 전시 공간은 굉장히 낯설다. 큐레이터나 작가가 전시에 대해 고민할 때 계단은 제약이 된다.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계단은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문이 되기도 한다.

새삼 최근 다시 백순실미술관을 가서 보며 느낀 점은 사람의 흔적이 묻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주이며 미술가인 백순실은 이곳에 작업실과 주거 공간을 만들어 살고 있다. 건물 뒤로 솟은 산에 작은 밭도 일군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사람의 흔적을 가능한 한 없앤다. 미술관은 작품이 사는, 작품의 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순실미술관엔 작품과 사람이 함께 산다.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어,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걸으며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면 누군가 있다 간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미술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9-30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조성재

전시 공간은 작품의 집이다. 어떤 집은 특별하고 귀해서 작품 못지않게 아름답다. 그리고 세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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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Photography
조성재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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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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