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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x do, Tux don`t

완벽한 턱시도 룩을 위해서는 자신의 체형과 이미지에 맞는 셔츠와 타이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지난달 열린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위에서 대한민국 남자 배우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이 있다면 바로 턱시도. 그러나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영화제 명성만큼이나 국내 배우들의 패션 수준도 업그레이드되었을까? 여기 그 답이 있다.<br><br>[2007년 11월호]

UpdatedOn October 20, 2007

Words 황의건(오피스H 대표) COOPERATION 제일모직 Editor 구정란

지난 2004년 ‘6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김기덕 감독이 영화 <빈집>으로 최고의 감독상을 받았다. 그날 행사장에서 김 감독은 양복과 야구 모자를 쓴 캐주얼한 차림으로 수상 소감을 밝혔고 이것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다. 훌륭한 영화감독이 멋진 영화로 좋은 이미지를 주었다가 영화 행사장 드레스 코드에 무지하여 갑자기 그의 영화의 수준을 의심받게 하는 최악의 순간이 되지는 않았는지 우리는 노심초사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만들어가는 신성한 축제이자 하나의 문화다. 몇 년도 어느 영화제에 어느 배우, 어느 영화, 어느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은 기록으로 남고 영원히 기억된다. 그렇기 때문에 여배우들은 ‘레드카펫 모먼트’를 위해 길게는 몇 달을 준비하기도 하며 남자 배우들과 관계자들은 ‘턱시도’ 혹은 최소한 ‘블랙 타이’의 드레스 코드를 엄격히 준수한다. 이것은 슬리퍼를 신고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없음과 같은 이치다.
지금의 턱시도라 불리는 복장은 턱시도 코트의 준말로 미국 뉴욕의 턱시도 파크에 있는 컨트리 클럽 사교계의 신사들이 1880년경 영국에서 건너온 남자의 정식 예장인 모닝 코트 대신에 약식 예장으로 입었던 데서 비롯된다. 턱시도에는 커머번드와 베스트를 함께 입어야 정통적인 턱시도 룩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요즘에는 그러한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최대한 배제해 미니멀하게 연출하거나 심지어는 데님하고 매치할 정도로 캐주얼하고 트렌디하게 응용되기도 한다. 턱시도의 이와 같은 관심은 최근 클래식 무드를 타고 젊은 층 사이에 더 높아졌다.
10월 4일 부산 해운대의 요트 경기장에서 개최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니엘 헤니, 주진모, 김주혁, 이동건, 유지태, 지진희 등 남자 배우들이 화려한 레드카펫을 자신의 턱시도 스타일로 한 걸음씩 밟았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행히 남자 배우들의 턱시도 스타일 수준은 여배우들의 드레스보다는 높은 점수를 주어도 좋을 듯하다. 전반적으로 턱시도의 칼라가 넓어졌으며 강한 남성미를 표현하는데 남자 배우들이 의견 일치를 본 듯했다.
가장 빛이 났던 이는 김주혁. 새틴 윙 칼라로 포인트를 준 블랙 턱시도와 화이트 셔츠에 블랙 보타이, 마지막으로 화이트 행커치프로 마무리를 한 그의 의상 연출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야말로 가장 프로페셔널하다’는 절대불변의 법칙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했다. 턱시도 룩의 핵심은 이처럼 절제되면서 기본에 충실한 태도이다.
반대로 레드카펫 룩을 가장 캐주얼하게 응용한 배우는 주진모였다. 그는 블랙 턱시도에 블랙 셔츠의 단추 2~3개를 풀어 섹시미를 연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출연한 영화의 캐릭터의 이미지를 고려해 노타이에 올 블랙을 선택한 감각은 탁월했다. 턱시도를 자유롭게 응용하고 싶다면 자신감이 턱시도보다 더 강해야만 하며 그 해체된 스타일을 소화할 만한 배짱도 있어야만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임스 본드를 교과서로 삼아 충실히 기본을 고수해야만 한다.
훤칠한 키와 미니멀한 외모의 이정진은 이번 영화제에서 화이트 턱시도를 입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튀는 장식이 들어간 블랙 타이, 그것도 매우 좁은 트렌디한 타이를 매치, 상체에 지나친 포인트를 주어 미니멀한 그의 얼굴에 시선이 전혀 가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 화이트 턱시도를 입고자 한다면 일단 확실히 몸매가 슬림해야 하며 얼굴선이 매우 갸름해야 느끼하지 않다. 상의를 화이트, 하의를 블랙으로 입는다면 포인트를 여러 곳이 아니라 한 곳에 주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또 김강우는 더블브레스트의 수트에 가까운 턱시도를 입고 등장해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였으나 이상한 보타이 때문에 결국 뜬금없는 스타일로 전락했다. 김태희와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은 이규한. 우스꽝스러운 맥도널드 피에로 넥타이에 디테일이 너무도 많아 코스프레를 연상시키는 국적 불명의 그레이 턱시도는 잘생기고 가능성 많은 이규한을 완전히 특색 없는 남자로 만들고 말았다. 영화 시상식이나 행사장같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경우에는 그레이 턱시도는 결코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넥타이 하나로도 완성된 룩을 망칠 수 있으니 최대한 절제되어 튀지 않는 보타이로 마무리해야 안전하다.
많은 아쉬움을 남긴 스타는 강동원이다.
이제 모델이라는 타이틀보다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한 그는 어느 시상식이나 행사에서 항상 베스트 드레서로 꼽혀 화제가 되는 인물 중에 하나였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국풍의 클래식한 남자 스타일이 대세인 요즘, 강동원은 트렌디한 헤어스타일과 턱시도로 등장했기에 그저 잘빠진 모델 같아 보였을 뿐이다. 당분간 턱시도를 입어야 한다면 ‘미스터 클래식’이 되어야 함을 항시 염두해두어야만 한다.

영화제는 문화다. 옷을 입는 법도 문화다. 나의 표현이니 내 맘대로 하면 되지 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저급한‘객기’일 뿐이다. 그만큼 배우들도 매번 ‘어느 명품 수트, 턱시도를 협찬 받아 입나’가 아닌 근본적으로 예를 갖춘 시상식의 스타일링 법은 무엇인가 연구 학습해야 할 때다. 한국의 일반 남성은 분명 한국의 남자 배우를 보고 턱시도를 입는 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것이다. 따라서 모범이 될 만한 정확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한국 남성들의 턱시도 문화를 제대로 정착시켜주는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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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Words 황의건(오피스H 대표)
Cooperation 제일모직
Editor 구정란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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