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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이만 아는 이야기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슈퍼스타K 3> 심사위원이었던 윤종신이 활짝 웃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김예림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처럼 맹목적으로 소비되지 않았다. 두 해가 지나 작은 공방에서 시간을 들여 깎고 또 깎은 듯한 그녀만의 앨범이 나왔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담긴, 그녀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다.

UpdatedOn October 17, 2013

눈을 감싼 레이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요계의 현실을 생각하자면, <슈퍼스타K> 이후 데뷔 앨범이 나오기까지 공백이 꽤 길었다.
한 1년 반 정도?

그동안 가수가 될 준비를 한 건가?
그렇진 않았고, 그냥 쉬었다. 특별한 트레이닝은 없었는데, 종신쌤(그녀는 프로듀서이자 소속사 대표 윤종신을 이렇게 부른다) 주변에 선배님들이 많아서 그저 그분들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많은 걸 듣고 배웠다.

미국에서 예선을 치르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노래를 하겠다는 꿈은 언제부터 키운 건가?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가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나름대로 연습도 하고 그랬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기회가 자주 있었나?
전혀 없었다.

그럼 <슈퍼스타K>가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부른 무대였네?
그렇지. 주변 사람들에게도 내 노래를 잘 안 들려줬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서.

심사위원들이 본인의 음색을 극찬한 것도 처음이었겠네.
내 목소리에 대한 평가는 전혀 예상치 못한 거였다. 모든 게 나에겐 새로운 얘기였다.

요즘은 대중음악계가 워낙 빠르게 바뀌고 사람들도 금세 잊는다. 데뷔가 늦어졌는데 노파심은 없었나?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앨범을 제대로, 잘 만들고 싶은 바람이 제일 컸다. 부족한 점들을 잘 채워서 데뷔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조급하지 않았다.

보컬 부분에 집중해 들어보면 <슈퍼스타K>에서 드러난 약점들을 완벽하게 보완했다는 평가가 많더라. 그동안 이 친구가 어떻게 준비한 걸까, 궁금했다.
특별히 뭘 했다고는 할 수 없다. 보컬 레슨을 따로 받은 것도 아니었고. 내 생각엔 종신쌤과의 시너지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부분들을 종신쌤이 잘 찾아내 끄집어낸 거다.

흰색 시폰 블라우스는 프란체스코 스코나미글리오 by 1423 나이브워터,검은색 샤 스커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

촬영하는 거 보니 처음엔 낯을 가리는 성격인 것 같더라. 수줍음 많고 낯가리는 소녀가 살벌한 오디션 무대는 어떻게 견뎠나?
나중에 후유증은 없던가?

사실 몸이 지쳤다, 마음보다는.(웃음)

마음이 튼튼한 친구네.
주변 분들이 내 장점이 ‘강한 멘탈’이라고 하신다. 나는 앞으로도 작업물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들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운명이다. 시작 자체를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해서 오히려 단련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세상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
그런 면이 조금 있다. 사람들이 아무리 잘한다 잘한다 해도 나 스스로 마음에 안 들면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는 성격이다.
사실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만 아는 문제점들이 있으니까 내 눈엔 자꾸 걸리는 거다.

스무 살답지 않다는 이야기 많이 듣지?
엄청 많이. 하루에 한 세 번씩은 듣는 거 같다.(웃음)


그런데 정말 그렇긴 하다.
예림 씨의 눈빛이나 분위기를 보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스무 살의 이미지와 일치하진 않으니까.

다들 스무 살에 대한 오해가 있다. 멋모르고 어리광만 피울 것 같은데, 요즘은 안 그런다.
어릴 때부터 철들고 애늙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림 씨 목소리가 고음역대를 넘나드는 파워풀한 보컬과는 거리가 먼데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강한 곡들을 발표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는 건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흔치 않은 케이스다.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 있겠지만 동시에 내 느낌을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이런저런 것들을 겁내지 않고 시도하려는 편이다. 종신쌤이랑 작업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걸 얘기한다기보다는 그저 우리가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는 것들, 나에게 잘 맞는 것들을 주로 고민한다. 이게 나로부터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악이니까.

빨간색 시폰 원피스는 유돈초이 제품.

그렇게 만든 음악이 사람들 반응까지 좋으면 너무 좋겠다.
무척 감사한 일이다. 사실 음반 내고 제일 궁금한 게 대중의 반응이다. 우리끼리는 재밌게 만든 음악이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또 받아들여지는 게 제일 궁금하다. <슈퍼스타K> 때부터 평가받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종신쌤 심사평이 매우 궁금해 매일 듣고 싶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주니까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도 활동하면서 대중이 해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새로워서 귀담아들으려고 한다.

소속사로 종신쌤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일단은 쌤이랑 말이 잘 통했다. 그게 가장 큰 부분이다. 음악에 대한 얘기든, 살아가는 얘기든, 어떤 얘기든 말이 잘 통하니까 믿음이 가더라.

종신쌤이 항상 강조하는 건 뭔가?
음악에 대해서보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신다. 특히 경험을 많이 해보란 말을 제일 많이 하신다. “사랑도 이별도 많이 해봐라, 네가 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겠지만 경험을 통해 배우는 거다, 결국 그 경험들이 너를 더 키워줄 거다.”

최근 발표한 ‘Rain’을 들으면서 종신쌤이 예림 씨에게 과도한 연출을 강요하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다. ‘추억이 아직 없는 고작 스무 살 여자’를 소재로 쓴 가사는 처음이다. 그런 감성, 종신쌤 아니면 못한다.(웃음)
맞다. 내가 뭘 느끼는지, 나는 어떤 아이인지, 어떤 성향인지, 어떤 성격인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곡 작업의 연장선상이다.

첫 번째 미니 앨범도 그랬지만, 이번 미니 앨범에서도 종신쌤이 가꿔온 인맥을 예림 씨와 아낌없이 나눴더라.
이상순, 이규호, 김광진, 고찬용, 김창기 등 어마어마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

‘언제 진실이 중요했던 적이 있었니’라는 곡을 동물원 김창기 선배님이 써주셨다. 가사가 메일로 왔는데 이 가사를 설명하는 내용이 더 길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여자애는 어떤 성격이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고, 어떤 가족과 어떤 친구들과 어떤 연인이 있고, 지금 왜 이런 기분인지에 대해 한 줄 한 줄 써주신 거다. 종신쌤도 그렇게 가사 작업하는 분이 없다고 하시더라.

그런 설명이 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던가?
물론이다. 가사 작업 자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했고. 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선배님들의 다양한 작업 방식을 보니까 시야가 점점 더 넓어진다.

흰색 시폰 원피스는 자라 제품.

‘All Right’가 크게 히트했다. 두 번째 미니 앨범 준비에 부담감이 크진 않았나?
사실 이번 앨범은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만들 때부터 함께 기획했던 거다. 이미 어떤 느낌으로 갈지도 정해진 상태였고 녹음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수월했다. ‘All Right’ 때도 사실 이 노래가 인기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지 않았다.

종신쌤도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고. ‘All Right’가 잘됐다고 해서 다음도 잘되리란 보장도 없을뿐더러 두 번째 미니 앨범이긴 하지만 데뷔한 지 이제 3, 4개월밖에 안 됐다. 이번 앨범 반응이 ‘All Right’만큼이 아니더라도 나에겐 실패가 아니다.
‘All Right’가 생각보다 너무 잘된 거지.

첫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이 였고, 이번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타이틀이 다. 타이틀곡 제목은 ‘Voice’고. 두 앨범이 다르면서 같다.
맞다. ‘보이스’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고. 스무 살에 내는 음반이다 보니 두 음반이 연장선상에 있는 건 확실하다. 두 앨범 다 현재의 내 모습을 담으려고 했던 거고, 그걸 좀 나눠서 보여주고 싶었다.


타이틀곡 ‘Voice’는 어떻게 작업했나?
종신쌤이 쓴 곡이다. 헤어진 연인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노래다.

헤어진 연인의 목소리를 그리워한다고?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각기 다른 언어로 평소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일상적인 대화가 노이즈처럼 노래 전반부와 후반부에 들어가 있다. 잘 지냈냐, 밥 먹었냐, 그런 내용인데 이걸 유희열 선배와 정재형 선배, 퓨어킴 언니가 직접 녹음해줬다.
사실 처음 가사를 받았을 땐 조금 놀랐다. 보통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보고 싶다’라든지 ‘만나고 싶다’, 아니면 물건을 보고 그 사람이 떠올랐다거나 하는 식이지, 그냥 ‘목소리가 그립다’고 하진 않으니까. 나에겐 신선하고 새로운 감성이었다.

목소리는 사람의 지문과도 같아서 얼굴 보는 것보다 목소리 듣는 게 더 절실할 때가 있다.
그렇다. 그럴 수도 있는 거 같다.

예림 씨의 목소리도 세상에서 하나뿐이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와 말투에선 그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말할 때의 발성이 굳어져서 노래할 때도 그대로 나온다. 목소리라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표현 방법이다. 종신쌤도 작업할 때 평소의 내 모습을 많이 보려고 하신다. 내가 어떤 애인지, 어떤 성격인지, 말투가 어떤지. 그걸 바탕으로 쓴 멜로디에 내 목소리가 담기길 원한다. 노래에 얹은 목소리는 김예림, 그 자체다.

Editor: 조하나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경원
HAIR: 민숙
MAKE UP: 노혜민(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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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하나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경원
Hair 민숙
Make-up 노혜민(고원)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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